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의 나이에 첫사랑 신랑을 다시 만나 결혼과 동시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나는 1년 즈음 지났을 때부터 신랑에게 아이를 낳으면 한국에 가서 몇 년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어릴 때 한국에 있는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아이가 크는 모습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지인들 특히 아이가 있는 지인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지지해 주었는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방학 때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오래 나가있기 힘드니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 한국에서 가족들과 몇 년 같이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 갈수만 있다면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어린이집 비용 지원에 육아, 아동수당까지 정부에서 다 대주는 나라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아이를 낳았고 코로나라는 변수로 인해 가족들이 한국에서 오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의 예상보다 조금 빨리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출산 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몸을 회복해 갔고 아이의 돌이 다가올 즈음 나는 아이 어린이집을 알아봤다. 아이의 어린이집 선택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바로 앞 아파트에 있는 민간어린이집 하나였고, 그곳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오자 바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돌잔치도 하기 전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일주일에 5일을 다 보내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단 며칠 몇 시간이라는 시간은 그간 아이를 낳고 단 하루도 혼자 오롯이 나의 몸을 돌볼 시간이 없었던 나에겐 그 무엇보다 값진 회복과 휴식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더 감사한 건 그렇게 한 달 내내 보내는 데도 비용이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심지어 어린이집을 지원해 주는 것 외에도 아동수당과 육아수당으로 40만 원이라는 돈(내가 사는 광역시 기준)이 매월 25일이면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왔다.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는 60만 원이 들어왔었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수당이 줄어들지만 그 수당 역시 나라와 시에서 주는 것이니 어차피 돈을 내지 않고 어린이집을 보내고 거기에 40만 원이라는 수당이 매월 들어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뉴질랜드에서 출산과 산후조리원이 아닌 산후훈련원(?)을 겪고, 가족 없이 오롯이 신랑과 둘이 아이를 케어하며 온 사람으로서는 어마어마한 혜택이 아닐 수 없었다.
뉴질랜드에서 신랑이 한 달 육아휴직을 끝내고 한 달 정도 한국인 아주머니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당시가 코로나기간이라 이미 전문 산후도우미분들은 예약이 다 차서 구할 수가 없었고 전문 산후도우미가 아니신 분이셨는데도 시간당 25불을 드려야 했다. (전문 산후도우미는 시간당 35불이었다.) 비용이 비싸 하루에 4시간 혹은 5시간 정도밖에 쓰지 못했는데도 한 달에 180~200만 원 돈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을 쓰고는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수당이 나왔는데 2주에 60불이 들어왔다. 한 달이면 120불, 한화로 약 10만 원 정도의 금액이었다.(가정의 수입에 따라 보조되는 금액이 달라진다. 수입이 적을수록 받는 수당의 금액은 커진다. 이는 연 8만 불 이상에 해당하는 신랑의 수입에 따라 우리 가족이 받은 수당이다.) 분유한통에 48불이었으니 분유 2통에 기저귀 한 팩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물론 그곳에 있을 때는 그것이라도 받는 것이 감사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그것의 4배나 되는 돈을 받고 어린이집도 공짜로 보낼 수 있다니.. 대한민국 만세가 절로 나왔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아이육아의 도움도 받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지 이런 비용적인 부분들은 사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지원되는 것들을 받아보니 사람 마음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3세가 되어야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뉴질랜드는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데이케어가 있다. 그러나 만 3세가 되어야 일주일에 20시간 국가보조를 받을 수 있다. 만 3세 이전에 보내거나 3세가 되어서도 일주일에 20시간 이상을 보내려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만 3세 이전에 풀타임(7:30~ 5:30)으로 보내는 비용은 기관마다 다른데 저렴한 데는 일주일에 300불에서 비싼 곳은 370~80불 정도까지 한다. 그러면 한 달을 보내면 1200불~1500불 정도, 한국돈으로 100만 원~130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러다 보니 뉴질랜드사람들이나 이민자들이나 대부분 엄마가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만 3살까지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3살까지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가 만 3세까지 산후도우미나 주변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집에서 데리고 있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뉴질랜드는 어린이집에 갈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야 한다. 점심과 간식거리까지 다 챙겨 보내야 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조카들이 와서 방학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일같이 도시락을 싸서 보내는 게 쉬운 게 아님을 짧지만 경험을 해보았다. 그리고 학교에 전자레인지가 없다 보니 다 식은 음식이 되어서 최대한 로컬아이들처럼 샌드위치랑 과일 혹은 김밥 등 최대한 간단하고 식어도 큰 상관없는 음식만 싸서 보내게 되었다. 보내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챙겨서 보내겠지만 아침간식부터 영양사분이 영양식단에 맞게 바로 한 따끈한 반찬과 밥, 국으로 된 점심, 그리고 오후간식까지 알차게 나오는 한국의 어린이집을 보면 엄마가 제대로 된 영양식으로 밥과 반찬을 해주지 않는 한 집에서 데리고 있는 것보다 어린이집에서의 식사가 더 영양적으로 충만한 식사였다.
올해 3월이 되면 아이가 만 3세가 되어 뉴질랜드에 돌아가도 주 20시간 정부지원을 받아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다. 그러나 만 3세가 지나도 주 5일 풀타임을 보내려면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엑스트라로 한 달에 800불 정도의 금액을 내야 한다. 물론 뉴질랜드에서 어린이집을 다니면 영어를 조금 더 이른 나이에 빨리 익힐 수 있어 학교에 들어가서도 언어적으로 적응하기에 수월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동안은 한국 어린이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세심한 케어와 영양만점 식사, 무료지원 혜택의 감사함을 누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