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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쇄도전러 수찌 Nov 06. 2020

엄마, 나랑 여행갈래?

갓 취업한 딸과 갓 퇴직한 엄마의 같은 시간 걷기

'절대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헌신에 헌신을 거듭해 자기 삶이라고는 없어진 우리 엄마.

넘칠 만큼 고맙지만 때로는 슬프다.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엄마, 가장, 교육자, 살림꾼, 조언자, 운전기사였다.

어느 날, 엄마 미간에 팍 패여 돌아오지 않는 주름과 팔자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손톱 옆은 일만 하느라 굳은살이 딱딱했다.

‘내 손은 이렇게 보드라운데…’

‘나는 세상 어디도 다 다녀왔는데…’     


"엄마, 나랑 여행 갈래?"

"어디로?"

"엄마 가고 싶은 나라 있어?"

"파리도 가고 싶고~ 이탈리아도 가고 싶고~"

"다른 데는 없어?"

"......"     

엄마가 들어본 곳이라고는 그 두 이름이 전부.

"이모가 다녀왔는데 이탈리아가 그렇게 좋대."

'난 이탈리아 두 번 다녀왔는데… 엄마는 한 번도 못 가봤네….'     

엄마가 비행기 타 본 건 30년 전 '제주도 신혼여행'이 마지막이란다.

나는 항공권에 'frequent flyer' 찍혀 나올 때까지, 온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내가 카카오톡으로 건네는 사진을 집에서 열어보고 또 열어봤겠지.     


아, 이제는 엄마를 모시고 가야겠다.      

맨손으로 우리 남매 길러내느라 우리 엄마는 교양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늘 "딸이랑 같이 여행 갈래~" 외치는 약간 통통하고 귀여운, 평범한 아줌마.

세계 여행자 딸과 30  제주도 신혼여행이 마지막 여행지였던 엄마가 함께 여행을 했다.

딸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체득한 방식으로 엄마를 모시려 했지만, 엄마 마음은 가끔 다르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할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엄마와 같이 여행할 기회는 더 적다.

엄마와 함께 여행 가기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모처럼 함께 떠나게 된 길, 웃음과 만족 그리고 행복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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