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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Jan 16. 2024

덕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바오 패밀리 사랑해♡

나는 외향인 'E'를 크게 간판에 달고도 사실상 'I' 유형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 물론 그것을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여하튼 그렇다. 그게 기정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한들 그저 혼자 조용히 무한한 애정을 보냈을 뿐, 실제 발바닥에 불나도록 찾아다니며 열정을 발산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중년 아줌마가 되어 BTS에 입덕하여 자랑스럽게 '아미'라고 선언한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그런데, 오빠라고도 부를 수 없는 우리 탄이들은 국가 수호의 임무를 수행하러 모두 군대에 가버렸으니, 그들의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고민할 겨를도 없이 그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두둥!


그것은 바로 판! 다!


아이가 어려서 어설프게 동물의 이름을 대기 시작한 이후부터 동물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들었다. 그렇게 많은 동물들을 수도 없이 봐왔음에도 우리가 언제 두 눈에 하트를 뿅뿅 띄우고 입이 헤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넋을 놓고 바라본 동물이 어디 한 종류라도 있었던가? 호랑이는 어흥, 원숭이는 끽끽, 코끼리는 와~ 크다~ 이게 전부였는데.. 그조차도 할 말이 없으면 어머~ 쟤 좀 봐!(이름조차 몰라 '쟤'로 통일되는 동물들이여 미안하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런 동물은 없었다.

무려 판다를 영접하기 위해 한파가 정통으로 내리친 12월 마지막주,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에버랜드 오픈 한 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입장과 동시에 요이땅 시작된 오픈런 대열에 합류해 결코 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미친 여자처럼 뛰어도 보고, 내리는 눈을 때려 맞으며 줄을 서서도 오직 판다를 만날 생각에 설레기만 했다.


그렇게 거창한 과정을 거치고도 들어가면 겨우 5분 관람 제한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니 모두가 공평하게 판다를 만나기 위해서 이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워낙 예민한 동물인 판다를 위해 모두가 조용한 관람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사육사님들의 홍보 덕분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살금살금(뛰어) 들어가 마주한 푸바오와 러바오의 모습은 그야말로 심장이 쿵, 심쿵! 떨어진 심장 찾을 겨를도 없이 곧바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하다.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렇게 판다월드 안에서의 5분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삭제! 아쉬움을 안고 돌아 나온다.



무한루프 줄 서기도 설렘 그 잡채


요즘 우리 세 식구가 판다 하나로 대동단결했다. 얼어 죽을 듯 추웠던 그날에 우리는 돌아 나오면 또 줄을 서고, 돌아 나오면 또 줄을 서서 3회전을 했더랬다. 그렇게 추운 날씨임에도 부득부득 아이의 체험학습을 신청하고서라도 판다월드를 찾은 이유는, 곧 있으면 푸바오가 중국에 가기 때문이다. 언제 갈지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푸바오의 모습을 가서 봐야만 한다는 굳은 의지가 궂은 날씨를 이기게 만들었던 것이다.

푸바오의 대나무 먹방♡ & 잠들기 직전 어부바 나무 위의 푸바오


처음엔 왜 보내야 하느냐며 눈에 불을 켜고 물음표를 날렸지만, 사육사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제는 짝을 만나 번식을 해야 할 시기도 되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푸바오의 판생을 위해 가는 게 맞겠다는 쪽으로 수긍이 갔다. 유튜브를 통해 아기 시절부터 모든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봤기 때문에 정말 마음으로는 함께 키운 듯 소중한 우리의 푸바오지만, 사육사 강바오 님의 말씀처럼 그저 푸바오가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수밖에... (떠나는 날 눈물 한 바가지 미리 예약 ㅠㅠ)



강바오는 못 참지!


길에서 연예인을 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나란 사람. 화장실에 간 남편을 기다리느라 앞쪽에서 얼쩡대고 있던 나와 딸아이는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시는 강바오 사육사님을 발견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뿜어져 나왔는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어머나 강바오 강바오~"를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고, 어느새 쫓아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딸아이 등짝을 들이밀어 세우고 소중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최근 사육사님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었는데 판다를 자식처럼 살피시는 모습에 감동, 그렇게 하기까지 그분들이 가지고 계시는 나름의 철학에 깊이 감동하며 공감하고 있던 터였다. 어디서든 자기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세상에 그보다 멋진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단언컨대 지구상 현존하는 생명체 중 가장 사랑스러운 판다와 또 그들을 지금의 화제로 끌어올린 사육사님을 직접 뵀다는 자체만으로 행복 넘치는 하루였다.  



푸바오 덕분에 매일매일 행복해


물리적으로 매일 판다월드에 방문할 수는 없으니 사실상 하루도 빠짐없이 유튜브로 바오 패밀리의 일상을 살피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신기한 건 매일매일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러 하루도 빠짐없이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부럽기도 하고 덕분에 감사하기도 하다.


요즘은 지난해 7월에 세상빛을 본 쌍둥바오들이 실내 방사장에 나오고 있다. 영상을 통해 봐도 하루가 다르게 폭풍 성장하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인데, 더 많이 커버리기 전에 꼭 눈으로 담고 싶어 다시 오픈런에 도전하자고 작당모의를 하는 중이다. 꼬물꼬물 작은 아기 판다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입틀막 무음처리 비명을 얼마나 질러야 하는 건지 상상조차 힘들다.

누가 보면 어이없다 하겠지만 우리 집엔 현재 판다가 네 마리나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가장 큰 사이즈는 가격이 상당히 비쌌는데, 그 큰 인형을 안고 다니는 수고로움과 비용을 모두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판다니까♡

쌍둥바오(루이바오 & 후이바오)라며 아기 판다 인형 두 개를 꼭 집어 안고 내려놓지 않는 딸아이를 보며 크게 말리지도 못하고(=않고) 묵묵히 계산대에서 카드를 내밀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단합이다.

책장에는 온통 푸바오가 가득이다. 강바오 님과 송바오 님이 직접 쓰신 포토 에세이를 모두 구입해 버렸다. 곧 중국으로 가게 될 푸바오를 우리 모두가 행복한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 푸바오의 순진한 눈망울과 따뜻한 사육사님들의 마음이 가득 담겨 보는 내내 울컥하기도 하고, 또 미소 짓게 해주는 책들이다. 역시 무엇이든 글로 남기는 게 가장 의미가 깊지 않나 새삼 생각해 본다.


우리 딸아이는 푸바오가 중국에 가더라도 누가 매일 유튜브에 푸바오의 생활을 올려주면 안 되냐고 내게 묻는다. 답해줄 수 없는 이 질문에 나도 크게 한 표를 얹어보는 바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애정을 쏟아부어준 만큼 중국에서도 누군가 그렇게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수많은 판다 중 한 마리가 아니라, 너무도 특별한 우리의 푸바오라는 사실을 중국 사람들도 알아줄 수 있을까?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야 애틋한 감정이 온통 실린다지만, 동물원에 있는 판다가 이렇듯 오롯이 내 마음을 앗아갈 줄이야...

판다월드를 방문했던 날, 어쩌면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순간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마음속으로 빌었다. 푸바오야 어디서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마워..




*대문사진 출처: 에버랜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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