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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May 19. 2024

팔식(八識), 아는 것에 너무 확신하지 마세요

불교에서는 인간에게 팔식(八識) 즉 8개의 의식(識, consciousness)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여기서 한자 識은 ‘알다’, ‘기록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늘 여덟 가지 "식"을 통해 우리 존재를 이루고, 작동합니다. 이들 팔식을 통해서 밖의 세상에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합니다. 이렇듯 팔식은 우리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팔식으로 인해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을 한다는 것은 이런 식(識)을 지혜로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 여덟가지 식을 네 가지 지혜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깨달은 자들만 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 중에도 대승의 단계에 도달해야만 팔식을 지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게 대승불교의 보편적 지식입니다.


팔식 중 첫 6가지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생깁니다. 우리는 눈, 귀, 코, 혀, 촉감의 다섯 감각기관이 있는데, 이를 안식(眼識-눈), 비식(鼻識-코), 이식(耳識-귀), 설식(舌識-혀), 신식(身識-촉감)이라 부릅니다. 우리 같은 중생은 보통 그렇게 작동합니다. 다섯 감각기관이 쉬지않고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예로 어떤 표면을 만지만 그게 나무의 촉감인지, 금속인지, 뜨거운지, 차가운지, 부드러운지, 단단한지 그런 정보를 얻습니다. 그렇게 다섯 가지의 식은 밖에서 내부로 정보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식은 외부와 소통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여섯 번째의 식인 의식(意識)으로 들어갑니다. 너무 이론적인가요? 이해하려고 너무 노력하는 대신 그냥 편하게 읽어보세요. '아! 이런 게 있구나. 흥미롭군.' 이런 식으로 술술 읽어넘겨보세요.


아무튼 이런 우리의 여러 "식"은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혼란을 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온종일 여러 종류의 정보로 폭격을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마음 즉 의식이 항상 공격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이 항상 버겁고 힘듭니다. 외부 세계로부터 물밀듯 들어오는 정보로 인해서 압도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여러 "식"들은 쉬지않고, 그런 정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쉴 틈이 없습니다. 좋든 싫든 정보는 밀려들어오고, 우리의 생각하는 마음은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늘 바쁘고, 온종일 피곤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리가 들리면, '아! 클래식 음악이네.', 밖을 보면 '꽃이 빨간색이네.' 또는 입에 음식을 넣고 씹으면서 '맛이 짭짭할네'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다섯 식의 꼭대기에 "의식"이 있는데, 그것을 "마인드 킹(Mind King)"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왕이 다섯 개의 식을 담당하고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이해했나요? 이제 나머지 두 가지가 남았습니다.


7번과 8번이 있습니다. 여덟 번째 식은 아뢰야식이라고도 합니다. 쉽게 말해 저장소, 하드드라이브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뢰야식에 모든 정보를 저장합니다. 아뢰야식은 마치 무무진한 하드디스크 같이 우리가 한 일, 기억하는 것, 모든 걸 다 저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짓고 있는 카르마도 모두 이 아뢰야식에 저장합니다. 아뢰야식은 현생에서 얻은 정보만이 아니라 세세생생 획득한 모든 정보를 전부 저장합니다. 우리는 불교의 지혜를 통해서 위와 같이 마음이 작동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게 불교의 지혜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마음의 왕과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인 아뢰야식이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이를 말나식(末那識)이라고도 부릅니다. 일곱 번째의 말나식이 바로 이 정보를 구부리고 마사지하는 우리의 자아 즉 아상(ego)입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이게 음악이구나’하고 인식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줍니다. 음악을 들려주고, “이건 클래식 음악이야”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면 아이는 “이건 클래식 음악이야”라는 정보를 팔식에 저장합니다. 그뿐입니다. 간단한 일입니다. 그냥 단순한 사실이 정보로 저장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정보를 주무르고 마사지해버리는 말나식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말나식이 “이건 듣기 좋은 클래식 음악이야”, “질 떨어지는 클래식 음악이야”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아상은 “이것이 더 좋아”, “싫어”, “관심 없어”라는 말하며 정보를 막 주물러댑니다. 이렇게 우리의 아상은 정보를 왜곡합니다. 여섯 번째 의식 즉 마음은 ‘이건 클래식 음악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그건 그냥 사실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저장소인 아뢰야식으로 갈 때, 일곱 번째 식을 거쳐 가면서, ‘으~ 난 이런 좋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라고 말합니다. 그 굴절된 정보가 아뢰야식에 저장됩니다.


아무튼 아뢰야식에 저장된 정보는 너무나 방대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뢰야식에 저장된 정보에 항상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여기엔 우리 통제력을 벗어난 여러 조건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우리의 업장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집니다. 우리가 원한다고 아무 때나 모든 정보에 접근해서 꺼내쓸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그런 건 부처님만 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전생에 다른 사람의 공부를 방해했습니다. 다른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또는 여러분이 전생에 아이들을 세뇌해서, 학교에 못 가게 했습니다. 이런 일은 후진국에서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게 업장입니다. 아이가 공부하고 배우는 걸 방해합니다. 나중에 여러분의 차례가 오면, 그 아이가 여러분이 공부하고 배우려는 것을 막을 겁니다. 여러분이 아뢰야식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것도 방해할지 모릅니다. 그것을 업보(karmic retribution)라고 부릅니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마음 즉 의식이 ‘이건 클래식 음악이구나’라고 알아차리고, 그 정보는 자동으로 아뢰야식으로 갑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미래에 클래식 음악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는 끊임없이 저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아상인 말나식이 그 정보에 ‘좋아!’, ‘싫어’, ‘별로야’, ‘너무 좋아’라며 쉬지 않고 말합니다. 그래서 8식에 저장되는 정보는 ‘이건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야!’입니다. 우리의 지식은 이렇게 구부러진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이 “좋다”와 “나쁘다”라는 식으로 구부러져 있습니다. 그건 무얼 뜻합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에 너무 확신하거나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행으로 변화가 생길 때마다 예전에 확신했던 많은 것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늘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굴절된 마음이 아닌 곧은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덕 높은 스승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여러분을 돕기로 결심한다면, 여러분은 수행으로 더 멀리, 더 빨리 발전할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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