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4 친절한 베트남인, 정직한 베트남인
지난번에 시외버스를 타면서 경험하였던 베트남 사람들의 정직성과 신뢰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다른 사람이 뭔가 어려운 일에 처해 있는 듯 보이면 달려와 무슨 일인지 묻고는 서슴없이 도와준다. 자신에게 상당히 부담되는 일인 걸로 보여도 쉽게 도와준다. 곤란한 일이 생겨 먼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을 당한 적이 없다.
그저께 오토바이로 '동 티엔 하'라는 곳을 찾아갔다가 너무 늦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오는 도중 터널 속을 지나는데, 오토바이 상태가 이상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오토바이가 멈춰 서버렸다. 가솔린이 바닥을 드러 낸 것이었다. 난감했다.
이 도로는 거의 자동차 전용도로 같은 곳으로, 보행자는 없고 차와 오토바이들만 잘 닦인 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벌판에 도로만 있는 곳으로 건물은 시야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차들은 옆으로 쌩쌩 지나간다. 날은 어두워 오는 데다, 휴대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되어 먹통이 되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바로 이런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라면 그래도 모르겠는데, 무거운 오토바이를 익숙지 않은 손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얼마나 가야 할지 그야말로 막막했다.
오토바이를 끌고 10미터쯤 걸었을까?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사람이 옆으로 다가와 멈춘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청년인데 무슨 일이냐며 묻는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 통역기가 필요하지만, 내 핸드폰은 이미 먹통이다. 겨우 가솔린이 떨어졌다는 의사가 전달되었다. 그 청년이 주유소는 여기서 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신이 가솔린을 사다 줄까라며 묻는다. 반갑고 고마왔다. 꼭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주머니에 20만 동짜리 지폐가 있어 꺼내주고는 2리터만 사달라고 했다. 2 리터면 4만 동이다. 그 청년은 내게 자신의 뒷자리에 타고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아마 내가 자신을 못 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청년은 떠났다. 나는 그 청년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역시 기대한 대로 30분쯤 지나 그 청년이 가솔린이 든 1리터짜리 생수병 2병을 가지고 돌아왔다. 거스럼돈 16만 동은 가지라 했더니 한사코 돌려준다. 그 청년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우표와 외국화폐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 한 말이 생각나 지갑에 든 5천 원과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씩을 꺼내, 혹시 한국 화폐가 없으면 간직하라고 주었다. 그는 내가 휴대폰이 꺼져 내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참 동안 앞서 길을 안내해 준 후, 남은 길을 잘 설명해 주고는 떠났다.
또 한 번 크게 베트남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이러다 보니 나도 변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무슨 곤란한 일이 생겨도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없었다. 끙끙대며 혼자서 알아서 일을 해결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사람들이 하도 잘 도와주니까, 어려운 일을 당하면 나 스스로가 아무 부담 없이 근처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청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웃는 얼굴로 두말 않고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