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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Jan 21. 2024

이민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만 나이 계산법'

 한국말로는 '만 나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International Age 전 세계사람들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나이'이다.  그에 비해 태어나면서부터 1살을 먹는 '한국식 나이'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작년 '만 나이 통일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이 나이 계산법을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일본은 1902년부터 만 나이를 적용했고 중국은 1970년대부터 만 나이를 적용했으며, 심지어 북한도 1980년대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만 나이를 쓰도록 했다고 한다. 엄마뱃속에 있는 태아도 나이를 인정해 줘서 태어날 때 1살이라고 하는 것은 생명중시사상을 강조하는 듯 하나 사실 그러한 의견은 한국식 나이 사용을 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이며, 전해지는 바로는 예전 왕이 즉위하던 그해를 날짜에 관계없이 0년이 아닌 1년으로 보는 역법의 햇수를 세는 방식에 기초되었다고 한다. (네이버 백과 참조)

 



 태어나면서 '0'으로 시작하는 만 나이 계산법


 외국에서 지내면서 헷갈리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만 나이'이다. 뉴질랜드에 지내면서 한국식 나이 계산법이 맞지 않음을 경험하여 낭패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이가 태어나고 첫 예방접종인 6주 차 접종을 가던 날이었다. 첫 예방접종이었기에 6주 차가 되던 주를 달력에 표시 해놓았고, 그 주에 병원 접종 예약 해놓았으며 신랑도 미리 반차 내두었다. 병원에 가서 예방접종만 하면 되고 오는 간단한 외출이었지만 아이의 첫 외출인지라 여분의 기저귀며, 분유며,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까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예약을 했지만 접수를 하고 기다려야 했고, 코로나 기간인지라 부모 중 한 명만 같이 있을 수 있어 신랑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도중 아이는 낯선 환경을 감지한 건지 울음을 터뜨렸고 난 정신없이 분유를 타 아이를 먹이며 달래고 있는데 아이차례가 왔다. 담당 GP 가 아이와 나를 맞아주었고 나는 아이 6주 차 첫 접종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달력을 보더니 이번주가 아니라 다음 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몇 번이나 집에서 달력을 보며 확인을 했던지라 의사 앞에서 이번주가 6주 차라고 이야기를 하니, 의사는 달력을 직접 보여주며 아이 생일을 가리키며 이번주는 태어난 지 5주 차이고 다음주가 6주 차라고 이야기를 했다. 순간 멘붕이 왔지만, 다음 주로 다시 잡고 가라는 말에 얼떨떨한 채로 다음 주로 다시 예약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신랑에게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였다고 이야기를 하니 회사에 아이 접종을 가야 한다고 반차를 쓰고 나온 게 눈치 보였는지 다음 주에 또 가야 하는 것에 왜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는지 타박을 했다. 분명 나는 제대로 계산을 한다고 여러 번 했는데 도무지 이상해서 우리는 핸드폰으로 달력을 들여다보며 다시 따져보았다.


 나는 아이가 태어난 주를 1주로 계산을 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만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태어난 지 첫째주는 생후 1일~6일 주수로 따지면 1주가 채되지 않아 1주가 아닌 0주로 계산해야 허는 것이. 6일을 채우고 7일째 되는 날이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그 주가 1주 차다. 8일째가 1주 1일, 1주 2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계산을 하니 내가 6주 차라고 계산했던 주는 5주 차였던 것이고, 6주 차는 그 다음 주였다. 그야말로 멘. 붕. 이였다. 내가 맞다고 여긴 것이 다른 곳에 와서는 전혀 맞지 않는 계산법이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사실 한국식 나이는 외국보다 나이만 한 살 많은 것이라고 그동안은 심플하게 생각을 해왔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계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셈 법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1을 넣고 계산하는 것과 처음부터 0으로 시작하는 것이 그 '차이'였고, 그것은 1살, 2살의 나이만이 아닌 태어나는 것 말고도 무언가를 시작한 개월 수, 일 수를 따질 때 모두 적용되는 계산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외국에 살면서 그 계산법을 한국식 나이 계산하는 식으로 처음부터 0이 아닌 '1'로 계산한다면 모든 계산이 다 달라지는 것이다. 30년 넘게 내가 살아온 곳에서는 맞았던 계산법이 다른 환경에서는 잘못된 것이 되어버리니 이것은 큰 정말 그야말로 충. 격.이었다. 주수로 따지면 5주 차였던 것이고 개월 수로도 2개월 차가 아닌 1개월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만 나이, 아니 세계적인 나이 계산법, 일 수 , 월 수 , 주 수 계산법을 내 머릿속에 새로이 장착시켰다. 혼돈을 없애기 위해서 기존의 한국식 계산법은 모조리 없애버렸다. 외국에 살면서 나이는 당연히 만 나이로 이야기했지만 그것만이 아닌 모든 계산법, 아이 주 수, 개월 수, 무언가를 시작한 일 수 , 월 수 모든 게 다 바뀌어지는 것이었다. 내 머릿속에 프로그래밍되어있던 것을 빼고 새로운 것으로 갈아 끼는 작업이었다.

