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대처할 수준은 못되더라도
무례함을 닮지도, 닳지도 않겠다는 결심,
그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브런치북으로 워낙 유명하다.
나도 브런치를 알게 된 게 먼저인지, 책을 통해 플랫폼을 접했는지 헷갈릴 정도다.
자기 계발서를 잘 읽지 않던 나도, 이 책의 제목에는 마음이 끌렸다.
하지만 실제로 읽게 된 건 최근, 책을 선물 받을 기회가 생기고 나서였다.
이상했다. 그렇게 자주 떠올렸던 책인데, 지금껏 사지도, 읽지도 않았다는 게.
그 궁금증이 오늘 풀렸다.
오늘 글을 쓰기 위해 책장을 정리하다가 2018년 책이 나왔던 해에 사둔 책을 발견했다. 사놓기만 하고 어느새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간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사자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내 무의식이 책이 집에 있다는 걸 알리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같은 책 두 권을 갖게 되었다.
아플 때 투약 용량이 사람마다 다르듯,
내게는 이 책이 두 번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경험에 공감했고,
몇 가지 대응법은 마치 매뉴얼처럼 느껴져 휴대폰 메모장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하지만 실전은 또 다른 이야기다.
연일 야근과 회의, 행사까지 겹친 날이었다.
피로는 쌓였고, 아침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그날, 나는 두 명의 무례한 사람을 상대했다.
두 사람 모두, 이전에도 나를 여러 번 불편하게 했던 이들이었다.
첫 번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자기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짜증 섞인 말을 퍼붓는 선배였다.
그는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쏟아내듯 말했다.
“이걸 우리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답해야 하죠? 상무한테 나만 또 뭐라고 한소리 들을 수 있잖아요. 블라블라~”
사실은 이랬다.
나는 회사의 사업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안에 해당 부서 업무와 관련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외부에서 이에 대해 질의가 들어오자
총괄부서는 그 부서에 대응을 요청했다.
내용은 내가 이미 정리해 뒀고,
선배는 단지 그걸 읽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는 언성을 높이며 내게 감정을 퍼부었다.
며칠 전, 비슷한 상황에서 임원에게 지적받았던 불쾌감이 이번 일로 또 반복될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나는 사무실 전화를 끊고 개인 휴대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말했다. 녹음기능을 켜고.
“별것도 아닌 내용인데 부담되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그는 “그냥 자료나 빨리 보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6분 남짓한 통화.
절반은 내가 말을 이끌었다.
“그 상무는 선배님만 뭐라 하시는 게 아닙니다.
모두에게 잔소리하시죠. 결국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서 해결하라는 뜻일 겁니다.”
내 말이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당장 답하지 못한 채 억울해하지만은 않았다. 조금, 나아지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또 다른 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내가 테이블에 놓인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마치자, 앞쪽에 앉아 있던 선배가 말했다.
“마이크를 떼고 얘기해. 소리가 커.”
뜬금없었다.
그는 회의 진행자가 아니었고,
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진행자의 목소리가 훨씬 컸다.
심지어, 회의 온라인 참석자들이 뒷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를 설치해 둔 자리였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직원들이 말했다.
“영상으로 봤는데, 다른 사람은 안 들리고 선배님 목소리만 잘 들리더라고요.”
그는 타인을 무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지위를 앞세워 사람을 찍어 누르는 방식, 웃기지도 않은 말을 농담처럼 해놓고 주변의 동조를 얻으려 한다. 대중은 강자, 아니 강해 보이는 자에게 굴복하기도 하니까.
오전의 선배와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결국 말의 방식만 다를 뿐, 같은 무례의 얼굴이었다.
2편에서 계속>
그들은 왜 무례한가, 나는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가.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연휴를 앞두고 이런 글을 올려도 될까 고민도 했습니다.
연재를 미룰까, 주제를 바꿀까 고민하다가
결국 올립니다. 털어내고 나아가려고요^^
여러분은 누군가의 무례함으로 당황하고 억울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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