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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E4, 여수에서

(2020.11.20) 여수 오동도와 향일암

by 이재형

오늘은 여수의 명소 몇 곳을 둘러보고 귀가할 예정이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짐을 정리하여 휴양림 숙소를 출발하였다.


먼저 여수 오동도로 간다. 오동도에는 1980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처음 갔다. 그때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은지 한 달 남짓 지난 6월 말 경이었는데, 출장으로 부산과 목포에 와서 그 사이에 있는 이곳 여수 오동도를 들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두 어 번 더 오동도를 찾은 것 같다.


오동도에 들어가는 바닷길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엄격하다. 체온을 재고, 명단을 적은 후 방파제 길로 들어섰다. 방파제 길 양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가까운 항구에는 크고 작은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우리나라가 많이 부자가 되긴 된 모양이다. 요즘은 어느 항구에 가더라도 정박해있는 요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서해안 항구들은 요트와 낚싯배로 항구 전체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요트가 많이 보급되었는데, 내 친구들 가운데는 왜 요트를 가진 친구가 없는지 모르겠다.


20년 전쯤인가 위성방송으로 일본의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하나 본 적이 있다. 요트의 대중화와 관련된 문제인데,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곳은 일본의 히로시마였다. 당시 히로시마 시에 적을 둔 요트(개인의 소형 낚싯배를 포함)의 숫자가 무려 8만 척인데, 정박할 시설은 5만 척에 불과하여 무단주차가 아닌 무단 주선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다간 우리나라도 곧 심각한 주선난(駐船難)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전에는 오동도 가는 길이 그리 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한쪽에 보행자 길이 있고, 자동차 길과 자전거 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오동도는 섬 전체가 잘 가꾸어져 있다. 데크로 만든 산책로, 그리고 해안가 산책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40년 전 처음 오동도에 왔을 때는 거의 자연 상태 그대로였는데, 지금은 마치 섬 전체를 인공적으로 가꾼 느낌이다. 섬에 들어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길과 해안으로 가는 산책길이 나온다. 산길로 올라갔다. 길 양쪽은 모두 동백나무 숲이다. 문득 가수 이미자가 불렀던 <동백아가씨> 노래가 생각난다. 동백나무와 동백꽃은 처음에는 그리 좋은지 몰랐는데, 볼수록 좋은 나무이고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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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가는 길과 오동도 동백나무 숲

산길 양쪽은 온통 동백나무 숲이다. 아직 동백꽃이 피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좋다. 동백나무 숲길이 끝날 무렵 바위 언덕이 나온다. 40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이곳 바위 언덕에서 해녀가 따온 멍게와 해삼을 먹었다. 그때 직장 동료와 함께 모두 4명이 왔었는데, 이곳에서 바다에서 곧바로 해산물을 따 바케츠에 담고 오는 해녀를 만났다. 해녀는 값싸게 팔 테니까 사라고 한다. 해녀가 들고 있는 바케츠 통째로 전부다 얼마인가 물었더니, 그 당시 아마 만 오천원인가를 달랬던 것 같다. 그래서 4명이 싼 값으로 싱싱한 해물을 실컷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산길 옆으로 해안길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해안길로 내려오니 여수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아름다운 항구이다. 나보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싶은 도시 3개를 꼽으라면 통영과 여수, 그리고 포항을 꼽겠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있고,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싼값으로 즐길 수 있는 도시들이다.


처음 계획으로는 여수 해상 케이블카를 탈 예정이었으나, 그랬다간 집에 갈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다. 케이블카는 생략하고 향일암(向日庵)으로 향하였다. 오동도에서 거의 1시간이 걸린다. 향일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왔다. 주위는 상점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돌산갓김치> 판매장이다. 대부분 상점에서 직접 갓김치를 담가 판매하고 있다. 갓김치 판매점 수만 하더라도 100곳은 넘을 것 같다. 갓김치를 직접 사가는 사람도 많지만, 전국에서 택배 주문을 하는 수요도 많은 것 같다.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된 갓김치를 연신 택배로 보내는 것 같다.


향일암은 깎아 자른 듯한 바위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향일암에 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올라가다 보니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 옆으로는 가파른 계단길이 있다. 그리고 가파른 길을 피하고 싶으면 좀 멀지만 돌아가는 길을 택하면 된다.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그렇지만 돌아가는 길이라곤 하지만 가파른 것은 마찬가지이다. 계단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돌아가는 길은 “그냥” 가파른 길이다. 땀이 난다. 무릎에 부담이 오기 때문에 가파른 길은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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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과 향일암에서 내려다본 여수 앞바다

향일암 경내에 들어왔다. 바위산 절벽 중턱에 세운 절이라 절터가 좁기 그지없다. 좁은 터에 건물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좁은 절집이 바위산과 어울려 멋진 절경을 이룬다. 절 아래에는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모처럼 날씨가 맑아져 바다가 투명하도록 푸르다. 이런 가파른 바위산에 어떻게 절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처음 창건하였다니 역사가 무척 오래된 절이다.


문득 만약 요즘에 이런 바다를 내려다보는 경관 좋은 바위산에 절을 지으려고 한다면 어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림없는 일이다. 자연경관을 해치고, 환경파괴적이라 하여 절대 허가가 날 수 없다. 그런데 향일암의 경우에서 보듯이 일단 지어놓고 보면 자연의 바위산과 인공의 구조물이 그렇게 잘 어울린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많이 본다. 스위스 알프스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건설되어 있어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으며, 또 그 시설들은 알프스의 절경과 어울려 그 자체로서 멋진 명소가 되고 있다. 옛날에 만들어진 시설은 환경친화적이고 새로 만드는 시설은 환경파괴적인가? 그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나라 전국의 유명한 자연 명소에 케이블카 등 대형 인공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환경파괴라는 명분으로 반대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인공구조물이 반드시 서로 대립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 둘이 얼마든지 조화를 이루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오픈된 마음으로 접근하였으면 좋겠다.


이제 볼 것은 다 보고, 즐길 것도 다 즐겼다. 집으로 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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