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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6.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18)

Ep 42 타켁 루프 여행을 위한 준비

타켁(Thakek)은 인구 4만 명이 조금 못 되는 라오스 중남부의 도시이다. 인구 4만 명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읍 정도의 시골마을에 불과하지만, 라오스에서는 대도시 축에 끼인다. 내가 이곳을 찾은 것은 "타켁 루프'(Thakek Loop)라는 순환도로 오토바이 여행에 도전하기 위해서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여행 코스가 하장 루프라면, 라오스에서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도로 여행 코스가 바로 타켁 루프이다. 타켁 루프는 타켁시로부터 시작되어 나카이(Nakai), 락사오(Lak Sao), 비엥캄(Vieng Kham)을 거쳐 타켁으로 돌아오는 총길이 400킬로 정도의 순환도로이다. 이 구간에는 라오스 중남부를 대표하는 절경들이 숨어있다.


나는 이미 하장 루프에 도전하였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고 중간에 포기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타켁 루프 도전은 신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위험성이 있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장 루프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의 포장 상태다. 포장이 안된 험한 길이라면 미련 없이 포기하여야 한다.

타켁 버스터미널에서 시가지로 가는 길, 도로 공사 중이라 먼지 투성이 길이다

버스에서 내린 후 새벽 5시쯤 되어 숙소에 들어와 서너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숙박비도 싸서 이곳에 하루 더 묵을까 생각했으나, 시끄럽고 냄새가 많이 난다. 그리고 타켁 루프에 관한 정보를 얻기도 어렵다. 도심지에 있는 숙소로 옮겨야겠다. 지도를 보니 도심지는 4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툭툭를 타고 갈까 생각했으나, 요금 흥정하기가 싫다. 그래 까짓것 걸어가자. 11시가 넘으니 땡빛이 보통이 아니다. 타켁 시내 구경을 하는 셈 치고 걸었다. 정말 덥긴 덥다.


인터넷에서 좋은 숙소를 발견하였다. 숙박비도 적당한 데다 타켁 루프 여행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오토바이 렌트도 가능하다는 곳이다. 땡빛에 걷는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가는 길도 엉망이다. 특히 출발한 터미널 근처에는 이곳저곳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황토먼지가 날리는 데다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다니고 있어 걷기가 무척 불편하였다. 드디어 시가지로 들어서는 길로 들어섰다.


조금 걷다 보니 길 옆에 수박을 파는 행상들이 보인다. 그저 수박 몇 개를 갖다 놓고 파는 것이 아니다. 수백 개 아니 어떤 곳은 천 개도 넘을 듯 산처럼 수박을 쌓아놓고 팔고 있다. 이곳은 인가도 없이 가끔 지나가는 차들만 있을 뿐이다. 늘어선 행상들이 10곳은 넘어 보인다. 어쩌다가 한 번씩 지나가던 차들이 멈춰 수박 한 통을 사간다.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하였다. 아무리 수박이 금방 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며칠씩 갈 수는 없다. 이렇게 수박을 쌓아놓고 가끔 한 덩이씩 팔아서 이 수박을 어떻게 다 소화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켁 도로변의 수박 장사들, 그러나 손님은 거의 없다

배가 고픈데 식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관광도시가 아니다 보니까 식당들이 잘 없는 것 같다. 겨우 문을 연 식당 한 곳을 찾아 밥을 주문하여 먹었다. 값이 엄청 싸다. 밥값을 5-7만 낍 정도로 예상했는데, 2만 을 달라고 한다.


인터넷에 소개된 그 숙소를 찾았을 때는 거의 탈진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숙소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이미 폐업한 것 같다.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더 이상 도저히 걸을 수 없다. 아무 곳이나 가까운 숙소를 찾아 들어가야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근처에 리조트 풍의 호텔이 보인다. 꽤 좋은 호텔인 것 같다. 비싸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도 그냥 투숙해야겠다. 방을 배정받고 숙박비를 물어보았다. 이럴 수가! 15만 낍(만 원)이란다. 방에 들어가니 널찍하고 좋다. 큰 더블베드에 테이블과 탁자, 옷장, 냉장고 등도 모두 잘 갖춰 있다. 이번 여행에서 투숙한 숙소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

타켁 시가지와 숙소 호텔

"이렇게 좋은 숙소가 이렇게나 싸다니"라고 생각했는데, 찬찬이 살펴보니 그게 아니다. 한 때는 좋은 호텔이었으나, 망해가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손상되거나 낡은 부분이 거의 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내겐 그런 건 상관없다. 좀 낡아도 있을 것만 있으면 충분하다. 샤워를 하고 찬 콜라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돌아온다.


그런데 타켁 루프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에 오는 관광객은 거의가 타켁 루프 여행을 위해서이므로 관광객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사나 오토바이 렌털 숍을 찾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메콩강 근처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을 것이고, 그러면 그곳에 여행사나 오토바이 렌털숍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메콩강 근처로 갔다. 호텔에서 2.5킬로가량 떨어져 있는데, 산책 겸 걸어갔다. 역시 그곳에는 몇 곳의 렌털 숍이 있었다. 타켁 루프에 대한 정보를 들은 후, 결정은 좀 더 생각해 보고 내리기로 하고 메콩강변으로 올라갔다. 넓디넓은 강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위는 좀 낮은 것 같다. 메콩강의 밤풍경을 감상하며 제방 위를 산책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도 3만 보 이상을 걸었다.


여전히 결정을 못하겠다. 내일은 어떡할까? 타켁 루프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위험성도 있는 것 같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메콩강의 밤품경과 근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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