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 속에서 5천 원 미만의 음식은 정말 찾기 힘든데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
3년 전에는 3천 원이고 매년 500원씩 올랐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15년 이상 맞벌이 부부이자 직장맘으로 정신없이 살면서, 평일 낮 산책은 나에게 먼 이야기 같았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맞는 이번 육아휴직은 나에게 낮 산책이라는 작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평일 낮에 산책과 운동을 할 겸 나보다 4살 어린 여동생을 불러 둘레길을 걷고 4월의 봄을 만끽했다.
붉은색, 흰색, 분홍색 철쭉이 자연에 그림을 그린 듯 연신 화사하다.
평일 낮에 이렇게 산책을 하니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은 식욕을 부른다. 출출한 허기를 달랠 겸 국수로 간식 메뉴를 선택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멸치국수를 시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오후 3시인데도 제법 사람이 차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중학생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 셋이 앉은 테이블이었다.
1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3명 중에 두 명은 국수를 먹고 한 명은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눈길을 애써 피하려고 한다. 국수로 면발 치기를 하는 두 아이는 오늘 급식에 대한 메뉴를 말하며 맛이 없었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한 명은 맞장구는 치지 않고 핸드폰을 바라보거나 냅킨을 만지작 거린다.
40대 중년 아줌마의 오지랖이 이때 발동되었다.
"너희들 학교 끝났어? 요즘은 수업이 빨리 끝나서 국수 먹으러 왔구나!" 모르는 아줌마의 질문에 아이들은 쳐다도 보지 않고 귀찮은 듯 고개만 끄덕인다.
"그런데 너는 왜 국수 안 먹니?"라고 질문하자 친절하게도 아이는 "아 깜박 잊고 돈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때 무언가 훅 나의 가슴을 쳤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쫄면 한 그릇을 시켜도 아이들과 나눠먹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개인주의 아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나도 모르게 말이 또 나왔다.
"그럼 너희들이 조금씩 나눠주면 셋이서 먹을 수 있을 텐데. 아줌마 때는 그렇게 해서 먹었거든!"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나눠 먹으면 안 되어요."라며 웃으며 말한다.
아이들은 정말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악의도 어떤 의도도 전혀 없었다. 나는 국수를 먹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줌마가 중학생 때 기억이 나서 그러는데 국수 한 그릇 사줘도 될까?"라고 묻고 아이는 웃으면서 "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국수 한 그릇을 결제하고 자리에 앉아 국수를 먹었다. 그냥 지금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면서 이해가 되는 묘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여동생은 '언니 왜 그랬어' 하며 눈으로 말한다.
우리 아이들도 이럴까? 아니면 내가 이 아이들을 이해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게 또 세대 차이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단순해진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국수 한 그릇 나눠먹는 아이로 자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