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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소개해

친구와 비교가 될 때

"어머 벌써 일어났어? 오늘 토요일인데?"

"오늘 유진이네 집에 놀러 가잖아! 엄마, 친구네 집에 가게 되어 너무 기뻐!"


소란이 모처럼 친구네 집에 가게 되어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소란이는 3년 동안 친구네 집에 간 기억이 없어요.

항상 집, 놀이터, 학교, 학원만 다녔어요. 그런데  바로 일주일 전에 유진이가 저를 초대했어요.  

'유진이네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거기서 어떻게 놀까?' 소란이는 꿈속에서도 생각했어요.


"아침밥 먹고 11시까지 가기로 했으니 좀 기다려야 되어요"

"알았어! 빨리 밥 줘!"

엄마가 차려준 밥은 늘 맛있어요. 소란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미니 돈가스 등 다 입에서 살살 녹아요.

그런데 소란이의 눈은 벽에 걸린 시계만 바라봐요.


"소란아, 좋다고 너무 뛰거나 소리 지르면 안 되어요!. 유진이와 싸우지 말고!"

소란이는 알아서 잘하는데 늘 걱정하는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요. 모든 것이 엄마의 잔소리로 들리죠. 하지만 이것도 용서가 되어요. 왜냐고요? 유진이네 집에 놀러 가니깐요.


소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준 도시락 가방을 들고 유진이네 집으로 뛰어가요.


"띵동! 띵동!"

소란이는 자신 있게 107동 702호의 버튼을 눌러요. 순간 문이 스윽 열려요.  

드디어 유진이네 집에 놀러 왔어요.


"우와! 방 예쁘다. 인형도 많네?"


유진이의 방에는 2층 침대가 놓여 있어요. 천장에는 공주풍 캐노피가 예쁘게 늘어져 있어요. 핑크빛 이불에 샤방샤방 부드러운 천이 깔려있어 침대에 눕고 싶어요. 침대 밑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비밀 공간이 있어요. 그 안에는 예쁜 소파가 있고 재미있는 책이 공주 책장에 놓여 있어서 예쁜 조명이 켜지면 반짝반짝거려요. 이곳에서는 싫어하던 책도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침대 반대편에는 책상이 있어요. 예쁜 거울과 연필과 색연필 등이 보여요. 저절로 그림을 그리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곳이에요.  옆에는 다양한 인형과 장난감이 기다리고 있어요.  소란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보다 3배는 더 많아 보여요.

소란이는 그곳에서 유진이와 역할놀이를 해요. 학교 선생님 놀이, 공주 놀이 등 노느라 정신이 없네요.


"유진아! 너의 집 너무 좋다! 또 놀러 오고 싶다!"

"응! 언제든 놀러 와! 그런데 난 소란이네 집에 놀러 가고 싶은데...... 나도 초대해줘!"

"어? 우리 집? 그래 놀러 와!"

소란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유진이의 마음을 알기에 놀러 오라고 했어요


유진이와 헤어지고 집에 온 소란이는 너무 재밌었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워요

소란이 방은 1층 침대에 책상과 옷장이 다예요. 비밀공간도 없어요.

인형과 장난감도 별로 없어요. 막상 유진이가 온다고 하니 창피하기도 하고 자꾸만 부끄러워져요.


"엄마! 유진이가 이번 주 토요일에 놀러 오고 싶대!"

"그래? 엄마가 챙겨줄게. 오라고 해!"

"엄마, 나도 유진이처럼 이층 침대에 내 비밀공간도 있고 공부하는 방도 있었으면 좋겠어."


사실 소란이 방은 안방에 붙여져 있는 드레스룸을 고쳐서 만든 방이에요. 그래서 침대와 책상을 넣으면 딱 맞아요. 지금까지 그 방을 사랑하고 좋아했어요. 하지만 유진이네 집을 갔다 온 순간, 그 방이 한없이 작고 초라해 보여요.


초대할 날은 점점 다가와지고 소란이는 점점 초조해져요.

엄마는 전날 휴가를 내서 대청소를 했어요. 내 책상에 색연필로 그려진 것. 옷장에 붙여있던 공주 스티커 등 지저분한 것을 열심히 치우고 또 치웠어요.  이불은 핑크 요로 바꿔줬어요.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거 같아요. 드디어 유진이가 들어와요.


"어 방이 작구나?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이쁘네! 그런데 우리 뭐하고 놀지?"


순간 유진이의 방과 소란이 방이 비교가 되어요. 유진이네 집은 고개만 돌리면 놀게 너무 많아 고민했어요.

그런데 소란이네 집에서는 무엇을 갖고 놀아야 될지 모르겠네요.  


"엄마가 종이 접기로 꾸미기 하라고 거실 책상에 준비했대. 같이 놀자"

"그래! 재밌겠다"


소란이와 유진이는 색깔이 있는 보드판에 예쁘게 방을 꾸며 보았어요.

보드판의 크기는 같고 마음대로 상상해서 꾸밀 수 있어 소란이의 마음이 한껏 편해졌어요.

소란이는 자기가 살고 싶은 방으로 2층 침대와 그네가 있는 방을 만들었어요. 방 한편에는 고양이와 개 침대도 만들었죠. 이때만큼은 소란이도 유진이와 비교하지 않아요.

유진이가 다 놀고 집에 간 후, 엄마가 저를 불러요.


"소란아 재밌었니?"

"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더 열심히 일해서 우리 넓고 큰 집으로 이사 가자. 기다려 줄 수 있지?

그동안은 우리 소란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엄마 많이 도와줘야 돼. 알았지?"

"알았어요! 꼭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되어요!"

 

모두가 같은 방 같은 집에 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엄마는 소란이가 꿈꾸는 방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소란이와 엄마는 다시 한번 꼭 안아요. 어느새 창 너머로 저녁노을이 붉게 물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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