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보자
나는 남들처럼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내 나이에서 더 나이가 들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성당을 다니면서 알게 된 남자가 있다. 그는 내가 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앞두고 혼자 밖에서 서성일 때 다가온 사람이다. 그는 그날 내게 전화번호를 물어봤었다. 나는 그에게 왜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본 사람이고 썩 마음에 드는 사람도 아닌데. 성당에서 만났기 때문에 덥석 전화번호를 준 것 같다.
그 뒤 줄곧 연락이 왔었다. 카페에 가자고 하기도 했다. 나는 전화가 왔을 때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얘기를 해주었다. 그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어느 날 연락이 와서는 주말에 데이트를 청했다. 하동에 레일바이크를 같이 타러 가지고 했다. 나는 너무 멀다고 생각이 되어 그 근방에 이모가 산다고 얘기를 했다. 주말 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전화번호를 주소록에서 지웠다. 내 계산으로는 대충 나보다 7살이나 많은 거 같았다. 그는 이제 성당 청년회에는 90년대생 여자애들이 많다고 내게 얘기해 주었다. 그 애들보다 나는 나이가 많다. 나는 부담스러웠다. 나를 결혼상대자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 물론 나도 지금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려서 누구라도 맞이해야 하겠지만 그 사람은 아닌 거 같았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까.
그 사람은 착하긴 착하다. 근데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제는 연락이 없다. 그 사람도 사람인지라 화가 나서 안 하는 거겠지. 나는 후회해야 하는 걸까 그 사람 이후에 내게 인연이 될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병원에서 만난 아는 동생이 있다. 그 동생도 그 당시에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 어느 날인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며 물어왔었다. 그는 나에게 결혼이라는 문제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성당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왔던 거 같다. 나는 그의 물음에 "넌 편한 사람이지."라고 대답했다.
막상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와 너무 먼 얘기같이 느껴진다. 나는 더 가기 어려워진 거 같다. 아니면 나와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10살이나 어린 동생과 결혼하는 건? 그건 그의 부모님과 가족들한테 잘못을 하는 거 같다. 나도 아픈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이 나이를 지나고 병이 있는 나는 과연 좋은 사람과 인연이 닿을 수 있을까?
그러면 혼자 사는 건 괜찮을까? 나는 자식에 미련이 많은 사람 같다.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결혼이 어려운데 어떻게 자식을 낳나. 요즘의 정자은행이라는 얘기까지 하면 너무 돈문제와 위험이 있어 나는 자신이 없다.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난 결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관심 있는 동호회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거나 성당남자와 다시 잘해보거나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는다거나 해야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 인생의 통과의례에 혼인은 없나 보다 나조차도 여태까지 결혼을 깊게 생각하며 만난 사람도 없고 결혼을 하는 미래를 생각해오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결혼을 위한 준비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나도 결혼하면 챙겨야지 했던 게 있긴 한 거 같다. 나도 결혼은 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해 엄마는 "나도 음식 같은 거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결혼했다."라고 얘기를 하긴 한다. '음식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
나는 정말 결혼이 하고 싶은가? 결혼은 왜 해야 하나? 주변사람들이 예쁜 아가를 낳아서 키우는 모습이 부러워서인가? 제일 중요한 결혼을 위한 자금은 준비되어 있나? 다 필요 없고 나한테는 결혼 상대자도 없고 직업도 없다. 행운으로 좋은 이와 인연이 닿는다면 다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미비한 나다. 알바라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