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4 여행을 마무리하며
다낭발 02:40 이스타 항공 비행기가 한 시간 늦게 03:40에 출발하였다. 우리 시간으로 05:40이다. 그래서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이 튼다. 오른쪽 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 수 없다. 동쪽 자리라 바로 아침 해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전 9:40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수속을 밟고 나왔다. 다행히 미리 예약해 둔 10:20 세종행 공항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걸로 이번 여행은 끝이다.
라오스에서 베트남으로 넘어오면 갑자기 오지에서 문명사회로 넘어온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이건 완전 SF의 세계이다. SF의 신세계는 무지 춥다. 눈 덮인 산들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세종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이 아주 넓어 보인다. 손자 때문에 설치한 거실의 놀이방을 이제 철거했기 때문이다. 찬 공기로 인해 다시 기침이 시작되는 것 같다.
무사히 여행을 마쳐 무엇보다 다행이다. 다쳐서 깨졌던 무릎 상처도 다 아물었다. 다쳤던 어깨의 통증도 이제 거의 나은 것 같다.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가서 점검을 받아 봐야겠다. 겨울이 되면 항상 기침 때문에 고생을 한다. 그런데 동남아 여행 중엔 기침이 거의 없었다. 이번 겨울부터는 아예 겨울을 동남아에서 보내는 방법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이번 여행에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하였다. 돈이 없을 때마다 그때그때 달러를 환전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빼내 썼기 때문에 돈을 얼마나 쓴 줄 몰랐다. 집사람이 안 주겠다는 달러를 억지로 뺏어 갔지만, 거의 쓰지 않고 오히려 100불을 더 붙여 돌려주었다.
통장을 점검하니 현지에서 총 170만 원 조금 못 되게 썼다. 항공편 및 사전 준비물 구입을 포함하면 모두 합해 약 210만 원 정도이다. 특히 라오스에서는 15일을 여행하는 동안 겨우 40만 원을 썼다. 아주 싸게 한 경제적인 여행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거나 궁상을 떤 적은 없었다. 자고 싶은 곳에서 자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였다.
이번 여행으로 배낭여행은 끝으로 하고, 앞으로는 트렁크 여행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여행, 특히 모험이 동반된 여행은 이제 그만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느꼈다. 몸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한번 중국 일주 여행에 도전하고 싶다. 아마 1, 2년 내에 못 한다면 불가능하겠지. 다음 중국 여행을 꿈꾸며 이제 베트남 라오스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