Hunter 01.

SF소설

by 시휴

브런치에 <소설>은 드물죠. 카테고리상에 없기도 하구요.

향후 제가 개재할 글은 지인의 작품인데 저만 보기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지인의 사정상 제 브런치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단편소설로 여러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2083 년 4 월 15 일 목요일

당시 임도훈 씨는 서른세 살의 S전자 인사관리팀장이었다. 인사관리팀장이라고는 해도 팀원이 임도훈씨 한 명뿐인지라 말단 직원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50년대 멀티백 혁명으로 인해 인공지능 컴퓨터가 사회전반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되면서 인사관리와 같은 의사결정 업무는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었다.

멀티백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는 임직원들의 성향, 뇌파, 심리상태, 전문성 등을 직무와 매치시키고 업무성과와 임직원 간 상성을 고려하여 인사발령 및 승진 여부를 결정하였다. 멀티백 혁명 직후에는 컴퓨터의 판단에 대한 인간의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여 인사관리팀 인원이 10명 이상이었으나 5년 전 인간의 개입이 오히려 오류를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인원이 대폭 축소되었다. 당시 임도훈씨의 업무는 임직원이 인사사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절차에 따라 컴퓨터의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매우 단순한 업무이고 업무강도도 높지 않아 그는 회사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직업도 멀티백의 추천에 따라 얻게 된 것이므로 그는 별 생각 없이 다녔다.


그는 지난 주말에 받은 ‘예비교정교육’의 후유증으로 인해 아침에 접수된 이의신청 처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교육 후유증이 오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사실 지난주 교육은 그에게 다섯 번째 교정교육이었다. 3번 이상 교정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범죄 중독자들로서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복역 중이므로 임도훈 씨 경우처럼 전과 없이 5번이나 교정교육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었다. 아니 어쩌면 한국 최초였을지도 모른다. ‘예비교정교육’은 멀티백의 범죄 예방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강력범죄 우려가 있다고 예상되는 예비 범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멀티백의 범죄예방 프로그램은 2059년 도입된 이후 점차 고도화되어 왔다. 아이가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머리 뒤편에 통신 기능을 갖춘 생체칩 삽입 시술을 받아야 하며 이 칩을 통해 각 개인의 뇌파가 정부 멀티백에게 죽을 때까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또한, 혈액에는 10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진 15개의 마이크로 로봇이 주사되는데

신체 상태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이 결과가 머리의 생체칩을 통해 멀티백에게 전송된다. 멀티백은 각 개인의 신체정보를 통해 범행 상황을 발생 즉시 알아낼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범행중인 경우 평상시와는 다른 뇌파와 신체 반응을 나타낸다. 게다가 피해자의 경우도 급격한 신체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위치확인 기능을 갖춘 생체칩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살인, 폭행, 강간 등과 같은 강력 범죄의 발생 상황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범죄 예방 프로그램 도입 이후 강력 범죄의 현장 검거율은 95%를 상회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장 검거가 되었다고는 해도 범죄는 이미 발생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여전히 발생하였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이지만 범죄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국민들은 작은 범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강력범죄 제로(0)를 향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어 왔다. 그중에 하나가 ‘예비교정교육’인데 2077년 도입된 이후 전국의 강력범죄를 연간 10건 미만으로 줄여, 범죄예방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교육은 분노지수가 범죄 우려 수준을 넘긴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처음에는 분노지수만 높아도 교육 대상이 되었으나 인권침해에 대한 반발로 인해 현재는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문이나 벽을 발로 차는 등 반사회적 행동을 보여야만 대상이 된다. ‘예비교정교육’은 매우 단순하다. 대상자는 출동한 예비 교정국 직원의 차량으로 연행되어 가수면 상태에서 범죄행동에 대한 강한 암시를 받는다.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종의 최면과 같은 것이다. '예비교정교육'을 받게 되면 약 한 달 정도는 집중력이 결핍되는 부작용이 있으나 그 이후에는 평상시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된다.

하지만, 범죄충동을 느끼게 되면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오는데 공황장애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육의 효과는 평생을 가기 때문에 보통은 한 번만 받아도 평생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1차교육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는 범죄 충동으로 인해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되면 2차 교정교육을 받는데 이것은 더 큰 공포감을 동반한다. 3차, 4차…… 차수가 올라갈수록 암시되는 공포의 강도가 높아진다. 보통 3차를 받게 되면 더 이상 반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아예 강력범죄를 저질러 사회로부터 격리되므로 4차 이상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임도훈 씨는 5번이나 '예비교정교육'을 받았고 강력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예비 교정국 입장에서 보면 요주의 인물이자 특이한 사람이었다. 임도훈 씨는 5번의 '예비교정교육'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도 이색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정부 멀티백의 핵심 업무로는 범죄예방과 더불어 전 국민 커플 매칭이 있다. 커플 매칭은 2073년 도입되었는데 그 이전만 해도 정부에서 간섭할 필요도 없고 간섭해서도 안 되는 사적인 영역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이혼율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정부가 멀티백을 통해 개입하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