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3 다낭(峴港)을 통한 귀국길
오늘은 베트남, 라오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작년 12월 19일 한국을 출발했으니, 내일 아침 8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먼 39일간의 여행이다. 욕심 같아서는 베트남 남부지방을 여행하며 내려가 호찌민 시에서 출국하고 싶지만, 집을 떠나 충분히 돌아다녔다.
후에와 다낭 사이는 차로 2시간 조금 더 걸리는 거리이다. 후에로 오는 사람들은 대개 다낭을 거쳐오고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후에와 다낭 사이에는 많은 교통편이 있다. 그런데 막상 다낭으로 가려니 어디에서 차를 타야 할지 막막하다. 다낭으로 가는 차는 리무진, 슬리핑 버스, 로컬 버스 세 종류가 있는데, 자리가 편한 슬리핑 버스나 리무진이면 좋겠다.
일단 무턱대고 남부 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긴 로컬 버스만 있다. 어쩔 수 없다. 숙소 근처에 여행사에서 표를 끊었으면 쉽게 슬리핑 버스나 리무진 차표를 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비가 와서 여행사까지 가기가 어려워 이렇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려면 종합터미널에 가면 되지만, 베트남은 터미널 이외에도 개별 장소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 관광객이 직접 버스표 티켓팅을 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로컬 버스라 승객이 원하는 곳에는 어디나 세워주고, 또 중간에 손을 드는 사람이 있으면 태우고 하다 보니 두 시간 남짓 거리를 세 시간 이상 걸려왔다. 다낭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운전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의 택시를 타라 한다. 먼저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아야 한다. 다낭 다운타운에서 8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랩으로 택시 요금을 확인하니 다운타운까지 12만 동 정도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한 시장 근처에 내렸다.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다. 그런데 전부 한국사람들이다. 베트남 사람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뿐이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전부 한국인이다. 젊은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들리는 말도 전부 한국말이다. 한 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도 전부 한국사람뿐이다.
다낭을 꿰뚫고 흐르는 강은 한강(瀚江)이다. 한 시장을 빠져나와 한강으로 왔다. 이곳도 전부 한국 관광객들이다. 한강변은 깨끗이 잘 정비되어 있다. 가까운 곳에 한강의 명물인 용다리가 보인다. 서울의 한강보다는 너비는 좀 좁지만 수량은 훨씬 풍부하다.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아직 공항에 갈 시간은 6시간 이상 남았다.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한강 옆의 카페에서 코코넛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카페에서 몇 시간을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차라리 공항으로 가자. 그곳이 눈치 안 보고 기다리는데 편하다. 다낭 공항은 시내에 있기 때문에 택시를 타면 금방이다. 오후 6시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제 이곳에서 비행기 탑승까지 8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국제선 비행기 스케줄을 보았다. 거의가 한국행이다. 연이은 한국행 속에 다른 나라 노선이 가끔 눈에 띄는 정도이다.
이걸로 이번 여행도 끝이다. 약 40일간의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요즘은 여행을 할 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숙박앱을 통하여 예약을 한다. 해외 출장이나 가족 여행을 한다면 당연히 그게 맞다. 현지 사정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곳에 가서 숙소를 잡는다고 우왕좌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숙소를 잡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가벼운 배낭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약 40박 묵은 중에서 예약은 딱 3번 하였다. 나머지는 그냥 현지에 가서 눈에 보이는 적당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그 가운데 몇 번은 실패하였지만 대부분은 아주 만족하였다. 실패하였다고 생각한 몇 번은 시설이 나빠 그랬던 것이고, 가격면에서 불만은 없었다.
숙소를 예약하는 경우와 현지에서 직접 선택하는 것에는 서로 몇 가지 장단점이 있다.
첫째, 가격면에서는 현지에서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숙박앱의 수수료가 예상외로 많다. 중저가 숙소의 경우 숙박앱 가격이 적게는 20%, 많게는 100% 이상된다. 게다가 직접 찾아갈 경우 할인도 가능하다. 이번 여행에서 20-30% 정도 깎아달라고 해서 실패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둘째, 숙소의 선택이라는 면에서는 아무래도 그 지역의 모든 숙소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숙박앱이 유리하다. 그런데 대개의 관광지에는 숙소가 몰려있어 직접 눈으로 보고 비교하는 것도 좋다. 숙소를 보고 선택하겠다고 하면 모두 잘 보여주며, 안 한다고 해서 특별히 싫은 의사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약간 미안하긴 하다.
셋째, 숙소의 입지 선택이란 점에서는 예약보다 직접 찾아가는 것이 유리하다. 방문하는 지역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 숙소를 잡는 것이 유리할지 사전에 알기 어렵다. 현지에 가서 숙소를 잡을 탠 먼저 좋은 곳을 찾아가 그곳에서 직접 숙소를 잡으면 된다.
나는 경험상 예약보단 직접 부딪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대부분 현지에서 숙소를 잡았다. 절충형으로는 한 곳에 며칠 머무는 경우, 하루만 예약을 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예약 없는 현지 해결 방식은 여행의 재미를 높여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