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개월, 그녀의 영어가 자란 비밀!

by 해보름

뉴질랜드에 돌아온 지 벌써 10개월. 루나의 영어는 놀라울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 시간을 천천히 되짚어보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루나는 하원 후 놀이터에서, 주말에는 친구 집에서 플레이데이트를 하느라 바쁘게 지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성향 덕분에, 유치원 안팎에서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난 주만 해도 마켓데이, 생일파티, 플레이데이트까지 3일 내내 친구들과 놀았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다시 주 5일 유치원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훨씬 더 촘촘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했던 날은, 루나가 처음으로 유치원 친구를 집에 초대한 금요일.


루나는 일주일 전부터 “엄마, 오늘이 금요일이야?”를 매일 물었고, 하루를 착각한 전날엔 오늘이 드디어 친구들이 오는 날인줄 알고 기뻐했는데 하루 더 있어야 한다는 말에 새벽부터 서럽게 울던 그녀였다. 그만큼 손꼽아 기다린 날이었다.


드디어 금요일.

유치원에서 돌아온 차에서 쏟아져 내리는 아이들. 루나는 친구들을 향해 환한 얼굴로 외쳤다.


“This is my home!”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말,


“Wash your hands first!”


늘 내가 하던 말을 그날만큼은 루나가 먼저 친구들에게 건넸다. 자기 방을 보여주고, 장난감을 설명하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나는 놀라움보다 감탄이 컸다. 이 아이가 이제 이곳에서 정말 자기 자리를 찾았구나.


영어가 급성장한 건 ‘친구 관계’가 전부였다


몇 달 전 독감으로 쉬고 다시 등원하던 날, 혹시라도 몸이 안 좋아지면 선생님께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가르쳐주려 했지만 루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실제로 선생님께 찾아가 “엄마한테 전화해달라”고 직접 말했다는 연락까지 받았다.


또 얼마 전, 선생님이 보내준 영상 속 루나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을 흉내내며 영어로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주저함 없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남편과 나 또한 요즘 부쩍 루나의 영어가 성장한 것을 느낀다.

라디오에서 남편이 못 알아들은 문장을 루나가 듣고 이야기해주고, 난이도 있어 보이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걸 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주 명확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루나의 영어를 키웠다. 루나는 한국인이 아무도 없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하루하루 영어가 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의 생일파티, 하원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해도 먼저 다가갔던 시절의 용기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중국인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확실해졌다.

보통은 뉴질랜드에서는 5살에 초등학교에 가는데, 그 아이는 아직 영어가 부족해 5살이 되었음에도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유치원에 남아 언어를 더 익혀야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 아이는 늘 혼자 노는 경우가 많았다. 말이 안 되서 어울리지 못하는 건지, 어울리지 않으니 영어가 늘지 않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쪽이든 간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서는 영어 사용이 현저히 적은 것은 분명했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불과 몇달 전, 말이 통하지 않던 시절에도 친구들 속으로 무조건 들어가려 했던 루나의 모습.


나는 마음이 아파 “그만 집에 가자”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루나는 늘 말했다.


“엄마, 싫어. 나 친구들하고 놀고 싶단 말이야. 같이 놀자고 말해줘.”


아직 친하지도 않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아 루나랑 같이 노는 것을 내키지 않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절대 기죽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노는 것을 따라하며 같이 옆에 함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바로 그 위축되지 않는 성향이 지금의 루나를 만들었던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항상 친구들과 함께했던 아이


원하는 건 직접 가서 묻는 아이


얼마 전 앞집 정원에 이 전에 없던 미니 놀이기구가 생겼다. 그 곳에 있는 그네를 보고 저기서 놀자”고 했던 날도 그랬다. “아니야, 안돼. 우리 놀이터가 아니잖아.”라고 말하자 루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가서 물어보면 되잖아.” 당당한 아이의 말에 나는 그 집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나온 집주인에게 아이는 “Can I play swing?”이라고 물었고, 그들로부터 “언제든 와서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낸 뒤 의기양양해했다.


나의 아이이지만 나와 참 다른 그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힘, 움츠러들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모습.

그것이 루나에게 친구들을 데려다주었고, 영어를 선물했고, 작은 사회 속에서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10개월 만에 영어를 익힌 비결!


아이가 이 곳에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영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된 것은 자신을 드러낼 줄 알고, 사람을 좋아하고,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의 성향 때문이었다. 그것이 루나를 이곳에서 더 풍성하게 자라게 했다.


세상은 결국,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용기있게 나아가는 사람들의 것임을 나는 오늘도 아이를 통해 배운다.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