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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산만할수록 단순한 명상이 필요합니다

by 현안 XianAn 스님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을 겪습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관계는 얽혀 있으며, 몸은 피곤한데 생각은 멈추지 않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잠들기 전까지 머릿속을 계속 맴돕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무기력과 불안이 마음의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명상에 기대를 겁니다. 조용히 앉아 있으면 뭔가 달라질 것 같고, 마음이 가라앉고 정신이 맑아질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막상 명상을 해보면 기대와는 정반대의 경험이 찾아옵니다. 다리는 아프고, 온갖 생각이 쏟아지며, 도무지 마음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래서 금방 실망하고 “나는 명상 체질이 아니구나” 하며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불편함을 마주하고, 그걸 인내하는 훈련이야말로 명상의 핵심입니다. 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조차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처음부터 생각이 끊이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몸이 불편해도, 감정이 요동쳐도, 그 상태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견뎌내는 것이 이미 명상의 기반을 단단하게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번에 유럽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명상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들의 수행이 정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들은 조용한 공간을 찾지만, 정작 그 안에서도 마음은 요동칩니다. 문제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불편함을 피하려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그런 기반에서 만들어진 삼매는 너무나 약합니다. 진짜 고요는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길러져야 합니다.


명상 수업에서 자주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를 느끼면 무언가를 바꾸려 합니다. 소리를 차단하거나, 자리를 피하거나, 다른 생각으로 덮으려 합니다. 하지만 명상은 반대로 그런 조건 속에서도 마음을 한 생각에 고정시키는 훈련을 합니다. 그것은 마치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예전 수행 방식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반복해서 절을 하거나,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외거나, 자세를 유지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 일. 이 모든 전통 수행은 흩어진 마음을 다시 모으는 힘을 길러줍니다. 현대에는 다양한 명상법들이 있지만, 오히려 단순한 방식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함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곧 선이며, 우리가 명상을 통해 되찾아야 할 마음의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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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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