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아! 엄마가 최대한 빨리 올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저녁밥은 7시에 맞춰 배달시켜 줄게."
"알았어! 엄마! 나 초등학교 1학년이야. 알아서 할 수 있어!"
소란이는 드디어 꿈이 이뤄졌어요. 엄마가 늘 학교에 데려다주고 학원으로 데리러 올 때마다 혼자 가는 언니 오빠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소란이는 이미 언니 오빠가 다 되어 있는데, 엄마가 자꾸 유치원생으로 보는 것 같아 속상했거든요. 오늘 드디어 엄마에게 알아서 하는 멋진 소란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요.
학교에서도 소란이는 씩씩하게 수업을 들었어요.
드디어 소란이가 혼자서 하는 날이 되니 학원에서도 마치 초등학생 고학년이 된 듯이 같은 학년 친구들이 동생처럼 느껴져요.
"기찬아! 내가 도와줄게! 파란색으로 색칠하면 좋을 거 같아!
그리고 기찬아, 나 오늘 집에 혼자 있는다!"
"뭐? 너 무섭지 않아? 놀이터에서도 난 혼자 놀지 못하게 하는데, 집에 혼자 있는다고?"
"맞아. 엄마가 오늘 회사에서 늦으신대 2시간만 밥 먹고 기다리래"
"우와! 멋지다! 나도 엄마가 늦었으면 좋겠다!"
소란이는 태권도, 미술, 피아노 등 학원을 다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요. 엄마가 전화기에 문 카드를 넣어줘서 아파트도 손쉽게 통과해요. 엘리베이터도 잘 내려오고 현관 비밀번호도 단번에 성공해요. 혼자서 하는 모습에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져요.
집에 들어서니 집안이 깜깜해요. 그 순간 오싹한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한번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하니 어둠 속에서도 불을 킬 수가 있어요. 거실이 환해지니 소란이 마음도 밝아져요.
두리번두리번 집을 둘러보니 식탁에는 소란이가 먹을 간식과 책이 놓여 있어요. 아마도 엄마가 올 때까지 텔레비전이나 책을 보며 기다리라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