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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왜 해요??

자녀와 언젠가는 꼭 나눠야 할 숙제

내 꿈은 인플루언서예요.

TV나 유튜브를 보면  초등학생인 저 같은 아이들도 스타가 되어요. 어떨 때에는 저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장난감 놀이를 하며 신상품을 소개하겠다고 나오네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 아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용기 있게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을 보면 깜짝깜짝 놀래요.

그러면서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요.


'우~아 나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우리 엄마는 제가 너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시간제한을 했어요. 하루에 딱 2시간만 할 수 있어요. 시간을 허락할 때에는 정말 바빠요. 1시간 정도는 유튜브를 보고 30분 정도는 인플루언서처럼 나름대로 주제를 갖고 영상 촬영을 해요.  30분은 친구들과 로블록스를 해요. 2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요.


그런데 엄마는 2시간 넘게 영상을 보고 있으면 무섭게 책을 읽으라고 소리쳐요. 제 마음과 상황은 생각하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많이 하면 나빠지는 점 세가지를 말해요


첫째. 생각하지 않고 계속 보기 때문에 뇌가 딱딱해져요

둘째. 가까이에서 오래 보기 때문에 눈이 나빠져요

셋째. 스스로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져요.


하지만 왜 이것을 어린이에게만 요구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아빠는 TV도 켜놓고 핸드폰을 봐요. 저보다 더 동영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엄마는 책을 읽자고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자리를 떴다가 다시 와요

더 웃긴 것은 잠자기 전에 꼭 책을 읽자고 하면서 책을 소리 내서 읽기 시작하면 엄마는 꾸벅꾸벅 졸아요. 그리고 저보다 더 먼저 자요.


사실 저도 부모님 말씀 따라 책을 좋아하고 싶어요 하지만 쉽지가 않아요. 화려한 동영상이 움직이면서 빠르게 화면이 바뀔 때 제 시선은 오롯이 빨려 들어가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제 머리를 때렸어요.

평소처럼 "이것만 보고 할게"를 다섯 번 하니 순간 번쩍하며 별이 보였어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몇 초간 멍하니 엄마를 쳐다봤어요.

엄마도 놀랐는지 손을 바라보며 당황하다가 제 머리를 만져봐요.


"왜 그래? 왜 때려? 이것만 하고 공부한다고 했잖아"

"소란아!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2시간이 돼가. 너 정말 엄마 속상하게 할래?"


당황하던 엄마는 사라지고 다시 사나운 엄마로 변하고 있어요.


"난 공부가 제일 싫어!"

"넌 학생이야! 공부해야 돼! 엄마는 네가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잘못 태어났나 보지!. 난 공부도 하기 싫고 못하니까!"

"................."


그날 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제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갔어요.

순식간에 집이 조용해졌어요. 저도 핸드폰을 보기가 싫어요.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가 잠들어 버렸어요.

다음날은 토요일인데 엄마가 집에 쉬니 하루 종일 부딪히겠네요.

늦잠을 자야겠어요. 엄마를 최대한 늦게 만나게......


꿈도 이상하네요. 좀비가 저를 잡으러 막 쫓아와요. 방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열고 들어올려고 해요.

마치 괴로워하는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2시간 정도 뒤척이다가 아침 10시가 되어 거실에 나가보니 엄마는 조용히 저를 불렀어요. 그리고 두 손을 잡더니 저를 안았어요.


"소란아, 너는 우리 집에 잘 태어난 엄마 아빠의 소중한 딸이야. 엄마 아빠는 네가 태어나고 너무 행복했어.

지금도 너를 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워"

"공부도 못하고, 엄마 아빠 말도 잘 안 듣는데?"

"네가 잘 되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거야. 엄마는 어렸을 때 너처럼 외할머니가 공부하라고 많이 했어.

그때에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어."

"그럼 공부는 왜 해?"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합니다.


"공부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정리해 놓은 경험을 우리가 배우는 거야.  경험을 통해 우리는 깨닫고 지혜와 지식을 얻는 거야"

"지혜와 지식을 얻으면 뭐가 좋은데?"

"그래도 좀 더 넓게 깊게 세상을 이해하니 살기가 편해질 거야"


아직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답변이네요.  또다시 질문이 나와요


"공부는 하고 싶을 때 하면 안 돼?"

"그래도 되는데, 엄마가 지금까지 보니까 평생 하더라.

엄마는 지금도 공부해. 공부는 책을 통해서도 하고 영상을 통해서도 하고 직접 체험해 보면서 배우기도 하지"

 

오늘 저녁에도 제 책상에는 하루 10분씩 공부해야 하는 과제물이 올라가져 있어요. 조금 더 재미있게 부담 없이 공부하고 싶지만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 공부하라는 엄마의 성화에 책상에 또 앉게 되네요. 그래도 공부하다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곤충들이 나올 때에는 제 몸에 있는 모든 것들이 집중되어요.  또 영어 게임을 할 때 그리고 100점을 받을 때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어요.


사실 제가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엄마 말대로 공부를 할까 생각해요.  

이 문제는 언제 시원시원하게 풀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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