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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요정 가루가 필요해요

캐나다에서 ADHD 치료약 받기 

"약이 떨어져 가는데 어쩌지"

"이제 병원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우리 아이가 한국에서 받아온 약은 3개월치다.

그런데 그 3개월이 다돼 가고 있었다.


우리는 약을 먹기 전 아이의 모습과 약을 먹은 후 아이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약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약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우선 한인 의사가 있는 클리닉을 찾아 연락을 했다.


"저희는 예약을 받지 않아요. 당일날 빨리 오신 순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도 동네 병원에 예약이란 없었다.

먼저 가서 접수를 해야 했다.

캐나다도 똑같았다.

차이라면 바로 가까운 동네에 없다는 것뿐...




우리는 주말에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깨운 다음 아침을 먹이려고 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거북이걸음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며 통제에 전혀 따르지 않았다.


"야. 오늘 병원 가야 하니까. 빨리 서둘려야 돼"

"무슨 병원?"

"너희 감기증상도 있잖아. 감기약도 받아야 하고 또 다른 약도 받아야 되니까. 빨리 서둘러"


이제까지 아이들은 우리들 말을 단 한 번도 한 번에 들은 적이 없었다. 

역시 이날도 똑같았다.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그나마 말을 들었다.


아침을 다 먹이고 나서 부랴부랴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웠다.


"아. 맞다 레고 가지고 가야 돼"

"뭐? 지금 바빠 죽겠는데, 무슨 레고야"


그 말을 들은 큰 아이의 얼굴이 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예민해지며 동생한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알았다. 빨리 가져와"


항상 아침에 서두를 일이 있으면 이런 광경이다.


레고를 챙긴 아이가 타자마자 황급히 차를 몰고 우리는 클리닉을 찾았다.

그리고 클리닉의 문을 여는 순간 사람들이 몇 명 앉아 있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행히 우리는 오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진료를 받은 클리닉>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그때 의사가 우리 아이를 불렀다.

우리는 아이의 증상을 이야기하며, 한국에서 받아 온 진단서를 보여주었다.


"제가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서 상담이나 약처방은 어렵습니다"


우리는 순간 약을 처방받을 수 없을까 봐 놀랬다.


"그러나, 진단서가 있으시니 여기 적힌 대로 처방은 해드릴게요"


우리는 그제야 안심을 했다.


"네, 그것만이라도 다행이네요"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세요"

"전문의 상담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큰 병원을 가셔서 예약을 하셔야 하는데, 아마 진단받는데, 6~7개월 걸리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그 순간 생각했다.

캐나다에서 전문의 처방받기는 힘들겠구나.


그때 우리 큰 아이가 의사에게 물었다.


"질문이 있는데요"

"뭐?"

"돈 많이 벌어요?"

"응?"

"우리 엄마 아빠가 의사는 돈 많이 번대요"


그 순간 우리 부부는 얼굴이 붉어졌다.


"나 돈 없어. 하하"


한국의 의대 열풍에 의사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몇 번했는데, 그걸 아이가 들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한 고비를 또 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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