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비둘기

우연히 만난 생명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낮 시간, 심심해하는 딸의 손을 잡고 언제나 그랬듯이 찾아간 아파트 놀이터.

그곳에 아이들 2명이 휴대폰으로 벤치 밑을 보며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내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온 아이는 호기심에 벤치로 달려간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듯한 아이는

"엄마! 여기 비둘기 새끼가 있어!" 하며 열심히 손짓을 한다.

빠른 걸음으로 아이 곁에 가니 정말 새끼 비둘기가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동물 중 하나인 비둘기. 머리 위로 날아오르거나 내 옆을 지나가도 난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피한다. 그런데 비둘기가 의자 밑에 있다.


"엄마! 비둘기가 무서운가 봐! 우리 입양해서 키우면 안 될까?" 천진하게 눈을 깜박이며 말하는 딸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새끼여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지가 않다. 그렇다고 귀엽다고 할 수는 없다.


"그건 좀 안 되겠는데, 비둘기는 세균이 정말 많아. 그래서 비둘기 키우면 우리가 병을 달고 살 거야!" 단호하게 그리고 "엄마를 찾아주는 게 최선의 방법일 거야!" 라며 아이를 설득했다.


옆에 있던 아이가 나를 보며 탐정인 듯 말한다. "아마 어미 비둘기가 104동 실외기에서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 비둘기가 발을 헛디뎌 떨어진 거 같아요" 제법 논리적인 아이의 말에 "어 그런 거 같네" 하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엄마 비스킷 줘봐" 딸아이는 말을 하자마자 내 가방에서 과자를 꺼낸다. 어디서 봤는지 손으로 과자 부스러기를 만들어 의자 밑에 흘려준다. 새끼 비둘기는 지금 상황이 어색한지 먹이가 있는데도 반가워하지 않는 듯 몇 번 입으로 찍고 만다. 단지 아이들이 비켜주기를 바라는 거 같다.


아무리 새끼여도 날갯짓하며 날아갔으면 더 이상 안 볼 텐데. 정말 새끼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며 날지를 못하고 뒤뚱뒤뚱 걷기만 한다. 아이들은 새끼를 구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그러면서 놀이터에 유일한 어른인 나를 보며 아래의 방법 중 무엇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첫째, 새끼 비둘기를 화단에 올려주자

둘째, 어미 비둘기가 알도록 새끼를 의자 밑에서 탈출시키자


위의 방법 중 첫째는 새끼 비둘기를 손으로 잡거나 그물로 잡아 이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자신이 없다. 아무리 새끼여도 무리가 있다. 아마 새끼 비둘기를 잡는 순간, 난 숨도 못 쉴 것이다


둘째, 어미 비둘기가 알도록 새끼를 의자 밑에서 탈출시키는 것은 좋은 방법 같지가 않다. 오히려 새끼 비둘기를 위험에 노출시킬 거 같다.


"미안한데 아줌마는 두 개다 못하겠다. 사실 아줌마 비둘기 무서워하거든" 얼떨결에 말해버렸다.


실망한 딸아이는 남자 오빠들과 비둘기를 의자 밑에서 탈출시키기로 했다. 의자 뒤에서 남자아이들이 우리 딸은 앞에서 비둘기를 유인했다.


그리고 그 비둘기는 한동안 우리 아이들 주변을 얼쩡 거렸다. 날아가지도 않고 마치 아이들 노는 모습을 감상하듯이 주변을 걸어 다녔다.


저녁 6시가 되자 나는 아이손을 잡아끌었다. "저녁 먹어야지. 들어가자!" 아이와 30분을 실랑이하는 가운데

신기하게도 비둘기는 뒤뚱뒤뚱 주변을 돌면서 놀이터를 벗어나고 있다. 마치 아파트 후문으로 걸어가는 듯, 그런데 후문을 벗어나면 정말 차가 달리는 도로인데 걱정이 앞선다.


다음날 책가방을 맨 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 현관문을 나섰다. 놀이터에 새끼 비둘기가 없다.


"비둘기, 엄마 찾아갔겠지?"

"응. 우리 모르게 어미 비둘기가 새끼 비둘기 챙겼을 거야!"


아파트 후문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새끼 비둘기가 눈에 선하다. '새끼 비둘기야 차에 치이지 말고 다리 밑 개천으로 무사히 걸어가렴'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빈다.


놀이터에서 발견된 새끼 비둘기. 무서워서 벤치에 숨어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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