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부산에 가다!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를 듣고...
이건 순 충동적이었다. 아니 며칠째 듣던 '부산에 가면'이란 노래가 나를 자연스레 배낭을 메고 떠나게 만들었다.
지난주 내내 여성인력개발센터서 직업교육 5일 과정이 끝나는 마지막 날 테스트를 15분 만에 마치고 1등으로 강의실을 나섰다.
내가 향한 곳은 수서역 고속철도 타는 곳.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얼마만의 여행인가?'그것도 혼자서 가는 여행. 까마득하다.
집순이인 나의 생활 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아주 단순하다. 멀어야 차로 2,30분 거리까지가 최대치. 어쩌다 친구들 만나려면 만나러 가기까지는 몹시 불편하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내가 며칠 전 그날은 '부산에 가면'이란 노래가 꽂혀 계속 듣다 보니 '나도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생기면서 장거리 외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마구마구 생기더니 기차표까지 예매해 버렸다.
금요일 오후의 역사는 사람들로 붐볐다. 친구들과 여행지에 같이 가도 되겠지만 나는 이번만큼은 혼자 가고 싶었다.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하다 느끼면서도 정작 나는 혼자 있기를 즐겨하는 이 이율배반적 심리는 뭘까?
출발 15분 전 15시 부산행 열차에 올라탔다. 두근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비로소 실감이 난다.
혼자만의 여행은 7년 만이다. 7년 전 여행이라 하기보다는 입대한 아들- 훈련소에서 5주 훈련 끝나고 서울에서 창원으로 -면회 가서 하룻밤 묵고 올라온 것을 말한다.(아들은 해군으로 복무했다.)
그때도 아들 아니었으면 집 밖을 떠나 그 멀리 간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하다. 그때도 한참 불안하고 우울할 때였는데, 훈련소에서 아들이 기다린다는 생각만 하면 진정이 되고는 불끈 집 밖을 나설 용기가 생겼다.
부산은 20대 때 여고 동창들과 와 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강산이 세 번쯤 바뀌고서야 방문하니... 감회가 새롭고 남달랐다.
부산역에 내린 나는 잠깐 복잡하고 많은 인파에 당황했지만(나는 약간의 불안장애가 있다.) 이내 심호흡을 크게 하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나는 여유가 있을 때도 여행을 즐겨하지 않는 오리지널 집순이다. 어쩌다 여행 갈 기회가 주어져도 나는 일정을 빡빡하게-볼거리를 다양하게 즐기는-소화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두 군데 정해 눈으로 즐기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스타일이다.
집 밖은 위험해를 외치던 내가 여행을 계획한 것만으로도 나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숙소가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 앞으로 가는 버스를 물어 물어 타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한 시간쯤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바다내음이 코 끝에 묻어 난다.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인지! 가슴이 크게 요동친다. 겨울 문턱의 해는 일찍 졌지만 쏴~아 밀려오는 파도와 하얀 물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엄 있고 아름다웠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고 창밖을 내려다본다. 밀려오는 파도에 지나간 삶의 여정을, 지금의 나를, 앞으로 가야 할 내 모습들을 띄워 보낸다.
눈이 부셔 잠이 깼다. 어젯밤 기분에 취해 못 마시는 술을 한잔했더니(나는 1,2년에 맥주 한 캔 마시는 주량 ㅎ) 머리가 띵하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창가로 간다. 눈부신 햇살 아래로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엄마품 같다고 생각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바닷가로 나왔다. 늦가을 한적한 바닷가는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뺨을 스친다.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역사는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사람, 여행지로 떠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 떠날 때와는 다른 내가 있다.
심장은 뜨겁고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귓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노래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