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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무례한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법(2)

나는 다르게 나이 들고 싶었다

by 정린

무례를 참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왜 내게 불만을 표출했을까.

생각 끝에 몇 가지 공통점을 떠올리게 되었다.


첫째, 위계와 나이를 무례해도 되는 권리로 착각한다. 계급에 복종하던 시대를 살아온 그들은

자신의 권위에 무례함까지 포함된다고 믿는다.


둘째, 감정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즉흥적으로 화를 내고, 약자에게 감정을 배설한다. 한 명은 갑질로 보직에서 해임된 적도 있다.


셋째, 인정받지 못한 불안에서 비롯된 공격성이다. 자신의 욕심이 충족되지 못할 때,

타인을 깎아내리며 상대적 우위를 얻으려 한다. 두 번째 선배는 수년 전, 본인이 한 일을 타 부서를 들먹이며 내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


넷째, 불만을 전할 상대를 잘못짚는다.

결정권자가 아닌,

말대꾸 못할 사람을 향해 화를 낸다.

약자에게 무례함을 퍼붓는다.


다섯째, 무례를 조직문화로 내면화한다.

윗사람의 무례를 받아들이며 살아온 결과,

그들 또한 누군가에게 무례함을 행사한다.

그것이 강함인 줄 착각하고.




# 나는 어디까지 참아야 할까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 조직생활 했으면 알아서 넘겨야지.”


그동안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윗사람의 무례를 ‘참을 일’로 여기고,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건 내 권리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 대가는, 분노와 찝찝함이 뒤섞인 감정 찌꺼기뿐이었다.




# 나도 무례했을까


나 역시 어떤 상황에선

누군가에게 무례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돌아보려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하자.

내가 정리한 ‘말하기 매뉴얼’을 떠올린다.


“무슨 의미인가요?”

“왜요?”

“싫은데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정도는 아니어도

중요한 건 받아치는 연습이다.

무례를 묵인하는 시대는 지났다.


휴대폰 메모에 저장해 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매뉴얼, 무례 대표주자들이 오는 자리에는 한번씩 읽고 간다. 저작권 존중을 위해 스티커를 붙였다.




# 다르게 늙고 싶다


그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후배였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시대감성과 거리를 둔 채

힘이 없고 약한 이를 향해 무례를 퍼붓는다.


그 모습을 보면 씁쓸하고, 슬프다.

나도 그렇게 변할까 두렵다.


정문정 작가가 인용한

김훈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 같은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것이다. 뭘 해 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그들 또한 노동 때문에 망가진 인간은 아닐까.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이건 개인의 성숙 문제이고,

나는 다르게 늙어갈 수 있다고.




# 기록하는 나


나는 아직 모든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무례를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멈춰 선다.

복기하고, 배우고, 대응하고, 기록한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나를 지킬 무기 하나쯤은 준비하자.


현실은 여전히 버겁지만,

다행히 나는 읽고, 생각하고, 쓸 수 있는 이 공간을 만났다.

오늘도 여기서 다음을 위한 숨을 고른다.


연휴를 앞두고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고민도 했습니다.

연재를 미룰까, 주제를 바꿀까 고민하다가 결국 올립니다. 털어내고 나아가려고요^^


여러분은 무례한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비법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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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집앞에 핀 분홍낮달맞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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