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는 오늘도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학교로 들어갔다.
너는 늘 조잘대고 너의 이야기들은 어디로 향할지 모를 다양한 주제들을 품는다.
아침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잠드는 순간까지
너의 생각과 너에게 일어난 일들. 너의 감정. 그리고 너의 상상들을
정제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해 엉성한 모양으로 풀어낸다.
나는 그런 너의 수다스런 일상을 깊이 사랑한다.
너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선한자과 악한자들.
너의 꿈속에 나타난 상상 속의 괴물.
너의 일상 속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작고 섬세한 너의 감정과 만나 엉키고 꼬부러져
갖가지 모양의 조약돌이 된다.
알록달록, 수천 가지 모양의 조약돌이
강가에 드러누워 자글자글 노래를 부른다.
물가에 바람이 불면, 찰랑찰랑 물소리와 부딪혀
들어본 적 없는 노랫소리로 내 마음을 두드린다.
이미 굳어버린 심장을 가진 나는
그 소리가 낯설어,
어여삐 듣지 못하고
그저 성급하게 반응한다.
오늘도 네 마음속에 새로운 돌멩이가 굴러갔을까.
너의 꼬리꼬리한 그 마음에
내가 툭 던져버린 모진 외마디가 닿아
너의 돌멩이는 구린내를 풍기는 생기다 만 모양을 하고 있겠다.
어루만지고 쓰다듬어
모난 마음을 동그랗게 만드는 바람이 되어야지.
덜컥 덜컥 부딪히어 난 그 상처를
촉촉하게 감싸는 물이 되어야지.
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자잘하게 스며드는 모래가 되어야지.
매일같이 다짐해도
왜인지 나는 바람도 물도 모래도 되지 못한다.
왜인지. 나는.
강변에 구르는 내 돌들이 무거워
바위틈 사이사이 낀 내 마음들이 아프고 쓰라려
여지껏 하늘 한번 올려다본 적이 없다.
아이야.
내가 강가의 바람이 되어.
네 돌멩이를 보듬는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운 노랫소리를 듣게 될 거 같다.
네 마음변에 자글대는 순하고 여린 그 노랫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