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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여행E2

(2021-04-04) 화순 운주사와 영암 유채꽃

by 이재형

보석 박물관과 금산사에서 예상외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이러다간 너무 늦을 것 같다. 서두르자. 다음 행선지는 화순 <운주사>이다. 고속도로를 몇 번이나 갈아타면서 광주로 진입하였고, 거기서 또 국도로 달렸다.


3. 화순 운주사


화순 운주사(雲住寺)는 매우 독특한 절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대웅전 가는 길로 석탑과 석불이 줄지어 서있다. 대충 보기에 석탑과 석불이 각각 10개 정도는 되어 보였다. 이렇게 석탑과 석불이 긴 줄로 서있으니 장관이다.


안내문을 읽으니 조선시대에는 천불천탑(千佛天塔)이라 하여, 석탑과 석불이 400개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좀 과장인 것 같다. 400개라면 간격이 10미터라도 4킬로가 넘는 거리이다. 실제로는 간격이 30미터 이상이므로 그 수가 400개였다는 설명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래도 여하간 옛날엔 석탑과 석불이 지금보다는 훨씬 많았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석탑은 대개 7층 석탑인데, 9층 석탑도 간혹 섞여있다. 탑의 높이는 대략 5-7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운주사는 매우 소박한 절이다. 요즘 어느 절이나 가면 볼 수 있는 불사도 거의 없다. 절집들도 하나같이 작고 소박하다. 이런 소박함이 오히려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준다. 남쪽이라 그런지 꽃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먼 산등성이 이쪽저쪽에는 아직 하얀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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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암 유채꽃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오히려 빗줄기는 더 굵어지고 있다. 날씨 탓인지 아직 오후 6시도 되지 않았는데 날이 어둑어둑하다. 진도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영암 유채꽃 구경이다.


영암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당연히 월출산이다. 월출산 아래 넓은 평야가 있는데, 그 평야는 지금쯤이면 모두 유채꽃으로 채워진다. 작년 이맘때쯤 청산도에 가다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들렀다. 그때 온 평야를 가득 채운 유채꽃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다. 서울 여의도가 백만 평이라니까 아마 이곳은 천만 평도 넘으리라, 그 넓은 벌판을 온통 노란 유채꽃이 뒤덮고 있으니 어찌 감동을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일부러 이곳을 들린 것이다.


빗속에 유채꽃 벌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철이 조금 이른 것 같다. 작년엔 4월 10일쯤 왔으니까 오늘보다 일주일쯤 뒤였다. 작년엔 벌판 전체가 노란색밖에 없었지만, 오늘은 노란색괴 푸른색이 섞여있다. 아직 꽃이 덜 피어 파란 줄기가 꽃과 함께 보이는 것이다. 며칠 뒤 꽃이 활짝 피면 푸른 줄기는 꽃 뒤에 숨어버릴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이 길을 다시 지날지는 모르겠다. 비가 내리고 있어 흐린 날씨 탓인지 꽃들도 그리 선명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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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도 상설시장


한참을 달리니 멀리 진도대교의 철탑이 보인다, 비는 그쳤다. 저 서쪽 하늘에는 맑은 부분도 보인다. 점심을 대충 과일로 때웠더니 배가 고프다. 진도 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든지 아니면 시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진도 상설시장을 찾았다. 상설시장이라지만 아주 작은 시장이다. 작은 건물에 채소가게 한 개, 건어물 가게 한 개. 생선가게 한 개에다 활어 및 해산물 가게 서너 곳이 전부다. 시장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그 좋아하는 생선회도 그다지 구미에 당기지 않는다. 변변한 식당도 보이지 않는다. 시골은 어두워지면 도시가 적막강산이 된다. 멍게와 소라 각 1킬로씩을 사고, 근처 슈퍼에서 맥주, 소주, 막걸리 각 1병씩을 샀다. 모두 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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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진도 자연휴양림


밤길을 달려 휴양림에 도착하니 7시 반 정도가 되었다. 주위가 온통 깜깜하다. 사무실에서 간단한 입실 절차를 마치고 배정된 집에 도착했다. 길 쪽은 가로등으로 환하지만, 집 뒤쪽으로는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그쪽이 바다란 것은 알 수 있다.


보통 자연휴양림의 숙소는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 휴양동과 숲속의 집 그리고 연립동이다. 휴양동은 일반 호텔이나 모텔과 같이 큰 건물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숙소이다. 숲속의 집은 각각 독립적으로 한 채씩 이루어진 숙소이며, 연립동은 숲속의 집과 거의 비슷한데 다만 두 개의 집이 나란히 붙어있는 숙소이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숲속의 집이다.


예약한 숙소는 <녹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숲속의 집으로서, 이곳 진도 휴양림의 숲속의 집들은 아주 세련된 디자인이다. 작은 방이 없어 7인용인가를 빌렸는데, 넓이가 20평 아파트 정도는 되어 보인다, 실내도 매우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지금까지 가본 휴양림 가운데 최고이다. 거실 한쪽은 넓은 창문과 베란다로 되어 있다. 날이 밝으면 바다가 보일 텐데. 밤이라 주위 숲만 조금 보인다. 휴양림은 다 좋은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의자가 없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일어서고 앉기가 매우 힘든데, 휴양림 숙소들은 항상 방바닥에서 활동해야 하므로 여간 힘들지 않다.


시장에서 사 온 소라를 삶고, 멍게로 멍게 비빔밥을 만드니 가뜩이나 배가 고픈데 꿀맛이다. 맥주 몇 잔을 들이킨다. 배는 부르지, 방은 따뜻하지, 얼큰히 취기는 오르지... 세상에 이런 천국이 또 없다. TV로 LPGA 녹화방송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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