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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26. 2024

마르세이유 관광-에드몽 당테스의 발자취를 따라

(2024-05-19 일) 서유럽 렌터카 여행(44)

독일과 이태리에서는 완전 까막눈이라 고생했는데, 프랑스에 와서는 그래도 옛날에 배웠던 불어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 한결 편하다.


오늘은 마르세이유 시내 관광이다. 내게 있어서 마르세이유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970년대 개봉된 <볼사리노>라는 영화다. 알랭 들롱과 쟝 폴 벨몽도가 공동 주연한 이 영화는 마르세이유에서 동네 양아치 정도이던 알렝 들롱과 쟝 폴 벨몽도가 의기투합해 마르세이유의 암흑가를 장악해 가는 내용이다. 범죄 영화이므로 당연히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이 지저분한 뒷골목이어서 마르세이유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3131610397


호텔 근처에 지하철 역이 있다. 1회권은 1.7유로, 1일권은 5.4유로이다. 이 티켓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트램과 버스까지 탑승 가능하다. 첫 행선지는 구마르세이유 항(Vieux port)이다. 지하철을 내려 계단을 오르는데 벌써 비릿한 바다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바다냄새라는 건 대부분 생선이나 해초 등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다. 그래서 선진국의 바닷가에 가면 거의 바다냄새가 나지 않는다. 요즘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포구에 가더라도 이전에 비해 바다냄새가 크게 줄어들었다.

마르세이유 항구

지하철 역을 나오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진다. 지하철 역 입구를 나오면 항구 앞에 있는 넓은  광장의 한가운데인데, 이 넓은 광장이 모두 난장 장터였다. 한쪽에는 생선 좌판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으며, 정말 메주를 닮은 곰팡이 핀 시커먼 덩어리의 치즈,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빵, 우리나라 순대보다도 더 꼬질꼬질하게 생긴 소시지, 시커먼 색깔의 큰 덩어리 햄  등 갖은 물건을 파는 장사들로 광장은 가득 찼다. 꼭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보는 느낌이다.


광장의 좌판 생선장수들을 보면 다시 영화 볼사리노가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 알랭들롱과 쟝 폴 벨몽도는 좌판 생선장사 아줌마들로부터 자릿세를 뜯는 것부터 악당 생활을 시작한다. 구항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신항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 정박해 있는 대부분의 배들은 요트이다. 깊은 만 형태의 항구를 요트들이 거의 뒤덮듯이 하고 있다. 그 외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관광선들이 제법 보인다.


항구 주변으로는 18~19세기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이 서있다. 왼쪽 저 높은 언덕 꼭대기에는 성당이 보이는데, 바로 마르세이유의 최고 명소로 평가받고 있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이다. 노트르담(notre dame)이란 “our lady”, 즉 성모를 가리키고, 가르드(garde)는 guardian, 즉 수호자를 의미하니, "수호자이신 우리의 성모님"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책임 못 짐).

베르사이유 항구 풍경

마르세이유 구항은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 중에 가장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집사람은 노점에서 1개에 1유로 하는 라벤더향 주머니를 3개 샀다. 이리저리 항구 구경을 하는 중에 "샤토디프"(Chateau d'if, 이프성) 관광 페리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얼른 달려가 왕복 배편과 성 입장권을 끓었다. 1인당 18유로였던 것 같다.


샤토디프는 에드몽 당테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몇십 년 간을 지하 뇌옥에 갇혀 있었던 그 절해고도의 감옥이다. 감옥에서 탈출한 당테스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하여 화려한 복수를 시작한다. 자신을 모함하여 자신의 재산과 약혼녀까지 빼앗아간 친구, 그리고 증거를 조작하여 자신을 절해고도의 감옥으로 보낸 검찰관에게 처절한 복수를 한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의 검찰이나 한국 검찰은 증거조작과 죄 덮어씌우기라는 점에서는 꽤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프랑스의 문호인 알렉산드르 뒤마가 쓴 소설로서 현실의 이야기는 아니다. 따라서 에드몽 당테스란 인물은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마가 이 소설에서  바로 샤토디프를 당테스가 갇힌 감옥으로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샤토 디프로 가는 배와 선내 풍경
샤토 티프
밖에서 보는 샤토 디프

12시 50분에 배는 항구를 출발하였다. 큰 바다로 나가는 항구 입구에는 외부로부터 침공해 오는 외적을 막으려는 용도인 듯 성처럼 생긴 요새가 건립되어 있다. 항구를 출발한 배는 30분쯤 지나 샤토디프가 있는 섬 근처로 왔다. 배는 바로 섬에 접안하지 않고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섬을 한 바퀴 돈 후 섬에 접안한다.


