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폭발의 속마음. 이성은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편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지를 받고 나서 계산해 보니 마지막 상담 받은 날로부터 벌써 긴 시간이 지났네요.
상담 받을 때는 몰랐지만 상담 받는 기간보다 상담 이후에 여운이 더 길다는 걸 요새 느낍니다.
마음이 갈 곳이 없을 때 찾았던 심리상담인데.
어딘가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고 살 수 있는 제 모습이 참 신기하네요.
이런 게 '정상'이겠지요?
제가 달려가던 정상은 심리적 나락이었다는 것을 그때 심리상담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차마 몰랐을 거예요.
아마 지금까지도 모르고 계속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말할 수 없는 상태로 어디에 이르는 것인지도 모르고 달렸던 저를 생각하면 지금도 짠하네요.
그때 제 속도를 늦추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브레이크가 아니었다면 엑셀을 밟고 사는 줄도 몰랐을 거고 더 나은 엑셀로 갈아 끼우자마자 경주마처럼 또 달려갔을 거예요.
그랬을 걸 생각하니 몸서리가 처지네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상담 받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안에 있는 여러 감정을 골라내고 만져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상담에서 자꾸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평생 해보지 않았던 이상한 일이었는데 다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았던 것은 외부 환경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내가 나일 수 없게 숨죽이고 살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아프면서도 후련하게, 안타까우면서도 시원하게 나를 만날 수 있었어요.
요새는 상담 때도 잘 안 쓰던 감정일기도 꾸준히 쓰고, 하루 일과 중에도 시시때때로 멈춰서 내가 뭘 느끼며 사는지 확인해보곤 해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머리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잠시 쉬어갑니다.
바쁘더라도 하늘을 한 번 더 보려고 하고, 걸을 기회가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고 하고, 이왕이면 차도 천천히 마시려 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늘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들어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나'를 만나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나와 계속 잘 지내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이렇게 전합니다.
선생님도 언제 어디서든 마음 편안하시길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