1월 2일이 생일이라고 했을시, 일주일이 되는 9일부터가 1주, 16일부터가 2주....로 계산해야 함.







아직도 바뀌지 않는 '한국식 나이' 계산법


2023년 6월 28일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세계적인 나이를 따르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한국식 나이를 그대로 쓰고 있거나 심지어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 것도 모르는 사람들 많이 있다. 아이가 18개월 즈음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옆에 할머니와 같이 나온 아이가 있었다. 우리 아이 또래로 보였는지 아이 할머니께서는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으셨고 1살이라고 이야기하자, 본인 손자는 3살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있다가 개월 수를 물어보니 우리 아이와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는 친구였던 것이다. 그런데 한 명은 만 나이로 계산해서 1살이었고, 다른 한 명은 2살이나 많은 3살이 되어 버렸다.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것은 한국식 나이 계산은 새해가 되면 모두 똑같이 한 살을 먹는 것이고, 만 나이 셈법은 자기가 태어난 날, 즉 생일이 지나야 만 한 살을 더 먹는 것이다. 이것도 굉장히 큰 차이이다. 이 셈법으로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 차이가 1살이 아니라 2살까지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도 한국식 나이로 하면 2살인데 새해가 되어 1살을 더 붙여 3살이 된 것이다. 아래 통일법의 굴조를 보면 다음과 같고 여기에 '만 나이 계산법의 중요하고도 큰 특징' 2가지가 나온다.


행정기본법 제7조의 2 (행정에 관한 나이의 계산 및 표시)

행정에 관한 나이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산입 하여 만(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로 표시할 수 있다.


민법 제158조 (나이의 계산과 표시)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 하여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로 표시할 수 있다.


 만 나이란?
출생일을 기준으로 0살로 시작하여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나이 계산법

다만, 1세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개월 수로 나이를 표시합니다.






 위에 보는 바와 같이 만 나이 계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출생일을 기준으로 0부터 시작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해가 아닌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한다라는 이다. 2021년 3월 생인 딸아이를 예를 든다면, 지금 2024년 1월이므로 만 나이로 아직 2살인 것이다. 3월 아이의 생일이 지나면 3살이 되는 것이다. 작년 아이 두 돌이 지나고 아이가 말을 하면서부터 주변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몇 살인지 묻기에, 아이에게 'OO는 두 살이야.'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아이는 검지와 중지를 들어 두 살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녀오더니 아이가 갑자기 'OO는 4살이야. 언니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물어도 손가락 4개를 펴면서 '4살'이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면 아이에게 '아니야, OO는 아직 2살이야.'라고 말을 해주는데 그래도 자꾸 자기는 4살이라고 답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한국식 나이로 4살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주위 친구들도 4살이라고 이야기하니 자기도 4살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아버님께서 이번에 어머니 칠순이라 칠순잔치를 해야 하니 괜찮은 식당을 알아보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어머니가 우리 친정 아빠와 나이가 같으셔서 나는 '어? 아직 아빠가 칠순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어머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아직 만 나이 시행이 안되었고, 예순은 59세 때 (즉 만 나이로 60세)에 하지만 칠순은 70세에 하는 것이니 올해 하시는 게 맞다고 하셨다.(어머님은 만 나이 시행이 올해 되시는 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말씀드렸지만 이미 그렇게 하시는 걸로 생각을 하셔서 어머님뜻에 따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식당을 예약했다. 젊은 사람들도 이미 고착화된 '한국식 나이'에서 '만 나이'를 따르는 게 쉽지 않은데 어르신들은 아직 더 어려우시겠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이렇듯 아직 한국에서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었지만 몇 백년을 고수해온 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민 가서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한국식 나이'가 편해서 고수하더라도 외국에 나가서 특히 이민을 가서 살 계획이라면 반드시 '만 나이 계산법'을 알고 가야 한다. 그래야 나이뿐 아니라 무언가를 시작하는 날짜, 개월 수를 세는 데 있어서, 특히 아이 학교나 병원을 갈 때에도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뉴질랜드에서는 학교를 갈 때에 5세 본인 생일이 되는 해에 입학을 한다. 그래서 졸업식은 있어도 일률적인 입학식은 따로 없다. 그리고 한 반에서도 아이들의 나이는 다르다. 생일이 아직 안 지난 아닌 한 살 적고, 생일이 지난 아이들은 한 살 많다. 그래서 외국의 아이들은 한 살 더 먹기 위해 새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생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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