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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선장은 어디에나 있다

캐나다 선생님과의 면담

우리 부부는 서양인들의 교육방식에 대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 미국 선생님과 학생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 토론 및 대화를 하는 장면을 TV로 자주 봤고, 이는 우리나라의 강압적/주입식 교육과 대비되며, 미국의 교육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ADHD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전이야 그렇다 쳐도

이를 밝히고 나서도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우르르 몰려나왔지만, 우리 아이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


"Leo는 선생님과 면담 중이에요"


나에게 학생 중 한 명이 이야기를 해줬다.

나는 교실 앞으로 갔다.

내가 오자마자 교실에서 Leo의 담임선생님이 나왔다.


"Leo가 또 무례하게 굴었어요"

"네? 무슨..."

"수업시간이 시작돼서 더 이상 장난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장난을 멈추지 않더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가 나왔다.


"나 억울해"

"뭐가?"

"친구가 장난을 먼저 쳤는데, 나만 혼냈어"

"그래도 네가 장난을 안치면 되잖아"

"개가 장난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난 속상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차로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는 또 나에게 말을 붙인다.


"아빠 나 정말 억울해"

"알았으니 그만하자"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ADHD의 증상 중 하나는 의자에 계속 앉아있기 힘들어하거나, 예민하게 구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ADHD라는 것을 밝혔는데, 여기 선생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자기 수업을 방해하면 그걸로 그 아이는 문제아인 것이다.




아내는 많이 속상해했다.


"캐나다 선생님들이 더 심한 것 같아"

"뭐가"

"자기 나름대로 룰을 만들고 이를 어기면 그냥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것 같아"

"그래?"

"어떻게 Leo만 그렇게 맨날 남으라고 해. Leo가 억울할만해"


나도 사실 너무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점점 위축되고 예민해졌다.

피해의식도 커졌다.


오히려 ADHD라고 밝히지 말걸 그랬다


우리 부부가 자주 한 말이다.

영어라도 유창하면 따지기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니 죄송하다고 할 뿐이었다.

그러고 집에 오는 길에 이렇게 말해볼걸 하고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더욱이, 문제는 담임 선생님뿐만이 아니었다.




반 친구들의 태도도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Leo는 자주 친구들이 자기 마음을 잘 몰라준다고 이야기했다.

또, 친구들이 싫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걱정이 되면서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견학 관련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우리 부부는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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