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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7.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19)

Ep 43 타켁 루프에 도전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타켁 루프 여행을 할지 말지 망설였다. 이 호텔은 아침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 8시 조금 못되어 짐을 싸서 호텔을 나왔다. "그래! 까짓것 도전 한 번 해보자! 위험하면 중간에 돌아오면 되잖아!"


결심이 섰다. 지나가는 툭툭을 불러 타고 어제 갔던 메콩강변으로 갔다. 아침의 메콩강은 깨끗하고 상쾌하다. 신선한 아침공기 속에서 메콩강의 푸른 물이 멀리까지 넘실대고 있다. 관광객들이 메콩강변에 있는 숙소를 선호해서인지, 도로 길 옆에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물론 바 등 유흥업소도 많이 몰려있다. 지난 밤에 북적이던 사람과 유흥업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시끄럽던 거리도 아침이 되니 조용하다. 

타켁루프

이곳에는 오토바이 렌털 숍이 두 곳 있다. 보통 라오스의 웬만한 도시에 가면 발에 차이는 것이 여행사고 오토바이 렌털숍이다. 그런데 이곳에 오토바이 렌털 숍이 두 곳밖에 안 된다는 것은 이 도시를 찾는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적은가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첫 번째 들른 렌털 숍에서는 오토바이가 모두 렌트되어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두 번째 집에 갔더니 출력이 좋은 큰 오토바이를 권한다. 그렇지만 큰 오토바이는 내가 감당이 안되며, 또 힘이 좋은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 스쿠터형 오토바이를 3일간 렌트하였다. 하루 18만 낍, 3일에 54만 낍이다.

메콩강변의 아침 풍경

렌트 절차에 뜻밖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기다가 이것저것 점검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난다.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지만, 일단 출발해서 한적한 곳에 들어서면 길 옆의 음식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려고 생각했다. 타켁 시를 빠져나오는데 좀 헤매었다. 우회전해야 할 곳에서 좌회전을 하는 바람에 거의 30킬로를 헛걸음했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구글 지도로 확인을 하는데, 햇빛이 내려 비치다 보니까 스마트폰 화면을 잘 볼 수가 없어 대충 길을 선택하였다가 실패한 것이었다. 겨우 제대로 길을 찾아 달린다. 비포장 도로가 많으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모두 포장이 잘 되어있다. 이 정도면 라오스에선 일급 도로이다.


제일 큰 문제는 트럭이다. 우리나라에서야 대형트럭은 거의 고속도로를 다니므로 국도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이곳은 고속도로가 없다 보니 어떤 도로에서도 화물트럭의 운행이 빈번하다. 게다가 트럭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짐칸 하나만 해도 큰데, 대부분의 트럭이 큰 짐칸을 두 개, 세 개 연결해 달린다. 그래서 대개의 트럭들은 길이가 거의 20미터씩은 된다. 게다가 운전자들이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다. 그런 트럭이 굉음을 내면서 나를 추월해 가면 공포감이 든다.

카르스트 지형 사이로 난 도로를 달리며

주위의 풍경이 서서히 변한다. 길 양쪽 먼 곳에 산맥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카르스트 특유의 지형의 모습을 한 산들이다. 사실 타켁 루프에 도전하면서 경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타켁 루프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여러 편 보았는데, 거의가 오토바이 여행에 관한 것이었지 정작 주위 풍경에 관한 것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기대이상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감동시킨다. 


계속 달려도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가게가 하나 나타나길래 캔에든 과일 주스로 일단 허기를 달랬다. 12시가 가까워진다. 한참 달리다 보니 찌그러진 듯한 작은 가게가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식사는 할 수 없다. 콜라 한 병을 들고 나오는데, 냉장고 안에 반으로 자른 수박이 보인다. 그것을 달라고 해서 모두 먹고 나니 허기가 사라진다. 수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말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수박을 참 많이 먹는 것 같다. 차가 다니는 한적한 도로 양쪽에 수박을 수 백, 수 천 개씩 쌓아놓고 파는 사람들을 자주 발견한다.


아무래도 수박 장사들이 마음에 걸린다. 사람도 별로 안 다니는 곳에서 수박을 그렇게 많이 쌓아놓고 어떻게 그것을 다 팔까? 수박이 아무리 오래간다고 해도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해답이 생각났다. 길가에 있는 수박 장사들은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상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아마 자신들이 재배하거나 동네에서 수집한 수박을 가지고 나와 길 가에서 전을 벌리고 있으면, 도매로 이를 사가려는 사람들이 트럭을 가지고 사 갈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안된다. 농산물 도매시장이나 수집상들과 같은 체계적인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라오스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도매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수박 장사의 수수께끼를 생각하면서 수박으로 배를 채우니 힘이 난다. 다시 출발해서 한참을 가다 보니 길 오른쪽 매표소 같은 곳에서 몇 명의 서양인들이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있다. 나도 뭔지는 모르지만 가서 티켓을 끊었다. 바로 탐낭 동굴이었다. 표를 끊고 오토바이를 타고 500미터쯤 들어가니 산 조금 위쪽에 동굴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다. 


나는 동굴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왕 온 것 들어가 보았다. 깊지는 않지만 상당히 큰 동굴이었다. 석회암 동굴임에도 불구하고 종유석이나 석순은 보이지 않고, 동굴 특유의 습기도 느낄 수 없다. 계단 등 탐방 시설을 잘 만들어 놓아 구경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상당히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동굴로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의 나라답게 동굴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부처를 모셔 놓았다. 동굴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2편 <마궁의 사원>에 나오는 동굴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굴을 나옸다. 동굴 입구에는 상당히 큰 식당을 비롯한 여러 상업시설이 있는데, 모두 폐허가 되다시피 하였다. 아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상당히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였으나, 코로나 사태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듯하다. 대외 거래에서 관광의존도가 큰 라오스로서는 코로나 사태가 치명적 타격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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