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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30. 2024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Lyon) 관광

(2024-05-22 화) 서유럽 렌터카 여행(48)

한밤중에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전 6시 무렵 잠이 깨니 바깥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자욱한 안개가 끼었다. 아니 비구름일지도 모른다. 이런 짙은 안개에 과연 운전을 해 산을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침을 먹고 조금 쉬고 있으니까 안개는 점점 걷힌다. 비도 많이 약해졌다. 


10시 반쯤 되어 숙소를 출발했다. 다행히 안개는 거의 걷힌 것 같다. 비도 가랑비 정도이다. 이  정도면 운전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오늘은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리옹(Lyon)으로 간다. 


그런데 숙소에 문제가 생겼다. 호텔을 2달 전에 예약해 두었는데, 며칠 전에 카드 결제가 안된다면서 48시간 내에 다른 카드로 결제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다시 결제를 한다면서 깜박 잊어버렸다. 그 바람에 호텔예약이 취소되어 버렸다. 부랴부랴 다시 다른 호텔 예약을 했으나, 14만 원짜리 방이 취소당한 9만 원짜리 방보다 못하다. 

리용 시내 풍경
화려한 리용 노트르담 성당

이곳에서 리옹의 숙소까지는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경로에 있는 다른 곳을 들리면 대략 3시간 정도가 더 소요된다. 그러면 리옹에는 거의 4시가 되어 도착하게 되어, 리옹 관광이 쉽지 않다. 결국 리옹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리옹으로 가는 건 너무 건조하다. 그래서 유료도로를 제외한 길로 가기로 했다. 그럴 경우 2시간 10분, 내 운전으로는 3시간을 잡으면 된다. 


유료도로를 제외하고 나니 내비는 마치 우리나라 시골 국도길 같은 도로로 안내한다. 푸른 벌판이 끝없이 펼쳐지고 농가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그런 길이다. 바로 이런 도로야말로 내가 이번 여행에서 꿈꾸어왔던 여정이었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다. 느릿느릿 운전하면서 프랑스의 시골풍경을 즐긴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벌판은 온통 푸르건만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알프스 산악지대를 빠져나와서는 높은 산은 보이지 않는다. 완만한 나지막한 언덕과 평야가 이어지면서 푸른 벌판이 나왔다가는 다시 숲 속 도로로 들어선다. 가끔 차들이 뒤를 따라오면 길옆으로 조금 비켜 아낌없이 추월시켜 준다. 이런 평화로운 길이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다. 중간에 숲 속에 있는 조그만 쉼터에 들러 준비해 온 빵과 우유로 점심도 먹으면서 여유 있게 오니, 리옹의 숙소의 도착은 오후 3시 가까이 되었다. 

리용 노트르담 성당과 시가지 풍경

리옹(Lyon)은 로네 강을 끼고 조성된 도시인데, 풍부한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 유명하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과 예술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고대 갈리아 지역이다. 시저가 갈리아를 정벌하고 많은 도시를 세우게 되는데, 로마와 가까운 이 지역이 아마 절호의 지점이었을 것이다. 리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리옹의 역사적 지구'(Vieux Lyon)와 '프랑스 요리의 중심지로서 유명하다. 


프랑스 도시를 몇 곳 거치다 보니 관광명소도 뻔한 것 같다. 첫 번째는 성당, 그것도 이름이 "노트르담"인 성당과 두 번째는 중세풍의 올드타운이다. 여기에 미술관, 박물관과 공원 등이 추가된다. 리옹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푸르비에 언덕에 자리 잡은 노트르담 성당(Notre-Dame de Fourviere)이며, 다음으로 꼽히는 것이 올드타운(Vieux Lyon)이다. 그 밖에 리옹 대성당,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 등도 명소로 꼽힌다. 


내비를 노트르담 성당에 맞추고 출발하였다. 호텔에서 직선거리는 7킬로 남짓이지만, 실제로 차가 달리는 거리는 거의 30킬로 가까이 된다. 옛 시가지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시내 교통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한 푸르비에르 언덕은 상당히 높고 가파르다. 가파른 언덕 도로를 올라가 운 좋게 성당 바로 옆에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권을 끊으려는데 뭐가 잘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무임주차. 노트르담 성당은 크고 화려하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 빼어난 성당을 하도 많이 봐 이젠 덤덤하다. 

성당 옆 담벼락에서 보면 리옹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리옹시 역시 높은 빌딩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다른 도시와 비교한다면 그래도 높은 빌딩이 많은 축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높은 빌딩이라 해봤자 20층 정도이지만. 그리고 현대식 아파트도 꽤 들어서는 것 같으며, 독특한 모습의 특징 있는 건축물도 제법 보인다. 그래도 리옹시를 내려다보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세풍의 거리이다. 어림짐작으로 중세풍 거리가 도시의 거의 1/3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다.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보고 다음은 올드타운으로 가기로 했다. 올드타운은 푸르비에르 언덕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걸어서 1킬로 정도 거리이다. 그런데 걸어 내려가자니 길이 엄청 가파르다. 차를 주차한 곳에 오려면 이 언덕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어떡하나 겁이 덜컥 난다. 


올드타운은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도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중세풍의 건물들이 줄을 이어 서 있으며, 조그만 광장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골목길과 광장에는 조그만 예쁜 가게들과 카페나 레스토랑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리옹 대성당, 변화의 교회 등 리옹의 여러 명소들이 있지만 특별한 감동은 없다. 이젠 이런 풍경에 점점 익숙해지나 보다. 

리옹 시가지를 대충 둘러봤으니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집사람이 그 언덕까지 도저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리옹대성당 앞에서 기다리라 하고 혼자서 올라가 운전해 오기로 했다. 정말 가파른 언덕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찬다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정말 하늘이 노래질 지경이다. 겨우 주차한 곳으로 가서 차를  운전해 집사람을 픽업하여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식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라면이다. 라면 한 봉지에 김치 한 봉지, 그리고 계란, 소시지, 스파게티면, 치즈를 넣고 끓이면 천하일품 요리가 된다. 여기다 와인 한 잔이면 세상의 행복은 모두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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