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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몇 살?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이 될 때 아이와 대화하기

엄마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는 소란이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내 손을 깨물지만 고양이의 야옹 소리와 느릿느릿 걷는 모습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죠.

문을 활짝 열어보니 캣타워에 이쁜이가 앉아서 쳐다보고 있습니다.


"엄마 이쁜이가 솜뭉치 같이 귀여워" 소란이가 고양이를 보며 말하자

"그래 이따가 이쁜이에게 간식 주자!" 엄마가 대답합니다.


4층에 마련된 카페에는 고양이 10마리가 누워있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어그적 어그적 걸어오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에요. 자리를 잡은 소란이는 고양이가 자기에게 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소란이 주변에만 고양이는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오지를 않네요.


"엄마 고양이가 내 무릎에 오도록 해줘"


엄마가 고양이 간식거리를 사 와 고양이에게 주라고 수저와 간식 통을 주었습니다

소란이는 간식을 수저에 담아 쑥 내밀었더니, 고양이 2~3마리가 와서 머리를 비벼대며 혀를 날름날름 핥아먹습니다. 소란이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여자 카페 사장님을 부릅니다.


"선생님, 이 고양이는 어디서 데리고 오셨어요?"

"이 고양이들은 유기묘야. 버린 고양이를 데리고 왔는데 이렇게 10마리나 된단다"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고?'  소란이 머릿속에 순간 반짝이는 생각이 나네요.


"엄마 우리도 고양이 데리고 와서 기르자. 응??" 소란이가 흥분하며 말합니다.

"소란아 그러면 엄마가 고양이 밥도 줘야 하고 똥도 치워야 하고 목욕도 시켜줘야 하는데 엄마는 너무 바빠"

"싫어 싫어! 나도 고양이 키우고 싶단 말이야!" 소란이가 잔뜩 짜증이 났습니다.

이때 갑자기 여자 사장님이 "고양이를 키우려면 책임감이 있어야 돼. 엄마에게 맡기기보다는 네가 똥도 치우고 밥도 줄 수 있을 때 기르는 게 좋아"라고 말했습니다.


"저 다 할 거예요!"


자신 있게 말한 소란이지만, 사실 똥 치우는 방법도 밥 먹이는 것도 잘 모른답니다.

그날 소란이는 고양이 인형을 꼭 안은 채 고양이 기르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아빠가 현관문을 열면서 "소란아! 소란아!" 소란이를 찾네요.


"아빠 왔어?" 소란이가 뛰어가자 아빠는 상자에서 아빠 주먹 1개 크기의 작은 고양이를 보여주네요.

"야옹야옹 야~옹" 검은 줄무늬가 있는 새끼 고양이가 인사를 합니다.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되었는데,  시골 고모네에서 발견되었대. 그래서 소란이 키우라고 고모가  주었다!"

"정말? 내가 이제 똥도 치우고 밥도 주고 목욕도 시켜줄 거야!"

소란이는 뛸 듯이 기뻐 발을 동동 구릅니다.


"나 안아볼래!" 소란이가 고양이 카페에서 양반다리 앉고 기다리듯이 자세를 잡아보네요.

아빠가 소란이 무릎에 고양이를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고양이 카페에서는 고양이가 잘 안 오는데..... 이 고양이는 내 무릎에 앉아 옷을 핥네?"


소란이는 기뻐하며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러운지 손으로 정신없어 쓰다듬어 줍니다.

엄마는 고양이를 데리고 온다는 연락에 전날 고양이 모래, 사료 등을 구입해 베란다에 준비하고 있네요


아직 엄마 곁을 그리워하는지 고양이는 소란이 껌딱지입니다. 강아지 인형 위에서 자고 꾹꾹이도 여러 번 하네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니 1kg밖에 안된 고양이가 이제는 5배만큼 커져 5kg이 넘네요. 묘은이가 두 팔로 안아 올려야 간신히 안을 수 있어요.


고양이 이름은 지난 9월에 소란이집에 왔기 때문에 구월이로 이름을 지었고,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었죠

그런데 고양이가 몇 달 전에 비해 야옹 대는 횟수가 길어졌네요. 밤에도 울고, 화장실에서도 울고, 낮에도 울고, 똥 싸고 나서도 울고 분명히 전과 달라요. 똥도 누면 모래로 감추는데 감추지 않고 집안에 고양이 똥냄새가 진동하도록 그냥 나오네요.


엄마와 소란이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구월이를 안고 동물병원에 갔어요.

띵동 소리와 함께 "구월이 진료실로 들어오세요"의사선생님이 부르네요.

소란이는 구월이보다 더 긴장한 듯 문을 열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구월이의 귀, 심장소리 등을 포함해 고양이 엉덩이에 뭔가 동그랗게 생긴 것을 만지시네요.


"고양이가 6개월 넘은 거 같네요. 중성화 수술을 하면 행동이 나아질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말하셨어요.

"엄마 중성화 수술이 뭐야?" 소란이는 수술을 한다는 소리에 눈물이 나려고 해요.

"고양이가 집에서 사람과 살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이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로 아파해요. 건강을 위해 해주는 것이죠" 선생님이 엄마 대신 말하네요.

" 수술 꼭 해야 된다는 거예요?" 소란이는 다시 확인합니다.

" 네 그럼요. 고양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예요"


드디어 고양이 수술 날이네요.

"엄마 6개월밖에 안된 고양이가 사람 나이 12살이면 우리 고양이는 몇 살까지 살아?" 소란이가 심각한 얼굴로 엄마에게 물어봅니다.


" 15년에서 20년 살지 않을까?"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합니다.


" 그럼 15년 후나 20년 후면 난 몇 살이지?"

" 아마 21살에서 31살 정도 되겠지!" 엄마가 말하자 " 그럼 구월이가 할머니 될 때 난 지금 엄마보다 젊은 나이네" 소란이가 고개를 숙이네요.

" 고양이는 사람과 나이가 달라?? " 다시 한번 확인하는 묘은이에게

" 어  사람과 나이가 다른가 봐 " 엄마는 대답을 하며 구월이를 캐리어에 담아 동물병원으로 향했어요.


아침에 병원에 들어간 구월이는 저녁에서나 집에 올 수 있었어요. 수술로 인해 목에는 하얀 깔때기 카라가 씌워져 있었어요. 어지러운지 뒤뚱뒤뚱 벽과 의자에 부딪히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네요


"우리 구월이 왜 저러는 거야? 엄마 수술 괜히 했나 봐요.... 으앙"


눈물이 눈에 가득 찬 소란이가 웁니다. 그 울음소리가 아파트 거실을 감싸요.

구월이는 식탁 밑으로 들어가 숨네요. 그렇게 우울한 밤이 지나가네요.


다행히 5일 정도 지나니 구월이는 예전 모습처럼 애교 많은 고양이로 돌아왔어요

소란이는 고양이를 책임감 있게 기르기로 했어요.  고양이 밥은 현재 소란이가 담당하고 있어요.

물도 없으면 그릇에 잘 채워 주고 있죠. 15년이나 20년 동안 고양이와 함께 행복을 채워갈 거라고 소란이는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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