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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9. 2024

베트남ㆍ라오스 나홀로 배낭여행(2024-01-20)

Ep 45 순조로운 여정 속에 드래건 케이브 관광

타켁루프는 순환도로 코스이기 때문에 타켁에서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돌 수도 있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일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타켁루프를 일주하는 대신 타켁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출발하여 껑러 동굴까지 간 후 왔던 길로 되돌아오려고 계획하였다. 타켁에서 시계 반대밤향으로 락사오(Lak Sao)와 나힌(Nihin)을 거쳐 타켁루프 최고의 명소 껑러 동굴을 본 후 왔던 길로 돌아올 계획인 것이다. 


일주하지 않는 이유는 나힌에서 비엥캄을 거쳐 타켁으로 오는 구간이 13호 도로이기 때문이다. 13호 도로는 라오스의 기간 도로로서, 우리로 치면 경부고속도로에 호남고속도로, 거기다가 국도 1호선을 합친 기능을 하는 도로이다. 구태어 그런 복잡한 도로를 갈 필요가 없다. 


10시쯤 타랑의 숙소를 출발하였다. 북쪽으로 50킬로쯤 가면 락사오가 나오고 거기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50킬로쯤 가면 나힌이 나온다. 락사오에서 2시 방향으로 가면 얼마 가지 않아 라로스와 베트남의 국경사무소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으로 향하는 많은 화물트럭이 이 길을 이용하고, 그로 인해 도중에 수많은 대형트럭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힌에서 좌호전하여 남쪽으로 50킬로쯤 가면 껑러 동굴이다. 이렇게 타랑에서 껑러 동굴까진 150킬로 정도 되지만, 직선거리는 30킬로가 조금 넘는 정도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서 숙박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였다. 껑러 동굴을 목표로 하되, 여의치 않으면 나힌에서 묵어야겠다.


어제는 대형트럭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일러 그런지 트럭이 훨씬 적다. 숙소를 출발하고도 고원이 계속된다. 길 옆으로 호수 자락이 보이다 끊어지고, 그리고 다시 보이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20킬로 이상을 달리고 나니 내리막이 시작된다. 계속되는 내리막이 아니라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내려간다. 길 양쪽은 숲으로서 상큼한 숲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신선한 공기는 가슴으로 밀려 들어온다.


고원을 완전히 내려오자 편편한 곧은 길이 계속된다. 앞쪽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카르스트 지형의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있다. 도로는 그 병풍을 향해 뻗어 나 있다. 벌판에 나있는 도로라 햇빛이 따갑다. 어제부터 계속 햇빛에 노출된 팔이 따갑다. 경도의 화상일 것이다. 도무지 가까워질 것 같지 않던 산들이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온다. 병풍 같은 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워지자 좌회전을 하여 서쪽 나힌 방향으로 달린다.

계속되는 평지길이다. 길 오른쪽으로 카르스트 지형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길 왼쪽은 평지와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땅이 펼쳐진다. 어제저녁 인터넷을 서치 한 결과 이 구간은 국경으로 향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트럭이 아주 많이 다닌다고 했는데, 운이 좋은지 트럭은 물론 다른 차들도 별로 만나지 않았다. 카르스트 지형의 산들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렇게 천천히 달리는 것이 안전하고 또 여유 있게 주위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이렇게 한참 동안 평지길을 달리다 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산길 도로가 시작된다. 도로 양쪽은 모두 숲이다. 숲 길이라 확실히 선선하다. 이렇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가는 중에 저 앞 오른쪽에 휴게소 같은 것이 보이고 주위에 관광객들이 여러 명 보인다. "드래건 케이브"라 한다. 

티켓을 사서  동굴로 갔다.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열대 정글이다. 자연적인 정글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 많이 간 것으로 보이는데 아주 아름답다. 동굴 입구로 가니 어제 갔던 탐랑 동굴과는 달리 입구가 개미굴 같이 좁다. 몸을 구부려야 겨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이다. 이런 곳을 들어가야 하나, 내키지 않았지만, 이왕 표를 끊었으니 들어갔다. 


의외로 안쪽은 넓었다. 길 오른쪽으로는 물이 흐르는데, 카약처럼 생긴 보트도 여러 척 묶여있다. 아마 이곳에서 물놀이도 했나 보다.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광장도 나오고 다양한 모습의 석순과 종유석도 볼 수 있다. 어떤 곳은 천정이 낮아 허리를 구부리고 겨우  통과해야 하는 곳이 있는 반면 어떤 곳은 10여  미터가 훌쩍 넘는 높은 천장이 있는 곳도 있다. 


상당히 깊은 동굴이다. 들어올 때부터 다른 관광객을 보지 못했다. 이 넓고 깊은 동굴에 나 혼자다. 이런 생각이 들자 조금 무서워지기도 한다. 길을 따라 끝까지 갔더니 막혀있다. 왔던 길을 돌아서 나가야 하나보다. 입구 쪽으로 돌아 나오니 그제야 들어오는 사람이 몇 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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