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편지 8

주체적인 삶. 사자 새끼 말고 사자가 되세요.

by 나무둘

안녕하세요 선생님.

참 반갑습니다.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뜻밖의 편지가 와서 참 반가웠어요.

요새 저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늘 그랬듯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회사에서 맡은 큰 프로젝트 하나를 잘 끝내고 잠시 쉬어가는 참이에요.

곧 다른 큰 프로젝트도 다가오지만 그건 그때 생각해도 되고, 지금은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참 기쁘답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못 봤던 영화도 보고 커피숍에서 가만히 멍 때리고 글도 쓰면서 지내요.

심지어 저번에는 같은 영화를 2번이나 보는 호사를 누려보았어요.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더라고요.

생산적으로만 살지 않기!

제 인생에 이런 시도는 처음이에요.

영화가 재미있던 건 둘째 치고 이런 시도 자체가 괜찮더라고요.

가끔 이런 시간을 저에게 허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얼마만인지 몰라요.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심리상담 덕분이에요.

비는 시간이면 온갖 교육을 들으러 다녔었고 그 나름대로 다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늘 성장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하지만 상담 받은 뒤로는 일부러 더 나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예전 버릇을 완전히 고친 건 아니지만 전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교육을 들으러 다니지는 않아요.

저에게는 이것만 해도 큰 변화예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그런 것들에 목매달며 살아왔는지 상담을 통해 많이 돌아봤던 것 같아요.

이 모든 교육과 강의를 들으며 내가 아닌 존재가 되려 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 제 삶이 얼마나 아득했던지요.

내가 쏟아 부은 열정이 내가 되기보다는 남이 되게 했다는 사실에 전율했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참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더 깊은 의미에서는 나를 부정하며 살아왔던 내가 약간 통탄스럽기까지 했어요.

선생님이 가끔 따갑게 꼬집어 주지 않았다면 철저히 몰랐을 거예요. (아프지는 않았고 참 시원했어요! 이렇게 받는 게 저의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거 가슴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

지금도 그 순간이 제 가슴에 소중하게 남아 있어요.

가끔 너무 급하게 돌진하려는 저를 볼 때마다 워워 하면서 그 순간을 떠올려 보곤 해요.

그러면 다시 조금 차분해지고 진짜 나에게 접촉하는 기분이 들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허전했던 가슴에도 뭔가 차 오른 느낌이 들어요.

예전과 비교하면 덜 노력하지만 더 충만한 삶이 되었어요.

제가 멈출 수 있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다음에 좋은 소식 있으면 제가 먼저 전할게요.

선생님의 상담센터에도 응원을 보냅니다.

제가 그곳에서 뜻밖의 행복을 발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했듯이 선생님께도 다른 내담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keyword
이전 23화심리상담사의 편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