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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 May 29. 2022

고백

소설


 세상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늦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습관처럼 그녀 생각을 했다. 장난스러운 그녀의 눈동자나 의미 없던 농담들이 떠올랐다. 잠도 깨지 못한 채로 웃었고 바보 같은 모습에 애써 새어 나오는 웃음을 다시 집어넣었다.

  없이 말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진지한 이야기, 시답지 않은 농담과 내가 자신의 친구여서 행복하다는  낱말들이 마음에 무게를 더했다. 그녀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나는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커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미안했다. 그리고  이상 미안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마음이 생긴  3 동안 피어오르는 마음을 접었다 펴는 것을 얼마나 했을까.   시간은 오락가락하는 마음에 익숙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고, 접는 것조차 접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피어오르는 마음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마음이 숨이 차오를 만큼 버거울 때가 있었지만 그것마저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녀라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녀를 처음   정말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돌아다니며, 행복하다는 말을  쉬듯이 뱉어내고 다녔으니까. 그런 모습에 눈길이 갔다.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진심을 다해서 뱉어내던 어이없는 이유들이  마음에 진하게 남았다. 어느 날은  만나서 행복하다 말하고, 다른 날은 날씨가 좋아서,  다른 날엔 기쁘지 않은 경험에서 배운  있다며 행복하다는  말과 행동엔 각각 다른 즐거움이 그대로 비치는 그녀는  투명했다.

 그녀를 닮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녀를 닮아가고 싶어  마음이 버거워도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곁에 머물렀다.  수는 있지만 가장  곳에서 계속해서 그녀를 지켜봤다.

그런 거리감을 겨우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녀가 누군갈 좋아하는 모습을  적이 있었다. 피어오르는 마음이 버겁다면서 숨이 차도록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에 마음이 저려왔지만,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그날 나는 내가 드디어 정신이 나가버렸구나 싶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그녀의 작은 어깨를 토닥이며 욕심이 섞인 거짓말을 했다.  사랑이 이루어져 그녀가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마음을 내게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몰래 품었다. 죄책감, 미움이 뒤섞여 버린 그녀를 향한 애정이 점점 진득해졌다.


 수많은 통화와 만남 그리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옅은 고백을 했다.  마음속에 가장 얕고 가벼운 애정을 골라 농담처럼 던진 말에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엔 그녀가 나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다는 마음이 느껴져 슬퍼졌지만,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마음이 터져버릴  같았다.

 다행히 그녀는 눈치가 없었고, 그저 친구의 우정 어린 애정표현으로 생각했다. 덕분에 가벼운 단어들로 나의 마음을 조금씩 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채워지는 동안에 일상을 겨우 유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은 넘치도록 채워져 갔고, 다시 가벼운 단어로 마음을 덜어냈다. 그렇게 3. 그리고 내일. 나는 결국 그녀를 향한 나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 미안함을 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눈물이 많은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마음을 말해야 부담스럽지 않을까 고민하며 하루를 날려버렸다.

이번엔 말할 거야. 오늘만은 조금 이기적으로  마음을 온전히 내보일 것이다.  마음에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기적같이 그녀가  맘을 받아주고 연애라도 시작한다면 나는 당장 하늘로 날아갈  있겠지만, 그것은 정말  그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았다.  마음에 대한 답이 없을 고백을 준비했다.

좋아한다고 그리고  애정은 그냥  마음뿐이니 너는 잊어버려도 된다고. 어떤 말을 골라 너에게 전해야 할까. 너를 본다면 내가  감정을 뱉어낼  있을까. 말을 하고 나면 우리가 변해버릴까. 나는 우리가 변해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저 그냥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그리고  마음이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좋아할 거라고. 너는 그냥 지금 그대로 내가 부러워하는 모습 그대로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니 나는 말하고 너는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와 만나게 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초조해졌다. 모든 결심이 그녀의 미소로 무너져 내릴  같은 불안감 피어올랐다. 네가 나를 보며 웃는다면 나를 사랑해 줬으면 하는 욕심이  치밀어 오를까  두려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종 떠오르는 그녀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거나 불행하게 만들었다.  불행조차 행복하다는 모순의 감정  중심엔 그녀가 항상 있었다. 나의 기분이 되어버린 그녀가 눈에 띄는 파란 머리를 하고 발장난을 치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에 나는 잰걸음으로 그녀에게 뛰어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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