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피터팬 하늘을 날지 못하다

캐나다 입국 혼란기

캐나다에 막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은 대환장 파티 그 자체였다

[캐나다에 온 날은 12월24일]


사실, 이날로 입국날짜를 잡은 건 크리스마스 이브를 눈의 나라 캐나다에서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아뿔사!! 캐나다는 12월24일부터 새해까지 쉬는 곳이 많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보다 서양은 크리스마스를 더 특별하게 생각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차를 1월2일까지 받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1월25일은 모두가 쉬는 날.

음식이 없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구..

와이프가 뭔가를 생각해냈다.


"한인마트는 문을 열지 몰라"

"그러네, 한인마트는 한국 사람들이니 크리스마스에도 열 수 있겠다"

"그런데, 근처에 한인마트가 있어?"

"나, 어제 올때 잠깐 들렸어. 구글지도 켜고 가보자"


그러고보니 어제 캐나다에 입국할 때 와이프가 근처 마트에서 먹을거 약간 사온다고 들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라이딩 서비스를 이용해 지리를 정확히 몰랐지만, 우리에겐 구글이 있다.


그렇게 가방을 둘러멘 채 구글지도를 켜고,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길을 나섰다.

어디가 도로인지 인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글이 가라는 방향으로 갔다.

<12월24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번 눈이 내리면 이 정도로 쌓인다>

그렇게 겨우 찾아낸 한인마트!

이 곳에서 먹을 걸 조금 사서 가방에 넣은 채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뭔가 빙하기 시대 사냥을 해 온 가장의 느낌이었다. 


그렇게 먹을 건 해결됐는데...

차가 없으니 어디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집 뒤에 있는 공원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자세히 보니 집 뒤에 공원이 있었다.

그 곳에서 눈썰매를 탈 수 있었다.

우리는 1월26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근처 Walmart로 향했다.

거기서 눈썰매를 구매해 공원에서 신나게 썰매를 탔다. 

<공원에서 눈썰매를 실컷 탔다>

그날 만큼은 너무나 즐거웠다.

한국에는 강원도나 가야 이 정도 눈이 쌓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에 우리 부부도 덩달아 즐거웠다.

그렇게 연말까지는 쉽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 부부는 1월이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이 학교를 가게 될 줄 알았다.

학교에 보내기 위한 서류를 접수한 곳이 있었는데, 깜깜 무소식이었다.

와이프가 그 곳에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거나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도 학교배정이 되지를 않았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답변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집에만 있다보니 점점 게임만 하는 시간이 늘었고, 우리 큰 아이는 점점 예민해지며 동생과 싸우는 횟수가 늘었다.


2주가 흘러갈 때쯤 결국 일이 났다.

나 역시 조바심과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이다.

큰 아이가 우리의 통제를 따르지 않자

결국 폭발했다.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고 책을 돌돌말아 엉덩이를 때렸다.

서양에서는 아이에게 체벌을 하면 경찰이 올 수도 있다는데, 당시는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엉덩이를 여러차례 때리고 나자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늦었다.



다시는 체벌을 하지 않을게

나는 아이에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체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발 앞으로는 아빠나 너에게 이런 잔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까지 지켜 온 나의 신념이 무너졌다는 것에 너무 힘들었다.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아이는 ADHD다.

본인이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지금도 사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해가 100%가지는 않지만, 아이는 본인이 본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할 때가 종종있다.


그 당시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빨리 어떻게든 학교를 보내자. 왜 연락이 안오는거야?"

"내가 좀 더 알아볼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류는 직접 district에 접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웰컴센터같은 곳에 접수를 한 것이다. 거기는 업무처리가 엄청 느린 곳이라, 빨리 학교를 배정받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district에 직접 접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1월 중순이 되서야 그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district에 가서 접수를 했다.

접수를 하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접수한지 일주일 내 연락이 와서 학교가 배정됐다.

그날 학교배정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우리 아이가 말로만 들었던 캐나다 학교를 가게 된 것이다.  

 

 

이전 06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피터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