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
우리 대학 교수님들께 보낸 3월 학장서신입니다.
매달 초에 학교 소식도 알리고 안부도 여쭈면 좋을 것 같아서 서신을 써 왔는데,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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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께,
흉흉한 시절입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학장인 저로서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무사히 학업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가능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의과대학 교수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장께서는 일방적으로 의대입학정원을 제출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집행부가 제대로 역할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항의의 표시로 저를 포함하여 모든 의과대학 보직자들은 총장께 보직사직원을 제출하였습니다.
‘오랑캐의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던 동방규(東方虬)의 시가 쓰리게 와 닿는 때입니다. 미래를 다짐하며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치욕(胯下之辱)을 견딘 한신(韓信)의 고사도 떠오릅니다.
봄 같지 않은 봄, 울분을 삼키는 시절이지만 부디 학생들과 학교의 미래를 위하여 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디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2024년 3월 5일
학장 강윤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