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7 파란만장의 30시간 버스 여행 출발
버스표를 끊은 여행사에서 버스를 타는 곳까지 승용차로 보내준다. 내가 버스에 타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를 데려다준 여행사 직원은 돌아간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탔다. 작년에 탔던 버스와는 달리 3열로 이루어진 좌석으로서, 슬리핑 버스 초기 스타일이다. 내 자리는 가운데 자리였다. 자리에 앉고 보니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승객들로 꽉 찼다. 거의가 서양의 젊은 관광객이다.
자리엔 다행히 스마트폰 충전기가 있다. 그리고 와이파이도 되는 것 같다. 조금은 안심이다. 루앙프라방까지는 직선거리는 500킬로가 조금 못되지만 실제 달리는 거리는 1,000킬로 정도가 된다. 이제 25시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일만 남았다.
일본 대하드라마 <독안룡 마사무네>(獨眼龍 政宗) 두 회를 보았다. 정말 오랫동안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1년 반 전에 보기 시작했는데, 50회 중 이제 30회를 보았다. 자막이 없어서 큰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아 재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막을 구해 왔으니 모두 끝내야겠다. 드라마를 본 후 다쿠멘터리 한 편을 더 보고 나니 잠이 온다.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면 겨우 10분, 20분 지났을 뿐이다. 아직 갓 출발했을 뿐이다. 느긋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조금 길게 잠이 들었다. 흔들리던 버스가 조용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좀 넘었다. 버스가 멈춰 서있다. 휴게소인가 생각해 소변을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버스 주위에는 많은 대형화물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렇다. 바로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밤이라 출입국 사무소가 닫혀 있으므로 열릴 때까지 차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기억을 더듬으니 아마 오전 7시부터 국경사무소가 일을 시작한 것 같다. 4시간 동안 차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차에 들어와 누워있으니 버스 지붕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나 보다.
잠이 깨버렸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태블릿으로 영화라도 보면 좋겠는데, 깜깜한 차 안에서 모두들 잠들어 있는데 그러기도 미안하다. 음악이나 들어야겠다.
음악을 들으며 비몽사몽 상태로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출입국 절차가 시작된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하니 6시가 좀 못되었다.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작년에 통과하였던 곳과는 다른 국경이다. 버스, 승용차, 밴 등과 함께 수많은 대형트럭이 몇 줄로 늘어서있다. 항상 국경은 뭔가 특이한 느낌을 들게 한다.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일처리가 느리다 보니 시간이 한정 없이 간다. 안내문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더 늘어진다. 겨우 국경을 통과하여 버스에 오르니 오전 9시가 지났다. 국경통과에 대기시간 포함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온 거리는 300여 킬로미터로서 전체의 1/3 정도를 온 것이다. 아직까지 700킬로미터를 더 달려야 한다.
라오스로 넘어오면서 도로사정은 일변한다. 라오스의 도로 사정은 아주 열악하다. 국경을 넘으면 산간도로가 이어지는데 비포장 도로와 포장이 파손된 도로가 많아 버스가 제대로 달리지를 못한다. 게다가 국경으로 연결되는 이 도로에는 대형 트럭이 많아, 트럭을 만날 때마다 버스는 곡예를 하듯이 교차한다. 가다 보면 산사태로 인해 도로가 유실 또는 파손된 구간을 수시로 만난다. 그럴 때마다 버스는 곡예를 하듯이 위태위태하게 그 길을 통과한다.
버스는 쉬지 않고 달린다. 그러나 그 속도는 한정 없이 느리다. 낮 12시쯤 되어서야 어느 휴게소 앞에 세워준다. 돼지고기 볶음과 야채를 곁들여 밥을 먹었다. 18시간 만에 먹는 밥이다. 라오스 돈이 없었지만, 베트남 돈도 받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