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발표된 아티스트 10CM의 포크록 '아메리카노'는 반복되는 리듬이 경쾌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처음엔 가사보다는 멜로디에 반해 흥얼대었는데, 어느 날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니 씁쓸하다 못해 처절하다.
가사의 화자는 요즘의 N포 세대와(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 없다는 뜻을 가짐) 마치 흡사하다.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마이너리그에 속한 자이고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나에게 아메리카노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난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고 대충 상대방 의견을 따라 움직이는 편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편하다.
웬만한 건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슬쩍 넘어 가버리고는 가끔 후회할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양보하고 사는 것이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래서 나를 따라다니는 평은참 무던한 사람이라는 칭찬(?)이었다.
어쩌면 나의 무던함은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일지도 모른다.
별다른 취미생활도 즐기지 않는 나를 사람들은 참 재미없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한다. 변명은 안 하겠다.
난 내가 생각해도 게으르고 재미없는 사람 맞다.
집순이인 나는 집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끼고, 주머니가 항상 가벼운 탓에 취미생활을, 여행을 간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취미생활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오랜 투병생활로(?) 에너지가 고갈되어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유일하게 즐기는 것은 음악 듣고 커피(아메리카노) 마시는 것이 전부인데...
남들이 어떻게 느끼던지 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처음부터 쌉싸름한 아메리카노의 맛에 빠져든 것은 아니다.커피를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손님 접대용으로 사 논 커피를 프림과 설탕을 듬뿍 넣고 마셨는데도 처음 맛보는 커피의 진한 향이 제법 강렬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엔 (1980년대 중반) 제법 근사한 카페들이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던 때이다. 그때는 원두커피의 보급이 대중화되지 않아 보통의 카페에서는 인스턴트커피를 기본으로 기호에 따라 프림과 설탕을 추가할 수 있게 제공하였다.
커피를 막 즐기던 초창기 나는 설탕을 뺀 크림만 추가한 커피를 즐겼다.
집안 내력상(식구들이 알코올 분해 효소 부족ㅎㅎ) 술을 못 마시지만 사실 대학시절엔 동기, 선배들과 못 마시는 술을 마시고 인생을 어쩌고 저쩌고 논하기도 했었다.
내 인생에 있어 유일한 일탈은(?)은 바람처럼 지나갔고
커피 사랑은 더 진해갔다.
남편은 에스프레소를 즐겨했다. 난 가끔 그가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맛이 궁금해 몇 번 따라 주문을 하곤 했는데, 매번 그때마다 후회를 했다.
에스프레소에 적당히 따뜻한 물을 넣어 희석한, 아메리카노가 내 기호에 딱 맞았다.
사랑은 짧았고 냉전은 길었다.
그는 밖으로 돌았고 나는 고즈넉한 집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때도 내 손에 들려진 것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다.
"명희 씨, 좋은 하루!" 오늘도 출근 도장을 찍는다.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손이 바삐 움직인다. 아메리카노 더블샷에, 시럽 빼고...
오랜 단골인 나의 기호를 그녀는 잘 기억하고 있다.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는 쌉쌀한 맛, 내가 젤 좋아하는 맛이다.
두리뭉실하고, 게으른 나도 부지런한 구석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지 않고 달려가서 맛보는
내 오랜 벗, 아메리카노.
다른 건 양보해도 커피사랑은 양보 못하는, 결코 무던하지만은 않은 여자...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시럽 빼고 주세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좋아 좋아
...
사글세 내고 돈없을때 밥대신에
짜장면 먹고 후식으로
아메 아메 아메 아메
...
인생은 누구나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 잔혹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