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

보호받을 수는 있는 걸까?

by 이름

성인이 되어서 본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는 나한테 영향을 주고 있다. 공장 친구와 같이 본 비스티보이즈는 내게 꽤나 큰 충격을 준 영화다. 윤진서 님이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내가 만약 여배우라면 선택하고 싶지 않은 역할이다. 무엇을 알리기 위해 그런 영화가 나온 걸까? 다 이유가 있겠지.


나는 초등학생 때 타이타닉을 집에서 봤었다. 청불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영화도 꽤나 야하다고 생각됐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두루넷이라는 인터넷 연결 업체로 인해 집에서 원 없이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었다. 집에 컴퓨터가 2대였는데 한대가 고장이라 삼촌이 와서 고쳐주곤 했었다. 그날은 삼촌이 와서 컴퓨터를 고쳐주고 간 날이었다.


동생은 옆에서 인터넷이랑 게임을 하고 있었던 거 같고 나는 고친 컴퓨터로 인터넷을 했었다. 근데 나도 왜 그걸 클릭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게시물을 눌러 들어갔는데 야한 소설 같은 것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 글을 다 읽었다. 누가 쓴 글인지도 모르는 글인데 읽은 걸 후회한다. 그 소설에서 주인공은 남성이었고 자신의 상상을 쓴 글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그 이야기 속의 여성들은 이상한 관계를 했었다.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여성이, 또 과외에서 만난 여성이 다 그 남자와 관계를 하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을 때 의자에 앉아 있는 온몸의 체온이 좀 올라간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 글을 읽음으로써 어린 마음이 사라져 버리게 된 게 아닐까?


친구와 어울려 놀았을 때는 재미 삼아 폰팅인지 뭔지 하는 것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는 개인 전화기가 없으니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를 했었다. 수화기 너머 남성들은 우리가 초등학생인지도 모르는 건지 통화를 했었다.


아직 초등학생일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사 온 집에 웬 전화가 걸려 왔었다. 우리 집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게 된 걸까? 전화를 건 남자아이는(중요한 건 그 통화를 한 사람도 나랑 비슷한 또래였던 거 같다) 내게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보라는 얘기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런 일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지 그 상황에서 나는 한마디도 못했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 난 중학생 때도 공부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했던 거 같다. 하릴없이 컴퓨터를 들여다보는데 몰래카메라 같은 것도 있었다. 연출된 장면인지 잘 구분할 수 없지만 여성과 남성이 붙어서 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나는 전혀 보호받지 못했다. 그런 것들에 다 노출되어 있었다.


하루는 친구와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아직 집 가까이 정거장이 다 오지도 않았는데 친구와 서둘러 내려버렸다. 왜냐하면 하고 많은 버스 안에서 어떤 아저씨가 우리 뒤에 바짝 붙어서는 게 아닌가? 친구는 이상하다며 얼른 내리자고 했었다. 그리고 집까지 친구와 걸어왔었던 거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것들은 다 유해한 것 아닌가? 인스타를 처음 할 때도 상의를 다 벗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을 먼저 보았고 원하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은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요즘 애들은 정말 더더욱 보호받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시대에 얼마든지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거 같다. 물론 성이란 인간과 뗄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혹은 성인이어도 원하지 않는데 얼마든지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게 좋지만은 않다.


성인이 되어 본 청불 영화에는 효녀심청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마담 뺑덕도 있는데 돈 주고 본 영화가 아니다. 결말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주요 장면은 다 본 거 같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그 영화의 장면이 기억이 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덕이가 갖고 싶던 높은 구두를 심학규가 사주었을 때 심학규는 자신의 집에서 덕이를 붙잡았었다. 물론 그 장면에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근데 내게는 덕이가 "이거 나줘요."라고 하는 거 같다. 이 신도 나주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놔달라고 하는 거 같다. 그래서 울었다. 결말이 궁금하지만 역시 보지 않더라도 내 생각에 잘 본 영화 같다.


청불영화가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에 나왔던 다큐멘터리가 기억에 남는다. 여배우가 되려 했던 사람들이 나와서 얘기를 했었는데 오디션에서 상대역이던 남자배우가 자신을 몸을 만질 때 마치 그걸 보는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걸 보고 있으면서 다 그 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거 같았다고 말했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던 거 같다. 그래서 꿈꾸던 여배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심정은 주먹으로 얼굴을 갈기고 싶었다고 했었다. 맞다. 영화 상의 역할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사실 성추행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청불 영화 그렇게 좋지만도 않다.


인터넷상에서도 현실에서도 성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나는 귀접이나 잘 물리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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