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8 기진맥진 루앙프라방 도착
다시 버스가 출발한다. 구글지도로 확인하니 비엔티안을 거쳐 갈 모양이다. 버스는 비엔티안 아래쪽에 있는 도시 팍산을 경유하여 간다. 팍산-비엔티안 도로라면 우리로 치면 국도 1호선에다 경부ㆍ호남 고속도로를 합한 기능을 하는 도로일 텐데 여전히 도로상태는 엉망이다. 벌써 버스를 탄지 24시간이 지났다. 버스가 비엔티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루앙프라방까지 남은 거리는 360킬로, 아직 1/3이 남았다.
그런데 버스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릴 준비를 한다. 황급히 운전사에게 이 버스가 루앙프라방까지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운전사는 여기가 이 버스 종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할 데가... 나는 루앙프라방에 가는 표를 끊고 이 버스를 탔다고 하니,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다. 어쩔 수 없이 먼저 급히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두르며 내리느라 목베개를 두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버스회사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서양 아가씨가 자신도 루앙프라방에 간다고 하면서 여기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자 둘에 여자 다섯으로 이루어진 젊은이 그룹의 한 명이었는데, 자신들은 휴게소에서 비엔티안 버스 터미널에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말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한밤중에 비엔티안 터미널에서 미아가 될 뻔했다. 옮겨 탄 차는 봉고보다 조금 더 큰 밴이었는데, 이미 타고 있는 사람도 있어 우리가 타니 승객이 20명쯤 되었다. 그야말로 꾹꾹 눌러 담은 콩나물시루이다. 앞으로 근 8시간 동안을 이걸 타고 가야 하는 것이다.
방비엥까진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있어 금방이다. 방비엥을 지나면서 산길이 시작된다. 방비엥-루앙프라방 도로는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아름다운 주위 풍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도 이 길은 꼭 버스를 타고 한 번 지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밤이 되어 주위는 온통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벌써 24시간 넘게 콩나물시루 같은 차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내비를 켜본다. 200킬로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여전히 5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고 나온다.
그렇게 밤길을 달리다 잠시 휴식을 위해 차가 선다. 차밖으로 나왔다.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세상에!!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별인가!! 하늘에 가득 찬 별을 본 것은 몇십 년만인 것 같다. 최근 30년간은 별 있는 밤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20년 전 몽골 여행을 갔을 때, 밤하늘 별을 볼 수 있으리라 잔뜩 기대했었지만 날씨가 흐려 보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휴양림에 자주 갔지만 별을 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그렇게 보고 싶었던 별을 기대하지도 않았던 이곳 라오스 산길 도로에서 보게 된 것이다. 오늘의 고생은 이걸로 보상받았다 치자.
다시 차는 출발한다. 밤 2시 30분 드디어 차는 루앙프라방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30시간 30분, 정말 길고도 긴 여행이었다. 그동안 밥이라곤 한 끼밖에 못 먹었다. 그런데 여기는 베트남과 달리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아니다. 예약한 호텔로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내비를 보니 3킬로 정도의 거리다. 그런데 라오스 돈이 하나도 없다. 주위를 찾아보았지만 ATM 기계도 보이지 않는다.
옆에 있던 툭툭이 기사가 다가와 자신의 차를 타라고 한다. 이곳 라오스는 교통요금 바가지가 유명하다. 탈 때마다 흥정을 해야 하는데, 몇 번 하다 보면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3킬로 조금 넘는 거리이므로 4-5만 낍 정도면 적정하다. 요금을 물으니 20만 낍을 달란다. 5만 낍에 가자고 했더니 10만 낍으로 하잔다. 몸도 너무 피곤하고, 또 라오스 돈도 없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5불을 주고 숙소로 오니 오전 3시이다. 정말 길고도 긴 파란만장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