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06)

Ep 26 반롱습지 자연보호구역

by 이재형

이곳 닌빈을 한 마디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바로 "무릉도원"이란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세상에 정말 무릉도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닌빈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 빼어난 절경에 넋을 잃고 만다.


오늘은 베트남을 떠나 라오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저녁 8시 버스이므로 하루종일 시간이 있다. '반롱(Van Long) 습지 자연보호구역'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30킬로 정도의 거리라 좀 부담이 되지만 달리 할 일도 없어 갔다 오기로 했다. 이곳은 교통량은 많지 않지만 난폭운전을 하는 대형트럭이 많아 항상 위기를 늦긴다. 오토바이에 능숙한 사람이야 괜찮지만, 나같이 서툰 사람은 위기를 느끼는 순간 핸들이 제멋대로 꺾인다.


내비가 가리키는 대로 한 시간 남짓 달리니 제방길로 안내를 한다. 제방길로 올라서니 장관이 펼쳐진다. 제방길 건너편에 아름다운 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제방길과 산 사이는 모두 습지이다. 보통 이곳 닌빈에는 습지가 논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습지이다. 습지는 산맥과 제방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제방길은 산맥과 평행하여 나있으며, 그 사이에 습지가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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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롱 습지 가는 길

나는 이미 닌빈의 이름난 명소는 거의 다 가보았다. 짱안, 항무아, 땀콕 어느 곳이나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이곳 반롱습지가 최고다! 오토바이를 달리며 경치를 구경하노라면 입에선 연신 감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어쩌면 자연은 이러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가? 그런데 탐방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가끔 나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2-3킬로 정도 달렸을까, 제방길이 조금 넓어진다. 제방아래 습지에는 몇 개의 보트가 보이고, 주민인 듯한 사람이 관광객에게 보트를 타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도 몇 명 되지 않을뿐더러 보트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도 권유해 왔지만 이미 짱안과 땀콕에서 보트 투어 경험이 있었기에 거절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가서 후회가 되었다. 타볼 걸 그랬다.


다시 그곳을 지나 오토바이를 달렸다. 2킬로 정도 더 가니 늪지를 건너가 저쪽 산 아래로 가는 좁은 길이 보인다. 내 오토바이 실력으로는 건너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길 한편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걸어서 습지를 건넜다. 제방 위에서 내려다보던 습지 풍경과 눈높이에서 바라 보는 습지 풍경은 느낌이 달랐다. 산 아래쪽으로 건너가니 습지에 연해서 길이 나있다.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은 끊기듯 끊기듯 계속된다. 그러다가 길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길은 잡초에 묻히기 시작한다. 더 이상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이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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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롱습지

다시 제방길로 나와 계속 달렸다. 그러자 습지는 거의 끝나고 오른쪽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왕복 2차선 정도 되어 보이는 괜찮은 도로이다. 산 위로 난 도로가 아니라 켭켭이 쌓인 산 아래로 나있는 도로 같았다.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1킬로쯤 갔을까? 도로포장이 파손되어 울퉁불퉁한 길이 나온다. 이런 길이 상당한 정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였다. 위험하다.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2시쯤 되었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였다. 조식 포함 4박에 오토바이 렌트 3일, 세탁 서비스 모두 합해 165만 동, 약 9만 원 정도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아주 착하고 순박하다. 그런데 상업적 마인드가 좀 부족한지 투숙객은 그리 없다. 방도 좋고 시설도 괜찮은 편인데 안타깝다.


오늘 루앙프라방행 버스가 어떨지 걱정스럽다. 표를 예매하면서 앞쪽 창가 자리를 부탁했는데 안심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이 차는 좌석번호가 없는 데다 하노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미 좋은 자리를 다른 사람이 다 차지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왼쪽열 자리는 좌석이 같은 공간에 나란히 붙어있다. 운수가 나쁘면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누워 25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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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시간 버스를 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군것질 거리로 바나나를 한 통 샀다. 그리고 사파에서 산 말린 과일도 준비했다. 맛이 시원찮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태블릿 PC와 휴대폰 2개를 풀로 충전하였다. 그리고 보조배터리 역시 풀로 충전하였다. 곧 버스가 도착한다. 그리고 내일 저녁 9시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버스비로 130만 동을 지불하였다. 작년에 루앙프라방에서 이곳으로 올 때와 비교해서 값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실제로 값이 많이 올랐는지, 아니면 여행사에서 수수료를 많이 뗀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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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가지 이야기 08: 풀빌라


10년쯤 전인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풀빌라"라는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몰랐다. 풀빌라가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가 있고, 숙박비가 무지 비싸다는 말을 듣고, 나는 풀빌라가 모든 것을 갖춘 아주 호화스러운 빌라, 즉 "full villa"로 생각했다.


딸과 사위가 베트남에서 일박 40-50만 윈 짜리 풀빌라에서 숙박했다길래 무슨 시설을 갖췄길래 그렇게 비싸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국내 풀빌라는 1박에 백만 원이 넘는 곳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많은 시설을 full로 갖춘 숙박시설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풀빌라는 수영장, 즉 pool을 갖춘 숙박시설, pool villa란 걸 뒤늦게 알았다. 아니, 풀 빌라가 겨우 그딴 것이었어?


이곳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숙박업소에서 풀은 필수시설이다. 방이 네댓 개 정도 갖춘 일박 2만 원짜리 홈 스테이에서도 풀은 당연히 구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맨날 2만 원짜리 이하 방에서 잤지만 풀이 없는 곳은 거의 없었다. 작년 캄보디아 씨엔립에서는 올림픽 경기장만 한 풀을 사흘 내내 나 혼자 독차지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매일매일을 풀빌라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 추워서 풀에 들어가진 못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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