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딩 3종세트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대한만국에서 아이들에게 유행처럼 번지는 3가지가 있어 나온 말이다.
첫 번째는 키 성장주사다.
한국사회에서 성장주사의 열풍은 대단하다.
한 달에 80~100만 원. 1년 이상은 맞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든다.
그렇기에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종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외모와 신체 조건이 곧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혹여 키 작은 유전자를 물려줄까 두려워 주사를 맞혀서라도 무조건 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사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의학적으로 이유가 있을 때만 처방이 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같은 경우는 법적 규제가 엄격해 '질환으로 인한 성장장애'인 경우에만 처방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또래보다 키가 조금 작을 뿐, 의학적으로는 건강한 아이들도 성장주사를 맞는 것이다.
“옆 집 아들은 키가 180cm가 넘는대” "성장주사 맞았더니 12cm가 컸다잖아요!"
주변의 분위기와 사회적 압박이 부모를 흔들고, 결국 연간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주사를 맞히는 일이 당연한 코스가 되어 버렸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서라도 내 아이에게 큰 키를 선물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성장주사는 단순한 의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다. 키 몇 센티미터에서부터 아이들의 경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드림렌즈와 치아교정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값비싼 투자’ 다.
100만 원~ 200만 원 정도 드는 드림렌즈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300~ 400만 원 정도의 치아교정.
이러한 것들은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고 두 번 세 번에 걸쳐 이어진다.
한국의 10대들 사이에서 ‘드림렌즈’와 ‘치과교정’은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니다.
원래 드림렌즈는 심한 근시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의료적 방법이었고, 교정은 치아 건강을 위한 치료였다.
그러나 지금은 “안경 없는 또렷한 눈매와 건강한 시력” 그리고 “깔끔하고 고른 치열” 또한 아이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일종의 투자가 되었다.
세 번째가 학군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공부 잘하는 약'이다.
'내 아이가 공부만 잘할 수 있다면?'이라는 마음이 불러온 과욕인 걸까.
약에 대한 부작용은 생각해 보고 먹이는 걸까? 당장 대학만 좋은데 들어가면 아이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공부 잘하는 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ADHD 치료제는 처방 건수가 지난 5년간 만 16~18세 연령대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고3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많이들 처방을 받아간다는데, 원래 이 약물은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뇌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조절해 집중력과 주의 지속 시간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혹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약물이 언제나 안전할 수는 없다. ADHD 치료제는 ADHD환자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는 약일 수 있지만, 환자가 아닌 경우 복용했을 때는 불면, 두통, 심장 박동 증가, 불안감, 우울감 같은 부작용 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먹이는 약인데 어떻게 이러한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고 겁 없이 먹일 수 있는 걸까?
이러한 유행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성장주사, 드림렌즈와 교정, ADHD 약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K-고등학생 3종 세트’는 지금 한국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내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지금의 현실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없나 보다.
대학 가기도, 취업하기도, 결혼하기도 버거운 이 현실 속에서, 혹시 우리는 남들보다 더 키 크고 멋지며 공부도 잘해 능력까지 갖춰야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그렇게 빚어내려는 욕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남들도 다 하니까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젝트’처럼 관리당하고 키워진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K고딩 사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흐름이 있다.
바로 우울증, 탈모,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들이다.
혹여 이마저도 ‘K-고딩 3종 세트’에 포함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 신나게 웃으며 밝게 자라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