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과거를 돌아보다
나는 가족들과 한 집에 살았지만 청소년 시기는 정말 외로웠다. 분명 한 집에서 같이 생활했는데 정작 내가 힘들 때 위로해줄 가족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생활을 해나갈 즈음에는 그래도 엄마얼굴이랑 아버지 얼굴을 잠깐 볼 수 있었다. 동생도. 그리고 완전 일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때보다 아주 많아졌다. 그러나 함께할 시간이 많아졌을 때는 서로 상처를 줬다.
외로웠을 때는 아마도 공부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어 보내야할 기간들이었나보다. 홀로서기를 하기위해 버텨야할 시간들 말이다. 난 그 시기에 공부를 전혀하지 않았다. 후회된다. 하지만 10년 전 혹은 그 청소년 시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홀로 있어야할 때는 혼자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함께해야할 때는 집 밖으로 몸을 던져 내 다리를 다치게 했다. 아직도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나는 모르겠다. 되돌리고 싶다가도 어차피 이렇게 됐을 거라고 생각을 다잡는다. 그리고 죽을 수도 있었는데 살아있고 다리를 다치긴 했지만 남들처럼 걸어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싶다.
가난 때문이라며 아버지 탓을 한다. 하지만 아버지만 미워하기에는 나는 이미 나이를 많이 먹었다. 가난이 순전히 아버지 탓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아버지도 많이 나이가 드셔서 노인이 되었다. 그런 노인을 원망하며 괴롭힌다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다. 아버지는 현재까지도 외국에 출장나가며 일을 하신다.
나는 지금이 행복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엄마, 아버지, 동생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하지만 내가 병이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동생은 다시 병원에 다니라고 하며 약을 권한다. 아마 내가 항상 곁에 있으면서 하는 얘기가 사람들 욕을 하니까 그런거 같다.
사실 가족과 함께해 행복한 반면에 가족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 아버지도 일을 하며 생활비를 대지만 집값때문에 내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잘 대해주신다. 이건 내 생각이고 그냥 딸이라 잘해주시는 거 같다. 내가 한 때 아버지를 정말 많이 미워하고 싫어했는데 지금에서야 느끼지만 내가 아버지를 많이 오해한거 같다. 내가 정말 병 때문인지 여전히 아버지를 싫어하는 마음이 자주 생긴다. 그 때마다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성(性)에 관해 예민하고 민감한 것도 아주 오래전의 일 때문이기도 하다. 전부 그것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일이 계기가 된 거 같기도 하다. 그 사건으로 나는 사춘기 시절 마음이 많이 슬펐다. 오랫동안 20년 넘게 비밀로 간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엄마한테 얘기를 했다. 엄마는 나 대신 화를 내주었다. 그뿐이었다. 내가 그 비밀을 입 밖에 낸 순간 그 일은 가려졌을 때 보다 훨씬 가벼운 일이 된 거 같았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내가 겪어서 그런가보다. 마음과 정신의 병도 아마 거기서 기인하게 된 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성추행이 있었다. 내가 그런 상황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거나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무작정 도와달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 인간의 인상착의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만 기억난다. 그 인간이 날 안아서 산에 올려주며 내 중요부위의 옷을 만진 것만 기억이 난다. 올려주는 동안 여러번 그 부위를 만졌다.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려 그게 뭔지 몰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우리 가족은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했고 거기서 성교육을 받으며 그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가까운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홉수즈음 된 나는 어느날 사건반장이라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근데 나와 비슷한 일이 소재로 나왔다. 하지만 사건은 더 심각했다. 그 때가 생각이 나면서 가해자측의 여자어른이 하는 반응에 화가 났다. 가해자가 아직 어려서 그런거라는 말... 아마 그 피해 여자 아이는 커가며 고통받을 것 같다. 같은 여자라도 다른가보다. 생각하는게. 슬펐다.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한가지 배우는 게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자책 뿐인거 같다. 그 때 나는 너무 순진하게 도와달라고 했었구나...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어려움을 감당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란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찾고 있다. 그래서 현재를 잘 살아내지 못하는 거 같다. 자꾸 과거로 돌아가 묻는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가진 행복도 잘 알고 있다. 난 죽지 않고 살아있다. 가족이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쉬지 않고 흘러가고 이어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문제를 더 빨리 밖으로 얘기를 꺼냈다면 이런 나쁜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까? 도움이 되지 못한거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