샤토디프는 돌과 흙으로 만든 감옥이다. 감옥에다 샤토, 즉 성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희화적이다. 샤토디프는 마치 요새와 같이 느껴진다. 다만 이 섬은 몬테크리스토의 이야기와는 달리 절해고도는 아니고 마르세이유 항과는 그리 멀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바로 주위에 몇 개의 섬이 있고, 그곳에는 인가도 있다.


섬에 내렸다. 선착장에서 보는 샤토디프는 단단한 요새와 같은 성처럼 보인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감옥이 나온다. 소설에는 지하감옥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상 3층으로 된 감옥이다. 에드몽 당테스가 갇혔던 감방은 1층 한가운데 있다. 방 한쪽에는 당테스가 팠던 좁은 굴이 있다. 이 굴을 통해 당테스는 파리아 신부(Abbè Faria)와 만나고, 신부의 시신을 이용하여 탈출하였으며, 신부가 남겨준 보물로서 복수를 하게 되었으니, 이 굴이야 말로 당테스를 절망의 나락에서 구해낸 생명의 굴이었던 셈이다.

에드몽 당테스가 갇혀있던 감방과 파리아 신부를 만나기 위해 판 석굴
샤토 디프
마르세이유 해상 방어 요새

감방은 모두 합해 20개가 채 못 되는 것 같다. 이 감옥은 주로 정치범을 수용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샤토디프에 있는 기념품점 옆에 있는 전시관에 가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의 언론의 반향, 첫 출판본, 세계 각국의 번역본, 그리고 영화화된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각 감방 앞에는 그 감방에 갇혔던 저명인사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얼마 전에 <몽테크리스토 백작> 영화를 감상한 바 있다. 뻔히 알고 있는 스토리이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이 작품은 또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야기를 우주로 옮긴 <타이거!, 타이거!>라는 SF 소설을 읽은 적도 있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962887278


섬에서 돌아오니 벌써 오후 3시가 되었다. 이번에 갈 곳은 마르세이유의 최고 명소인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이다. 항구 광장에서 60번 버스를 타면 바로 성당 안까지 들어간다. 노트르담 성당은 마르세이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성당을 보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마르세이유 시내의 경치를 즐기려는 사람들까지 몰려든다. 그래서인지 60번 버스는 늘 만원이다. 버스 가운데는 60번만이 성당 안까지 들어간다.


버스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면 바로 성당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이 성당이 자리 잡은 터는 로마시대부터 방어용 요새 등으로 사용되었고, 13세기에 처음으로 작은 예배당이 들어섰다고 한다. 이후에도 이곳은 주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현재의 성당 건물은 19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멋진 건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미 이태리의 화려한 성당들을 본 내 눈에는 차지 못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마르세이유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에서 내려다 보는 마르세이유 풍경

성당에 오르니 마르세이유 전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당 바로 아래에 펼쳐지는 구항구의 모습은 마치 그림 같다. 마르세이유는 인구 83만 명으로서, 프랑스 제2의 도시이다. 그런데 고층빌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10층을 넘는 빌딩은 손꼽을 정도인 것 같다. 대부분의 건물은 붉은 지붕이다.


노트르담 성당에서 몇백 미터 내려오면 생 빅토르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은 5세기 경에 순교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되었는데, 이후 수 차례 확장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외관은 군사 요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사가 오래되어 그런지 장엄한 느낌이 든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무척 어둡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음은 롱샹(Longchamp) 궁전이다. 이 궁전은 나폴레옹 3세 통치기간 중인 19세기 중후반에 건설되었는데, 마르세이유의 수돗물 공급사업의 완성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궁전 가운데에는 물의 여신을 중심으로 정령들이 뛰어노는 분수가 만들어져 있다. 아주 크고 아름다우며 호화스러운 분수이다. 분수 뒤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건축을 연상시키는 돌기둥이 세워진 건축물이 있으며, 양 날개 쪽의 건물에는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오늘도 꽤 많이 걸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거의 녹초가 되었다.

성 빅토르 수도원
롱샹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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