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5 아시아 최고의 국립공원 쿡 푸엉(Cuc Phuong)
원래 계획이라면 오늘은 베트남을 떠나 라오스로 떠나는 날이다. 그러나 이대로 떠나기는 뭔가 아쉬워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오늘은 쿡 푸엉 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쿡 푸엉 국립공원은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지정된 국립공원으로서, 면적도 가장 넓다고 한다. 그리고 쿡 푸엉 국립공원은 2023년 5년 연속으로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고의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네팔의 치트완, 일본의 후지산-하코네-이즈, 말레이시아의 카나발루 등 세계적으로 쟁쟁한 국립공원들이 경합을 벌였으나, 결국 쿡 푸엉으로부터 영예를 빼앗을 수 없었다 한다.
숙소에서 거리가 60킬로 정도 되어 오토바이로 가기에 좀 부담이 되었지만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상으로는 가는 길이 크게 3가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거리는 좀 더 멀지만 한적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였다. 역시 오토바이에 휴대폰 거치대가 없으니 너무 힘이 든다. 갈라지는 길만 나타나면 핸드폰을 꺼내어 길을 확인하여야 한다. 신호를 기다리다 푸른 신호가 떨어졌는데, 핸드폰이 갑자기 주머니에 걸려 잘 들어가지 않아 한동안 빵빵거리는 차들을 뒤에 두고 길을 막아선 적도 있었다.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나니 한적한 길이 계속된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둑길을 달리기도 하고, 논 가운데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달리기도 했다. 물이 출렁이는 논들을 바라보며 달리면 풍요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또 어떤 습지에서는 수천, 수만 마리의 집오리가 놀고 있다. "물의 나라 베트남"이란 말이 정말 실감 있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햇빛도 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논 사이로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다. 쿡 푸엉 국립공원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가는 도중의 풍경만으로 이미 본전은 다 찾은 것 같다.
공원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라면 국립공원 앞은 인파로 붐비겠지만, 여긴 내방객이 거의 없다. 서양인 남녀가 서너 명 있을 뿐이다. 입장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8만 동 정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표를 파는 직원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가도 되냐고 물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20킬로미터 들어가 거기서부터 걷던지 하란다.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숲 속으로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나있다. 폭은 승용차 2대가 겨우 교차할 수 있을 정도이다. 길 양쪽은 울창한 숲이며, 하늘을 찌를듯한 키 큰 나무들이 마치 가로수처럼 길 양 옆에 서있다. 햇빛으로 따뜻하던 기온이 갑자기 서늘해진다. 시멘트 포장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 속력을 낼 수는 없다. 아니, 속력을 낼 필요가 없다.
길은 한없이 계속된다. 가끔가다 길 양쪽에 숲 속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나온다. 특별한 나무가 있다거나, 아니면 특별히 관찰할만한 동식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길이다.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길로 들어가 보았다. 가다 보니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기도 하고, 또 길도 점점 좁아지고 있어 그만두기로 했다. 사람하나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사고라도 만나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숲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렇지만 거의 같은 모습의 길이 계속 연결되다 보니 그 풍경에도 곧 익숙해져 버린다. 나무가 뿜어내는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그런 길을 매연을 내뿜으며 오토바이로 달리니 한편으론 미안한 생각도 든다. 오토바이로 천천히 달리다가 잠시 세우고 구경도 하다 보니 20킬로 남짓한 길을 가는데 거진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탐방객은 거의 없다. 어쩌다가 다녀오는 사람과 가끔 한 번씩 마주칠 뿐이었다.
숲길이 끝나고 넓은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는 몇 채의 건물도 있고 운동장과 레크리에이션 시설도 있다. 공원 관계자인 듯 보이는 사람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시멘트 도로는 폭이 좁아진 채로 계속되지만, 그 폭은 줄어들고 더 이상 차량이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시설을 해놓았다.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길을 따라 들어갔다. 여전히 울창한 숲이다. 날파리 비슷한 벌레들이 얼굴로 달려들어 성가시다. 오토바이를 타고 올 때와 달리 이젠 숲의 향기를 바로 지척에서 느낀다. 싱싱한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 들어온다.
20분쯤 그렇게 걸어 들어갔을까? 다시 길은 오솔길처럼 좁아지고 옆에 작은 팻말이 서있다. 이 안쪽으로 16킬로를 더 들어가면 부락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들어가려면 꼭 공원 직원과 동행하여야 한단다. 조금 정도야 그냥 들어가 봐도 상관없겠지?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솔길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들어가면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발길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빠른 길을 선택하였다. 갈 때와는 다른 길로, 이번엔 변두리 시가지를 많이 통과한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5시, 딱 알맞은 시간에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 차표를 예약하였다. 비엔티안보다 루앙프라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는 것이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동선이 좋기 때문이다. 버스는 내일 저녁 8시에 출발한다. 25시간에 걸치는 대장정이다. 작년에는 올해와는 거꾸로 루앙프라방에서 이곳 닌빈으로 왔다. 낡은 버스라 그 고생이 말도 못 할 정도였다. 버스가 나아졌는지 물어보니 달라진 게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