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삶. 사자 새끼 말고 사자가 되세요.

by 나무둘

요새 유튜브는 대세입니다. 이견이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것도 유튜브로 합니다. 그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성공한 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부자들의 돈 버는 법과 관련된 콘텐츠 중에는 조회 수가 수십만 이상이 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영상을 본 사람들은 열광하며 다시 그 이야기를 퍼 나릅니다. 그리고 부자가 되었다는 그 사람의 행적에 대한 영상, 자기를 어떻게 계발해왔는가에 대한 영상 역시 매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겠지요. 부자 셀럽이 된 그 사람이 만든 자기계발 강의와 교육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부자 셀럽의 주위에는 그의 마니아가 넘칩니다.


40대 중반의 여성 선화 씨는 상담실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허리를 곧게 편 선화 씨는 웬만한 남성보다 키가 커 보였고, 조금도 조심스러운 기색이 없이 자신이 예약한 상담자를 찾았습니다. 그는 마치 거래처와의 중요한 협상 자리에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처럼 보였지요. 그의 당당한 자세는 상담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터라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상담실 소파에 앉아서도 그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허리를 세우고 앉으면 불편하지 않느냐는 상담자의 질문에는 명상 수행을 오래 해서 불편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잠시 불교 철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어진 화려한 업적과 성과에 대한 이야기들 때문에 그의 속을 쉽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곧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커리어 우먼인 그는 안 해 본 자기계발이 없었습니다. 세상살이에 어두운 상담자도 유튜브에서 한 번 쯤은 본 유명 자기계발 강사의 강의는 다 섭렵했고, 일반인이라면 쉽게 접하기 힘든 비싼 심리코칭과 워크숍에도 여러 번 참가했습니다. 거기에 인문철학 공부도 꽤나 했는지 말끝마다 유명인의 인용문과 문어체 문장에서나 쓰는 표현들이 넘치며 유식함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그가 유능하다는 것은 온몸에서, 혀끝에서 풍겨 나왔습니다. 도대체 그가 심리상담센터에 찾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 걸까, 혼자 추리를 하는 동안 그는 요새 관심을 갖고 있는 부자 셀럽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한참 부자 셀럽을 찬탄하던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왜 그 셀럽처럼 안 되는 걸까요? 그가 하는 모든 강의를 들었고, 그가 들었다는 모든 강의도 들었는데요. 심지어 그가 추천한 심리 교육도 다 들었다고요. 왜 그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걸까요?”


아 맙소사.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이마저도 흔들림 없이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면서 어떤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인간적인 고뇌 같은 걸 제대로 느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인간성에 대한 탐구 같은 건 그가 찾는 게 아니었습니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그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에둘러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왜 심리상담을 받으러 왔는지 물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 제가 안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그처럼 안 되는 이유를 찾아서, 그 부족한 부분을 고치면 되지 않을까요?”


선화 씨는 심리상담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자기계발 강의에 참석했던 것과 동일한 목적으로 심리상담에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적극적인 태도 이면에서 피상적이고 허망한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마음 깊이 어디선가 감지했겠지만 그걸 의식 수준으로 떠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몇 회기 동안 선화 씨는 그가 살아온 방식대로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시키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심리상담에 저돌적으로 임했습니다. 자기 문제를 그토록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으면 다음 회기까지 고쳐서 오려는 그의 집중력은 대단히 칭찬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심리상담에서 흔히 경험하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가슴이 맞닿는 느낌은 도무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문제를 찾아서 뜯어 고치는 식의 접근은 효과적이지 않을 거라고 수차례 말을 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겠냐는 말에는 다른 건 다 해봤고 심리상담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무엇을 얻나요?”

“그 사람처럼 주체적인 사람이 될 거예요. 늠름한 사자처럼 당당하고 독립적인 인간, 자본주의에서 승리한 인간이 되는 거예요.”

결국 스스로 허망함을 맛볼 때까지 달려가겠구나. 상담자의 눈에는 그가 뻔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게 보였지만 그 자신은 그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넉 달이 더 지나 이윽고 그런 순간이 찾아 왔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데 가속 페달을 멈출 수 없어서 지쳐 가고 있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 밝기만 하던 그가 괴로움을 느끼는 모습은 어쩐지 인간다워 보였습니다.


“맑은 고통 같네요. 그 고통이 선화 씨를 정화할 수도 있어요.”

아무 말 없는 그에게서 기존과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엿보였습니다. 그에게서 전차 같은 저돌성과 집중력이 흩어진 지금이야말로 상담자의 말이 파고들 적기였습니다.

“그 시간과 돈을 들여서 진정 무엇이 변했나요? 왜 계속 그 셀럽을 좇나요? 그처럼 되면 정말 사자가 되는 건가요?”

그도 이제는 의구심이 있던 터라 상담자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침 이 날은 그 셀럽을 비판하는 댓글을 여러 개 읽고 온 날이었습니다.

“주체적인 인간이 되겠다면서 왜 그 사람에게 점점 더 종속되나요? 그건 엄마 사자에게 젖 달라고 매달려 있는 사자 새끼가 되는 게 아닌가요? 사자 주위에 머물며 사자가 남긴 찌꺼기를 먹는 하이에나처럼 살고 싶나요?”

조곤조곤 따지는 상담자의 말을 담담히 듣던 그가 선가의 유명한 이야기를 인용해 대답을 했습니다.


“아…… 제가 꼭 그 꼴이었네요. 강을 건넜는데도 뗏목이 너무 고맙고 예뻐서 머리에 지고 갔다는 스님처럼. 제가 그러고 있었네요. 어느새 그렇게 고마웠던 뗏목이 엄청 무거운 줄, 이렇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알았네요.”

내친 김에 그에게 곧장 물었습니다. 이제 누구의,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이제 하이에나 말고, 사자 새끼 말고, 사자의 심장으로 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겠어요.”

keyword
이전 21화내담자의 편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