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낭 동굴을 나와 달리니 본격적인 타켁 루프의 경치가 시작된다. 타켁 루프 지역은 카르스트 지형으로서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의 닌빈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달리는 도로 끝쪽으로, 그리고 도로 양쪽으로 카르스트 지형 특유의 절경이 펼쳐진다. 길은 산속으로 이어지지만, 산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밥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산들 사이로 평평한 도로가 나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닌빈의 경우 카르스트 지형의 산들과 논을 비롯한 습지가 서로 조화되어 절경을 만들고 있다. 그에 비해 이곳은 물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볼 수 없다. 닌빈은 그 절경을 한 번 보면 입에서 저절로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니다. 감탄까지는 아니지만 아주 멋진 좋은 경치가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언덕 하나 없는 평평한 길이다.
햇빛은 강하지만 오토바이로 달리니깐 더운 줄은 모르겠다. 아마 오늘 얼굴과 팔은 새까맣게 탔을 것이다. 오후 3시가 가까워온다. 완만한 경사가 시작되고, 옆으로 강물이 빠르게 흐른다. 좀 더 올라가니 작은 댐이 나타나는데, 수력발전소이다. 전기는 라오스의 중요 수출품이다. 물이 풍부한 라오스는 수력발전을 이용하여 생산한 전기를 옆의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수출하고 있다.
문득 몇 년 전 우리나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을 하다가 댐이 붕괴되어 수백 명의 인명사고가 난 사건이 생각난다. 보상은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라오스 정부는 피해 국민을 위해 SK에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대신 오히려 자국민의 요구를 억압하고 SK를 감싸고돌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못난 정부는 항상 그렇다.
댐에서 시작하여 오르막이 계속된다. 심하지는 않은 완만한 경사가 계속된다.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겠구나라고 추측하였지만,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간 후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반복된다. 아마 고원지대인 것 같다.
그러던 중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가 나온다. 호수는 물이 많이 빠진 듯 중간중간에 섬을 만들면서 저 멀리까지 펼쳐지고 있다. 호수의 높이가 얼마나 될까? 느낌 상으로는 500미터 정도의 고원으로 올라온 것 같다. 고도를 확인하려면 또 오토바이를 멈춰야 한다. 고도를 꼭 알아야 될 필요가 있나 하면서 계속 달리다가 결국 궁금증을 못 참겠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고도계를 확인했다. 해발 530미터. 호수면은 도로보다 조금 낮으므로 해발 520미터 정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주위에 그다지 높은 산이 보이지 않는다. 이 물은 어디서 흘러왔을까?
고원지대는 계속된다. 도로가 구비를 돌 때마다 호수 자락을 만난다. 호수의 물은 깊지 않은 듯 고사목들이 많이 서있다. 이곳의 호수는 물이 줄어들면 바닥이 드러났다가 물이 늘어나면 다시 저지대부터 물이 차오르는 그런 모습인 것 같다. 고사목들은 호수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고원지대의 호수
오늘 머물기로 계획한 타랑(Tha Lang)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오토바이 투어객들이 나보다 앞서 갔기 때문에 혹시 빈방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걱정은 무용, 빈방이 널리고 널렸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호수 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배정받은 방은 물옆 방갈로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방이었으나, 막상 방에 들어가니 판자 사이로 빈틈이 숭숭 드러나는 엉성한 방이다.
투숙객이 거의 없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가니 손님은 나 혼자 뿐이다. 하루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그런지 맥주가 마시고 싶다. 참으려고 하였으나, 결국 유혹을 못 참고 비어 라오 큰 병을 한 병 마셨다.
어쨌든 오늘은 이곳에서 일박. 달려온 거리를 확인하니 타켁에서 이곳까지 약 110킬로미터이다. 길을 잘못 들어 30킬로 정도를 헤매었으니 모두 140킬로를 달린 셈이다.
타랑(Tha Lang)의 숙소 도착
곁가지 이야기 14: 클랙슨과 스텔스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오토바이 운전을 해보니 두 나라의 자동차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의 차이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 나라 모두 도로가 좁아 추월은 일상적인 일이고, 게다가 굴곡진 구간이 많다.
베트남 운전자들은 클랙슨을 많이 누른다.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이다. 커브 구간이 있으면 반드시 경적을 울린다. 보이지 않는 마주 오는 차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추월을 할 때도 미리 반드시 뒤에서 경적을 울린다. 지금 추월을 하니 주의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사고의 예방을 위해 경적을 울리는 건 좋은데 정도가 너무 심하다. 한두 번 경적을 울리면 충분할 텐데 계속해서 연속적으로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경적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라오스는 이와 정반대이다. 운전자들이 거의 클랙슨을 누르지 않는다. 조용히 뒤에서 다가와서는 휙 하고 순식간에 추월하여 앞으로 달려 나간다. 마치 스텔스기 같다. 오토바이로 달리면 자체 소음이 있기 때문에 뒤에 차가 따라오더라도 거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차가 빠른 속도로 추월해 가면 깜짝 감짝 놀란다. 미리 추월 낌새를 알았다면 가장자리로 운전하여 더 쉽게 추월할 수 있게 해 주련만, 그런 생각은 않는 것 같다.
경적을 너무 많이 울려 괴로운 베트남, 경적을 너무 울리지 않아 위험한 라오스, 서로 반반씩 섞으면 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