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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세계에 던진 질문

프레임 리터러시 : 스물 세 번째 이야기

최근 전세계가 주목하는 어워드가 있다.

바로 서울디자인어워드다.


동양에서 디자인은 오랫동안

‘예쁘게 만드는 것’, ‘사용성을 높이는 것’ 정도로 이해했다.

하지만 서양에서 디자인(design)의 뿌리는

기획하다, 설계하다, 구조를 다시 개선하다에 가깝다.

즉, 디자인은 형태나 색이 아니라,

삶과 사회를 어떻게 다시 짤 것인가의 문제다.


서울은 유럽보다는 이 관점을 뒤늦게 따라갔지만 아시아에서는 제일 선도적이었다.

그 결과 ‘지속가능 디자인’이라는 단 하나의 방향으로

전 세계 70개국이 참여하는 디자인 어워드를 서울이 주최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올해 서울디자인어워드의 대상은

미국과 나이지리아의 ‘Jaza 에너지 허브’가 차지했다.

13명의 심사위원과 국내·외 시민들이 함께 투표를 거쳐 내린 선택이었다.

수상자인 마디스 배글리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디자인의 중심인 서울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중심에 둔 디자인을 인정받아 영광입니다.”


그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라

디자인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선언처럼 들렸다.


나이지리아의 농촌에서는

전기가 열흘, 스무 날, 때로는 한 달 넘게 끊긴다.

전기는 ‘편리함’이 아니라 삶의 일부인데 그 불펀함을 고스란히 감당한다.


전기가 없으면 아이는 밤에 공부할 수 없고,

가게는 조명을 켤 수 없으며,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으면 세상과 연결될 수 없다.

전기는 교육, 안전, 경제, 정보 접근,

즉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조건이다.


그래서 Jaza가 바꾼 것은 기술보다 ‘체계’였다

Jaza는 송전망을 확장하기 어려웠다.그 대신 마을마다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태양광 허브를 세웠다.

그리고 휴대용 배터리를 소액으로 대여하고 충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배터리 한 개로 조명·휴대폰·선풍기·POS 단말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상점은 휴대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새로운 수입을 얻는다.

전기는 누가 소유하는가에서

공동체가 함께 유지하고 나누는 자산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단순히 전력 공급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설계한 디자인이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게 감동받은 것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었다.

우리는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는가.

디자인이란 결국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되돌려 주는 연필 한 자루 같은 것이 생각이자 방법이다.


서울이 그 질문을 세계에 건네고 있다.

생각의 폭을 넓혀라.

문제인식과 문제해결의 방식을 두려워하지 말고 해결하라


그리고 올해 교과서에도 실린

서울디자인어워드 2024 최우수상 ‘솔라카우(Solarcow)’ 프로젝트는

그 질문을 또 한 번 증명해준다.


한국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배움보다 일터에 먼저 나가야 하는 아픈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솔라카우’ 프로젝트는
학교에 태양광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솔라카우)를 설치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리고 해가 지는 길을 밝히는 조명(솔라밀크)을 들고 집으로 간다.

학교보다 생계가 먼저였던 그 가정에서
부모는 그 조명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교육을 ‘삶의 이득’으로 연결한 디자인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솔라카우 팀은 그 지역의 커피 농장과 협력해
한국의 ‘아얀투(Ayantu)’라는 커피 브랜드를 출시했고,
그 수익을 다시 솔라카우 확장에 투입하는
지속 순환형 경제모델을 만들었다.

아이의 배움 → 가정의 조명 → 지역의 경제 → 다시 아이의 배움
하나의 선이 디자인으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디자인으로 서울은 전세계에 질문을 한다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관계, 구조, 연결을 디자인으로 해결해 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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