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

기차역 화장실 청소

by 이름

일을 할 때는 돈을 번다는 것과 외국은 아니었지만 살던 곳이 아니라는 것이 내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주었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겁쟁이가 되어 숨어 살고 있다.


지금은 아홉수에 삼재까지 껴서 꼭 내 인생이 꼬인 거 같지만 사실은 일하던 그 당시에도 힘든건 매한가지였다.



8월 6일 대전에서 있었던 역환경사업 분야 체력검증심사와 면접을 보지 못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 나이, 학력, 경력을 알 수 없게 지원서를 작성했는데 나는 생년월일을 호적상이 아닌 진짜 생일을 적어서 인적사항이 일치하지 않아 아예 심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같이 갔던 언니는 두 가지 다 잘 봐서 합격이 되었다고 했다. 부럽기도 하고 그 언니가 가는 내내 나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고 욕 비슷한 말을 하기도 해서 나는 집에서 엄마와 동생한테 그 언니 뒷담화를 했었다. 그래도 언니가 합격된 게 다행이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나는 기차역의 화장실 청소하는 일에 지원했다. 처음에 아는 언니가 이 직업에 지원해 보라고 알려줬을 때는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어서 했다. 마치 짱뚱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는 거 같지만 나는 이 일은 학력도 보지 않고 힘들지 않을 거 같아서 지원했다. 근데 나는 정말 안일한 생각을 한거다.


아버지가 폴란드로 출장가기 전에 내가 입사지원을 한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했다. "청소 일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도 지원했으니 합격해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고 싶은것도 없고 배우고 싶은 것도 없는 나는 대전에 한 번 갔다 온 이후로 청소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멋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화장실 청소일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대전의 심사장에 와서 내 선입견이 완전이 바뀌었다. 여자건 남자건 모두 건장하고 젊은 사람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소일도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합격한 언니에게 축하를 전하고 정보를 얻었다. 올해 11월 하반기에 또다시 재용공고가 올라올지도 모르니까 그때는 주민번호의 태어난 월, 일을 잘 적어서 지원해보라는 얘기였다. 다행이다. 어쩌면 하반기에 인력을 뽑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기대해본다.


나는 이 공무직 청소일을 잘 배워서 동생과 같이 청소업체를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청소하고 싶은 일도 생각해봤는데 번뜩 떠오른 일은 고독사하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집을 치워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 그래서 방송대 다닐 때 샀던 책 중에 사회복지개론이 있는데 그걸 천천히 읽어보고 있다. 공부를 할려니 마음이 잡히지 않는데 느리지만 읽고는 있다.


청소일을 하는데도 많은 체력소모가 있어서인지 악력측정, 10kg 모래주머니 안고 앉았다 일어나기, 윗몸일으키기 등을 체력검증시험에서 한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겠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얘기는 너무 상투적이라 안 하겠다. 나도 청소일 그게 뭐 특별한 능력이 필요해?라고 생각했지만 락스나 독한 화학세제를 갖고 하는 일이니 안전작업을 해야하고 여러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니 그 자기소개서 작성할 때에 물어본 질문에서처럼 소통과 협업도 해야한다.


입사지원 재도전을 했을 때는 꼭 합격해서 청소부로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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