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의 마지막

손절

by 이름

나도 친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고 보니 난 친구가 없는 거 같다. 그냥 같은 학교를 나온 동창과 입사동기인 사람을 알고 있다. 친구라기보다는 아는 지인인가 보다 그래도 회사 입사했을 때는 상고를 막 졸업했을 때라 나에게 친한 친구가 많다고 여겼다. 하지만 나도 고향에 남아있는 그 친구들과 더 이상 자주 보지 못할 거고 예전만큼 친하게 지내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락을 아예 안 하고 교대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병가휴직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시 잘 만나게 되었다.

참 희한하다. 다 그즈음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었나 보다 그 친구들도 대학생활하느라 직장 생활하느라 나름대로 바쁘게 사느라 연락을 끊고 살았겠지. 연락이 다시 닿았다면 기쁜 일이지.


난 내가 객지에서 돈을 벌고 생활하면서 많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정말 난 예전에 학교 다닐 때의 사람이 아니었다. 많이 변했었다. 마음도 신체도. 그들은 그것이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한 번은 우리 중에 제일 일찍 결혼해서 사는 친구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가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고 친구는 애기들이 어리니까 장난감을 사 오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냥 돈 10만 원을 챙겨가서 결혼한 친구한테 건넸다. 그런데 반응들이 나빴다. 내가 돈을 건네며 한 이야기가 거슬렸나 보다. 나는 애기들만 생각하지 말고 너도 필요한 거 사라며 돈을 줬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듣더니 "구두 살 돈이라도 줬나."라고 얘기를 했다.

나는 하고많은 것 중에 왜 내가 그 친구 구두 살 돈을 챙겨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카페에 갔을 때는 다른 친구가 결혼한 친구에게 화 아닌 화를 냈다. 우리는 금이 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깨졌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집에서 사고가 생겼다. 옥탑방에서 뛰어내렸고 응급차에 실려가 큰 수술을 받았다.


나도 화가 나서 집 방향이 같아 등하교를 같이 한 친했던 친구의 전화번호도 언제부터인지 지워버렸다. 우리는 연락을 끊었다. 서로 그 누구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뭐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후에 그들을 다른 친구 결혼식에서 만났지만 나도 따로 와서 그들과 함께 앉지 않았다. 친구 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정색을 했다. 뷔페를 나와 그들은 무리 지어 다른 곳으로 가고 나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와버렸다.


손절을 당했다. 나는 뒤늦게 친구들에게 연락했지만 그들은 차가웠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연락해서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다 날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 친했던 친구(?)에게 연락하려 그의 집까지 찾아가서 그의 엄마에게 물었지만 그의 엄마 반응도 신통찮았다. "우리 애는 일하느라 바쁜데." 나도 일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그 애한테 한 번도 제대로 연락하지 않았지.


연락처를 받아 연락했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른 친구에게도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나는 쿨하지 못한 거 같다. 연락이 안 되자 카톡을 했었다. 역시나 이미 마음 닫은 이들은 연락을 받아줄 리가 없다.

그리고 단념했다. 그러고 나니 내 계돈이 생각났다. 돈 관계는 깔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근데 연락 불가인데 어떻게 받아내는가 엄마한테 얘기를 하니 그냥 잊어버리란다.


돈이 아까운데 이렇게 생각하련다 내 바보 같고 어리버리한 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해주었으니 그 수고비로 생각하련다. 나도 그렇게 썩 좋은 사람 좋은 친구는 아녔던 거 같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그 애와의 관계가 끝나지 않을 미움으로 그의 불행한 미래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만나지는 않지만 서로 싸우다 망가지는 결말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냥 다 끝내고 잊어버리고 싶다. 손절된 거 어쩌면 마음 편한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인간관계를 잘 못한 것이겠지.


인간관계는 희한하다. 같은 나이, 같은 성별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친구가 된다. 하지만 그들 중 누가 잘났다고 하면 질투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잘 되기를 그렇게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칭찬이 독이 되어 그가 망가지기를 바란다. 나는 그랬다. 같은 학교, 같은 소속이 되었던 무리에서도 한 번씩 돌아가며 냉담한 분위기를 견디는 날이 있었다. 그때에 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기도 했다. 나도 그 친했다던 친구를 질투했던 적이 있는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러니 잘 될 리가 있나.


정작 내가 힘들 때 얘기를 나눌 친구는 물론 사람이 한 명도 없네. 원래 그런가 보다. 자신의 십자가는 놓지 말고 짊어지고 가야 한단다. 그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도 날 도와줄 수가 없다.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다 연락을 끊었다. 같이 공장에 입사했던 친구와도 이사하고 한번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이제 만나기 싫다고 얘기를 해서 헤어졌다.


그 초•중 동창도 인스타에 자기 자랑하기 바쁠 뿐이다. 나는 이제 친구에 연연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배제되는 왕따는 정말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단다. 내가 그 청소년 시기를 거쳐와서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만약에 돌아간다면 너무 친구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나도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려 했으면 좋겠다. 어렵겠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잘 보내려고 한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2화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