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명상을 배우고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분명히 변화합니다. 그러나 수행이 한 단계, 한 단계 깊어질수록 어느 순간 마음 깊숙이 숨어 있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그 트라우마를 잊고 지내다가 명상 중 문득 떠올리며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앉아 명상해도 어떤 기억이나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딱딱하게 굳고,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과거에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이유 없이 멀어진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희미해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주 피곤하거나, 누군가를 보면 이유 없이 불편하거나,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날 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생각과 감정에 덮여 있는 이 트라우마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종종 이미 극복했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앉아 수행하다 보면 점점 그 트라우마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원망, 분노, 후회, 자책. 그리고 그 아래에는 놓지 못한, 용서하지 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마주하는 순간은 괴롭습니다.
“이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불쾌한 생각들이 올라옵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매우 정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수행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입니다.
명상이 모든 과거를 잊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를 꺼내 보여줍니다. 진정한 치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괜찮은 척, 이해한 척했던 나의 마음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음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조금씩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용서란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닙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일입니다. 다시 중심에 앉을 수 있도록, 내가 나 자신을 풀어주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